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핵심 전략 자산 '해저케이블'…"국가 전략·안보 차원 관리 시급"
빅데이터·AI 중심 경제 전환과 함께 급증…2030년대 중반 WAN 사용량 3~7배 확대
韓, 전기 또는 통신 시설 하나로만 취급…국가 해양안보 인프라 격상·관리 체계 구축해야
- 백승철 기자
(서울=뉴스1) 백승철 기자 = 전 세계 국제 데이터의 99% 이상을 전송하고 전력에너지를 육상으로 공급하는 통신·전력 인프라인 해저케이블은 가상서버·빅데이터·사물인터넷과 같은 디지털 경제는 물론 해상풍력과 연계된 청정에너지 공급까지 지탱하는 국가 핵심 전략 자산이다.
17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원장 조정희)에 따르면 글로벌 해저케이블 투자 규모는 빅데이터·인공지능(AI) 중심 경제 전환과 함께 급증하고 있으며, 2030년대 중반까지 글로벌 광역 통신망(WAN) 사용량은 3~7배 확대되고 그 중 상당 부분은 인공지능 관련 트래픽이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해저케이블 투자 및 수요 확대에 따라 해저케이블은 단순한 산업 인프라를 넘어 데이터 통신 의존도 심화, 인공지능 학습·추론을 위한 필수 네트워크, 국가 간 정보 활동과 관리 수단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경제안보와 기술패권 경쟁의 핵심 인프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위치 추적, 전자문서교환(EDI) 통관 시스템, 금융 결제·물류 추적 등 실시간성이 필수인 분야에서 해저케이블 장애는 곧 국가경제 마비로 이어질 수 있어,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취약 지점으로 인식되고 있다.
또 최근 발생한 해저전력케이블 손상 사건은 지역 내 전력 수급의 불안정성을 야기하고, 사회기반시설의 기능 마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보여 새로운 유형의 안보 위협을 드러내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몇 년간 핀란드·발트해 등지에서 발생한 케이블 및 파이프라인 손상 사례 등 해저케이블 ‘물리적 파괴’ 사건들은 해저케이블의 취약성과 안보 영향 등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해저케이블과 관련된 국제규범은 해저케이블 부설의 자유와 연안국 권한을 해역별로 조정하지만 실제 보호 및 집행 측면에서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에 주요국들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국내적으로 다양한 정책과 제도를 도입하고 해저 활동 탐지 기술을 개발해 적용하고 있다.
미국은 클린 네트워크 정책과 외국인투자위원회 심사를 통해 특정 국가 장비·투자를 제한하고, 유럽은 2024년 권고(2024/779)와 '케이블 시큐리티 툴박스'를 통해 해저케이블을 디지털 주권의 핵심 인프라로 규정하고 전주기(예방–탐지–대응–복구) 보안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도 경제안전보장추진법과 해저케이블 손괴 처벌법 등을 바탕으로 통신 인프라의 물리·사이버 복원력을 높이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해저케이블을 전기 또는 통신 시설의 하나로만 취급하고 있어 국가 전략 또는 안보 차원에서의 관리가 시급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육상 케이블 연결이 불가능한 사실상의 디지털 섬(Digital Island)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는 타국에 비해 해저케이블에 대한 의존이 상대적으로 높다. 이러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국내 해저케이블은 70% 이상이 부산과 거제 등 남해안에 집중돼 있어 주변국간 갈등으로 인한 지정학적 위협에 취약하다.
이러한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해저케이블의 이중화, 대체선로 확보, 설치 위치의 분산 등 전략적 고려가 필요하나 국익의 관점에서 해저케이블을 국가 핵심 자산으로 관리하는 체계가 미비해 이러한 대안을 실질적으로 추진·이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
또 우리나라는 제도적으로 '전기통신사업법', '전기사업법', '공유수면법', '해양환경관리법' 등에 근거해 해저케이블을 설치 및 운영하고 있지만 해양환경을 고려한 해저케이블 기술 및 관리 기준이 부재하여 실효성 있는 관리가 미흡하다.
'전기통신사업법', '전기사업법'에 따른 사업자의 요청에 따라 해저케이블 경계구역 또는 물밑선로보호구역을 지정할 수 있지만 현재까지 이러한 구역을 지정한 고시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결과적으로 해저케이블 등에 관한 형식적인 관리 체계는 갖추고 있지만 내용상 실질적인 보호 또는 관리가 시행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KMI 관계자는 "해저케이블 관리에 관한 구조적 제약을 극복하고, 해저케이블의 전략적 가치 보존을 위한 안보적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미국 또는 유럽 등과 같이 해저케이블을 국가 해양안보 주요 인프라로 격상시키고 이들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범부처 통합 거버넌스와 정보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해저케이블에 관한 통합 관리 법제를 신설해 해저 인프라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고 고의적 손상 등 불법 행위를 구체적으로 단속 및 처벌할 수 있는 명확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며 "해저케이블 손상 또는 고의적인 파괴로 인한 안보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해저인프라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위험 탐지 체계, 사고 현장의 접근성 향상을 위한 전용 선박, 신속한 손상 복구를 위한 로봇 등 관련 장비의 기술의 개발 또한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해저케이블 대부분이 주변국과 연결돼 있는 환경을 고려해 주요국 및 주변국과 해저케이블 보호를 위한 안보 협의체를 구축해야 한다"며 "이는 해저케이블 복선화 및 대체선 확보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취약한 국내 해저케이블의 연결성을 극복해 국제 해저케이블의 안정성 및 복원력을 제고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bsc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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