李대통령 "석유최고가 반론 일리" 지적에…당정, 4차 가격 인상 검토

소비 증가·손실 확대…기름값 가격 현실화 필요성 부각
당정, 가수요·재정 부담 반영 인상 가능성에 무게 두고 검토

서울 성북구의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 뉴스1 오대일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김승준 기자 = 석유 가격을 통제하는 최고가격제(가격상한제) 시행 이후 유류 소비가 오히려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부가 정책 조정 검토에 들어갔다. 이재명 대통령이 가격 통제의 한계를 인정하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으면서, 물가 안정과 수요 자극 사이에서 균형을 찾기 위한 '가격 현실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16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최고가격제는 국제유가 상승 충격을 완화하는 데 일정 부분 효과를 냈지만, 가격 억제로 인한 소비 자극과 재정 부담 확대라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당정은 4차 가격 고시를 앞두고 제도 운용 전반에 대한 재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李대통령 "기름 가격 내려놓는 게 잘한 거냐는 반론 일리 있어"

이 대통령은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가격 통제 정책에 대해 "가격을 내려놓는 게 100% 잘한 일이냐는 반론은 일리 있는 지적"이라며 "생산 원가와 실제 판매가의 차액 부분을 정부가 다 보전해 주게 되는데 그게 다 국민 세금"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가격 억제 정책의 한계를 일부 인정하면서 정책 조정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김민석 국무총리 역시 에너지 절약 필요성을 강조하며 수요 관리의 중요성을 짚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정책 효과를 유지하면서도 부작용이 확인될 경우 세부 설계를 조정하겠다는 정부 기조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정책 수단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실용주의적 접근이라는 평가와 함께, 가격 현실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실제 정책 검토 단계에서도 인상 방향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정부는 시장 반응과 소비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제도 운용 방향을 점검하는 상황으로, 당정 역시 후속 조치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당정은 다음 주(24일) 4차 최고가격 고시를 앞두고 가격 조정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유류 수요가 일부 시점에서 확대되는 흐름이 감지되면서 가격 억제 정책이 가수요를 자극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논쟁은 실제 시장에서도 일부 수치로 확인되고 있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일부 주차에서 휘발유와 경유 판매량이 전년 대비 증가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3월 4주 기준 휘발유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5% 증가했고, 경유는 약 4%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가격 억제가 수요를 자극하는 이른바 '가격 신호 왜곡'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주차별 변동성이 존재하고 특정 시점의 가수요가 반영됐을 가능성도 있어, 소비 증가 효과를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시각도 병존한다.

가격 억제 정책, 공급 측면서는 정유사 부담…손실 보전 범위 시각차 뚜렷

이처럼 가격 억제 정책이 수요 측면에서 변화를 유도하는 동시에, 공급 측면에서는 정유사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또 다른 변수로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3월 13일 이후 1·2차 석유 최고가격제가 적용된 4주 동안 정유 4사의 매출 손실은 1조 2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는 국제 석유제품 가격 상승분을 국내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면서 발생한 기회비용이 누적된 결과로 분석된다.

다만 손실 보전 범위를 둘러싼 정부와 업계의 시각차는 뚜렷하다. 정유업계는 국제 가격 기준으로 판매했을 경우를 가정한 '기회비용'까지 손실 보전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정부는 원가와 적정 이윤 중심으로 손실을 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산업통상부는 회계·법률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정산 절차를 통해 적정 손실을 판단하겠다고 밝혔으나 업계에서는 산정 기준을 둘러싼 논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정유사별로 원유 도입 시점과 재고 평가 방식이 달라 동일한 기준 적용이 쉽지 않다는 점도 변수다.

대통령 발언을 둘러싼 해석과 관련해 정부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산업부는 "대통령 발언을 특정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반론에도 일리가 있다는 취지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을 들으며 최고가격제를 안정적으로 운영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소비 증가 논란과 관련해서도 정부는 단기 수치보다는 추세 판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산업부는 "특정 시점이 아니라 추세(전체 소비 흐름)를 봐야 한다"며 "향후에도 소비량 추세를 보면서 정책에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역시 정책 취지와 한계를 함께 언급하며 균형 잡힌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페이스북에 "가격 신호 왜곡 등의 대가가 수반될 수 있지만 정부는 단기 충격 완화를 선택했다"며 "구조를 이해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훈식 비서실장도 "정책은 유지하되 (가격) 조정 여부는 토론 중"이라고 설명했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가격 억제 시 소비 증가와 재정 부담 확대가 나타나는 반면, 가격 현실화 시에는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는 구조"라며 "이처럼 상반된 효과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최고가격제를 둘러싼 정책 딜레마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 효과와 부작용이 동시에 확인된 상황에서 정부가 4차 고시를 통해 어느 수준까지 가격을 조정할지에 따라 제도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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