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CES 단독관 연 한전…기술경쟁 전면에 등장한 에너지 산업

유틸리티 기업 최초 단독관 운영…전력 인프라 산업 재정의
발전부터 소비까지, 기술로 푼 전력 밸류체인…글로벌 전력기술 시장 확대

한전은 6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주전시장(Main Hall)에 단독관을 운영한다. (사진제공=한전)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국내 전력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가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에서 단독관을 운영하며 글로벌 기술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다.

한전은 6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주전시장(Main Hall)에 단독관을 운영한다. 글로벌 유틸리티 기업이 CES 주전시장에 독립 부스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ES는 그간 소비자 기술 중심의 전시회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산업 전반을 지탱하는 인프라 기술의 비중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이 산업의 기본 전제가 되면서, 이를 가능하게 하는 전력·에너지 시스템이 새로운 기술 경쟁의 중심으로 떠오른 영향이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는 CES 2026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로 '에너지 전환(Energy Transition)'을 제시했다. 기술 중심으로 재편되는 에너지 시장에서 전력회사가 단순한 인프라 운영자에 머물 경우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이런 맥락에서 한전의 CES 주전시장 진입은 단순한 기술 전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전력회사는 전통적으로 공공성과 안정성을 중심으로 역할이 규정돼 왔지만,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는 디지털화와 AI 기반 운영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전력망 운영 역량 자체가 하나의 기술 산업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한전의 CES 참여는 전력회사가 스스로를 어떤 산업군으로 정의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읽힌다.

'오늘 만나는 내일의 전기'…발전부터 소비까지 전력 밸류체인을 '한눈에'

CES 2026에서 한전은 LVCC North Hall에 단독관을 연다. 전시 주제는 'Power of Tomorrow, Discovered Today(오늘 만나는 내일의 전기)'다. 전시의 핵심은 발전·송변전·배전·소비로 이어지는 전력 밸류체인을 하나의 기술 시스템으로 설명하는 데 있다.

한전은 전기의 미래를 가장 한국적인 상징으로 풀어내기 위해 전시 콘셉트로 '전기 거북선'을 제시했다. 500년 전 시대를 앞서간 기술이자 국난 극복의 상징인 거북선을, 발전·송변전·배전·소비로 이어지는 한전의 핵심 전력 기술과 결합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다만 '전기 거북선'은 상징적 조형물에 그치기보다, 전력을 개별 기술이 아닌 하나의 시스템으로 설명하려는 장치에 가깝다. 전시 공간 전반을 통해 전력의 흐름과 운영 구조를 단계별로 보여주며 전기를 산업과 사회를 움직이는 기반 인프라로 재정의하려는 의도가 담겼다.

전시관에서는 발전부터 소비까지 이어지는 전력 흐름을 하나의 기술 체계로 풀어낸다. 키오스크를 통해 발전 기술(IDPP)에서 송변전 설비 진단(SEDA), 생활 밀착형 서비스인 '1인 가구 안부 살핌'까지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이는 전력을 단순한 공급재가 아니라 사회와 산업을 작동시키는 핵심 인프라로 인식하려는 접근으로 풀이된다.

한전의 CES 단독관 운영은 기술 성과 측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CES를 주최하는 CTA는 글로벌 유틸리티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한전에 CES 혁신상 5개 부문을 수여하며 주전시장 단독관을 공식 배정했다. 전력 산업 기술이 글로벌 기술 경쟁 무대에서 평가 대상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혁신상을 받은 기술은 △AI 기반 송변전설비 예방진단 기술(SEDA) △하이브리드 에너지저장시스템(HESS) △변압기 부싱 진단장치(TansGuard-MX) △전력설비 광학진단시스템(ADS) △분산에너지 보안기술(SDMD) 등이다. CTA는 이들 기술이 연구 단계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전력망에 적용되거나 실증 단계에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전의 이번 CES 참여는 에너지 산업에서 오랜 기간 축적해온 전력망 운영 경험과 기술 역량을 글로벌 기술 시장의 시선 속에서 재검증받는 과정에 가깝다. 국내에서는 요금과 정책 이슈에 가려 기술 경쟁력이 충분히 조명되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었던 만큼 이번 단독관 운영이 한전의 기술적 위상을 다시 인식시키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이번 단독관 운영에 대해 "공기업에서 글로벌 에너지 플랫폼 기업으로 바뀌는 전환점"이라며 "기술사업화와 해외시장 진출 속도를 한층 높여 국민 부담 경감에도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freshness41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