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사장, 한전·한수원 출신 '5강 구도'로 압축…내년 1~2월쯤 임명

김범년·김회천·이종호·조병옥·전휘수 5파전
원전 확대 아닌 '조정' 국면 속 수장 인선 관심

사진은 체코 신규원전 예정부지 두코바니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제공)2024.7.18/뉴스1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이재명 정부 첫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후보자가 5인으로 압축됐다. 재생에너지로의 대전환을 강조하고 있는 에너지정책 기조를 고려할 때 '원자력 안전'을 강조해 온 인사를 발탁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한국전력·한수원 등 에너지공기업 출신 인사들만 최종 후보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한수원은 지난 16일 서류심사를 통과한 후보군을 대상으로 최근 면접을 진행했다.

면접 결과 최종 후보자는 김범년 전 한전KPS 사장(전 한수원 발전본부장), 김회천 전 남동발전 사장(전 한전 부사장), 이종호 전 한수원 기술본부장, 조병옥 한국방사선안전협회 이사장(전 한수원 품질안전본부장), 전휘수 전 한수원 기술부사장으로 압축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 임원추천위원회는 5배수로 압축한 면접 결과를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전달했다. 공운위는 후보자 신원 조회와 검증을 거쳐 심의·의결한 뒤, 주무부처 장관 제청과 대통령 임명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다만 현재까지 밀려 있는 공공기관 인사 일정 등을 고려하면 한수원 사장 임명은 이르면 내년 1월, 늦어도 2월 중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면접서 5배수로 압축…한전·한수원 출신 인사로만 구성

김범년 전 사장은 한수원 부사장과 한전KPS 사장을 거치며 조직 운영과 재무·현장 관리 경험을 두루 갖춘 인물로 꼽힌다. 최근까지 한전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에서 교편을 잡으며 원전인력 양성에 힘써왔고, 정책 이행능력과 해외 원전 사업 경험을 함께 갖췄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후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종호 전 한수원 본부장은 원전 기술 전문가로, 한울본부장과 기술본부장을 역임했다. 특히 1997년 한국전력이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기술 사용 협정을 체결할 당시 한전 측 실무협상 대표로 참여해 한국형 원전(APR1400)의 수출 기반을 닦은 것으로 평가된다. 한미 관세협상 당시에는 'MANUGA(미국 원전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제안을 낸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조병옥 전 한수원 본부장은 원자력 안전 분야의 전문가로, 원자력정책처장을 거쳐 상임이사인 안전기술본부장, 품질안전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방사성폐기물 관리의 안전성을 끌어올린 성과를 인정받아 원자력환경공단 부이사장도 맡았으며, 현장 실무와 정책 모두에 밝은 인사라는 평가다.

전휘수 전 한국수력원자력 부사장은 대표적인 현장형 기술자로 꼽힌다. 고리본부 1발전소장, 월성본부장 등을 거치며 발전·운전 업무에 정통한 그는 한수원 발전부사장을 역임한 뒤에는 한전 UAE본부장으로 근무하며 해외 원전 건설 프로젝트 경험까지 갖춘 인물로 평가된다.

5명의 후보자 가운데 유일하게 한전 출신인 김회천 전 부사장은 남동발전 사장 재임 시절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매년 우수한 성과를 거두며 뛰어난 경영 능력을 입증해 왔다는 평가다. 남동발전 사장 마지막 해에는 32개 공기업 가운데 종합 1위를 기록하고 사장직에서 물러났다.

경북 경주시 양북면에 있는 한국수력원자력(주) 본사. 2020.11.5/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정부 기조는 재생에너지 대전환…차기 사장이 풀어야 할 과제 '산적'

정부는 원전 출력 조정(부하추종), 신규 원전 건설에 대한 공론화, 재생에너지와의 연계 강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원전 비중을 당장 급격히 축소하겠다는 입장은 아니지만, 이전 정부처럼 원전을 정책 전면에 내세우는 기조와 거리를 두고 있는 상황이다.

한수원 사장은 이런 정부의 기조에 발을 맞추되 원전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원전 수출의 일선에서 국익을 끌어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뒤따르는 자리다.

해외 대응 역시 부담 요인이다. 국내에서는 원전 역할을 조정하면서도, 해외에서는 체코·중동 등 원전 수출 경쟁에서 한국형 원전의 기술력과 신뢰도를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하는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한수원 사장이 국내 정책 조정자이자 해외에서는 '원전 세일즈맨' 역할을 병행해야 하는 구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한전과의 역할 분담 문제도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해외 원전 사업에서 한수원은 기술·운영을, 한전은 금융·외교 채널을 담당해 왔지만, 사업 주도권을 둘러싼 긴장감은 미묘하게 반복돼 왔다. 이에 따라 새 사장은 기술 전문성뿐 아니라 조직 간 이해관계를 조율할 수 있는 협상력과 조정 능력이 핵심 역량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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