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쿠팡 차별 아냐" 선 그었지만…美 '보복조사' 청원에 통상마찰 우려
美 투자자 301조 청원·ISDS 예고…USTR 판단에 시선 집중
정부 "원칙 따른 정당한 집행"…美 45일내 조사여부 한미 변수
- 나혜윤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쿠팡의 미국 투자자들이 한국 정부의 개인정보 유출 대응을 문제 삼아 미국 정부에 직접 개입을 요청하면서, 국내 규제 사안이 한미 통상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법과 절차에 따른 원칙적 대응"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나, 미국 무역당국의 조사 착수 여부에 따라 사안의 성격이 대형 통상 현안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3일 외신에 따르면, 쿠팡 지분을 보유한 미국 투자회사 그린옥스와 알티미터는 한국 정부가 쿠팡을 차별적으로 대우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무역법 301조에 따른 조사와 무역 구제 조치를 요청했다. 이들은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 절차에 착수하겠다는 의향서도 제출했다.
투자사들은 지난해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한국 당국이 쿠팡을 겨냥해 범정부 차원의 강도 높은 대응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노동·금융·관세 등 개인정보 사안과 직접적 연관성이 낮은 분야까지 압박이 확대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로 인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 가치가 훼손됐으며 실제로 쿠팡 주가는 개인정보 유출 사실 공개 이후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 같은 문제 제기의 핵심은 국내 규제 집행을 넘어 이를 '통상 위반 사안'으로 끌어올리려는 시도라는 점이다. 이들이 USTR에 조사를 청원한 무역법 301조는 외국 정부가 미국과의 무역 협정을 위반하거나, 부당하거나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행동·정책·관행으로 미국의 무역을 제한하거나 부담을 줄 경우 이에 대응할 권한을 행정부에 부여한다.
미국 투자자들의 문제 제기는 기존에 미국 재계나 의회 일각에서 제기돼 온 디지털 규제 불만과는 결이 다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기업 차원의 로비를 넘어, 미국 정부가 직접 개입할 수 있는 통상법 절차를 가동했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무역법 301조는 조사 개시 자체만으로도 상대국에 상당한 외교·통상적 부담을 주는 수단으로 꼽힌다.
만약 미국무역대표부가 조사에 착수할 경우, 쿠팡 사안은 개별 기업 분쟁을 넘어 한국의 디지털·플랫폼 규제 전반으로 쟁점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 측은 그간 온라인 플랫폼법, 허위조작정보 규제 등을 두고 미국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반복적으로 제기해왔다.
USTR은 청원 접수 45일 내로 조사 개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는 늦어도 45일 안에 쿠팡 사태에 대한 공식 입장을 정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쿠팡 투자자들의 조사 청원으로 인해 행정부가 개입할 명분이 마련된 셈이다. 조사 개시 자체가 가져올 파장을 고려하면 한국 정부로서는 이 기간에 미국 정부를 상대로 적극적인 설명과 설득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쿠팡이 미국 기업이기 때문에 특별히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 것이 아니라, 모든 기업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관련 법령에 따라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11~14일 방미 기간 중 쿠팡에 대한 국내 수사를 한미 통상 갈등으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
여 본부장은 이 자리에서 최근 발생한 쿠팡의 전례 없는 규모의 개인 유출 사건과 관련해, 관계 법령에 따라 관련 기관이 철저히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사안임을 설명하며 이를 한미 간 외교·통상 현안으로 연결 짓는 해석에는 선을 그었다.
특히 여 본부장은 미국 측이 이를 '미국 기업 탄압'으로 간주하는 것을 경계하며 "이번 사안을 한미 간 외교·통상 현안으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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