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사이클' 반도체 질주 등에 업은 韓수출, 사상 첫 7천억달러 목전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반도체·자동차 호조에 힘입어 한국의 연간 수출이 사상 첫 7000억 달러 고지를 목전에 뒀다. 특히 인공지능(AI) 수요 확산이 견인한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내연기관·하이브리드차의 회복 흐름이 맞물리면서 수출 실적은 일본과 유사한 수준까지 도달할 가능성도 커졌다.

산업통상부가 1일 발표한 '11월 수출입 동향(잠정)'에 따르면, 11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8.4% 증가한 610억 4000만 달러로 집계되며 역대 11월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6개월 연속 월간 최대 실적을 이어가면서 1~11월 누적 수출은 6402억 달러를 달성했다. 12월 수출이 작년과 같은 수준(613억 달러)만 유지돼도, 올해 수출은 7000억 달러를 돌파하게 된다.

올해 한국 수출이 7000억 달러 고지에 근접할 수 있었던 데는 세 가지 핵심 동력이 작용했다. 인공지능(AI) 기반의 고부가 수요를 선도한 반도체, 내연기관차·하이브리드차 중심의 자동차, 그리고 저변이 확대된 일부 주력 외 품목이 전체 수출 실적을 균형 있게 뒷받침했다.

1~11월 누적 수출액이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배경엔 품목별 구조적 선순환이 있었다는 평가다. 고정가격 상승세가 본격화된 메모리 반도체는 전체 수출을 끌어올렸고, 자동차는 북미 수요와 친환경차 전환 흐름 속에서 호조세를 이어갔다. 여기에 무선통신기기, 컴퓨터, 이차전지, 화장품 등 고부가와 소비재가 결합한 품목들이 전년 대비 플러스 흐름을 보이며 수출 저변을 넓혔다.

지난달에도 반도체는 AI 서버 및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고부가 메모리 수요가 폭증하면서, 반도체 수출은 172억 6000만 달러(38.6%↑)로 월간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메모리 반도체 수출이 전년 대비 60% 넘게 급증했고, D램(DDR5 16Gb 기준) 고정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4배 이상 급등해 가격 상승 효과도 뚜렷했다. 11월까지 반도체 누적 수출액은 1526억 달러로, 이미 연간 사상 최대 실적(2024년 1419억 달러)을 한 달 앞서 초과 달성했다.

자동차 수출도 64억 1000만 달러(13.7%↑)로 최대 실적을 썼다.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차가 모두 증가세를 보였고, 하이브리드차는 무려 43.4% 증가하며 친환경차 수요 확산 흐름을 반영했다. 다만 전기차는 소폭 감소해 증가율에는 제약이 있었다.

11월까지 자동차 누적 수출은 660억 4000만 달러로, 연간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이 확정적인 상황이다. 이 밖에도 무선통신기기(+1.6%), 이차전지(+2.2%), 컴퓨터(+4.0%), 화장품(+4.3%) 등도 고르게 플러스를 기록하며 수출 저변 확대에 기여했다.

7000억 달러 수출은 양적인 성과를 넘어 통상 여건 악화 속에서 이뤄낸 질적 진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한 관세 정책의 영향이 본격화된 상황에서도, 한국은 지역 다변화와 핵심 품목 경쟁력으로 불확실성을 뚫고 실적을 올렸다.

11월 대미 수출은 103억 5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0.2% 줄었다.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은 증가했으나, 철강(-24%), 일반기계(-18%), 자동차 부품(-13%) 등 관세 민감 품목이 부진하면서 전체 수출은 보합세에 머물렀다.

7000억 달러 달성은 눈앞이지만, 내년 수출 전망은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2026년 경제·산업 전망'에서 내년 한국 수출이 6971억 달러로 올해보다 0.5%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통상 불확실성, 올해 실적에 따른 기저효과가 주요 배경이다. 특히 철강(-5.0%), 석유화학(-2.0%), 기계·정유·조선 등 주요 산업군의 수출이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반도체 수출은 여전히 호조를 이어가겠지만, 올해의 16.6% 증가에서 내년엔 4.7% 증가로 둔화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차전지의 경우 해외 생산 확대 등의 영향으로 12% 감소가 예상된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대외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우리 기업들이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하는 능력을 발휘한 결과"라며 "우리 수출이 12월에도 성장 모멘텀을 이어가 경제 회복과 성장의 핵심적 역할을 지속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강화하겠다"라고 밝혔다.

freshness41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