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 "내년 韓성장률 1.9% 전망…환율은 1391원으로 안정 국면"

수출 둔화로 환율 하락 제한…내수와 재정이 성장 견인
반도체·바이오헬스 호조…철강·정유 등 전통 산업은 부진

권남훈 산업연구원 원장이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6년 경제·산업 전망'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11.24 ⓒ 뉴스1 김승준 기

(세종=뉴스1) 김승준 기자 = 산업연구원(KIET)이 올해 우리나라 연간 경제성장률을 1.0%, 내년도 성장률을 1.9%로 전망했다. 올해 수출 호조에 따른 기저효과로 내년 수출은 소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소비 회복과 정부의 확장적 재정 기조가 내수 중심의 성장 모멘텀을 형성할 것이란 분석이다.

올해 1~11월 평균 1416.9원을 기록한 원·달러 환율은 미국의 금리 인하로 한·미 금리차가 축소되면서 2026년에는 1391.7원 수준으로 내려갈 것으로 예측됐다.

권남훈 산업연구원장은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6년 경제·산업 전망' 브리핑에서 "2026년은 전체적으로 안정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반도체 의존도가 더 높아지는 가운데 다른 주력 산업의 경쟁력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산업 경쟁력 회복을 위한 전환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2026년, 내수 중심 성장…수출 둔화로 환율 하락은 제한적

산업연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1.9%로 제시했다. 수출은 일부 줄겠지만 정부의 경기 부양책과 재정 확대 효과로 내수 회복세가 강화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홍성욱 산업연 선임연구위원은 "올해 국내 실물경기는 소비와 수출이 2025년 2분기 반등한 데 이어, 3분기에는 정부의 소비지원책과 글로벌 IT 경기 회복이 맞물리며 성장세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가·금리 안정, 실질소득 및 가계소득 증가, 정부 지원 확대로 소비 여건이 개선되면서 내년 민간소비는 1.7% 증가해 올해보다 높은 수준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진을 겪었던 건설 부문도 내수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건설자재 비용 안정과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지출 확대가 이어지며 건설투자는 내년 2.7% 증가해 2020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준공 후 미분양 누적과 입주 물량 감소는 불확실 요인으로 지적됐다.

반면 2026년 수출은 0.5% 감소, 수입은 0.3% 감소해 무역수지는 675억 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산업연은 "주요국 경기 부양 기조와 글로벌 무역 불확실성 완화, AI 관련 반도체 수요 확대 흐름은 긍정적 요인이지만, 글로벌 경기 부진과 교역 둔화, 올해 수출 호조에 따른 기저효과로 전체 수출은 소폭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미·중 무역갈등과 미국의 관세 확대 가능성은 내년 수출의 부담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환율은 내년에 1391.7원으로 올해보다 낮아질 전망이다.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가 달러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한국의 수출 둔화와 대외 불확실성 지속으로 원화 강세 폭은 제한될 것으로 분석됐다.

홍 연구위원은 환율이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 "2017년 이후 환율 변동에 대한 수출 탄력성이 0% 수준에 가깝게 나타나는 등 영향력은 크지 않다"며 "기업들의 해외 생산 확대와 글로벌 공급망 활용으로 환율 민감도가 낮아졌다. 다만 절대 수준보다는 변동성이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연구원, 2026년 국내 주요 거시경제지표 전망 (산업연구원 제공) 2025.11.24 /뉴스1
반도체·ICT·바이오헬스 '강한 흐름'…철강·석유화학·정유는 '침체'

산업연은 내년 13대 주력 산업 수출 전망에서 반도체·정보통신기기·바이오헬스 등은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철강·석유화학·정유 등은 침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는 글로벌 AI 투자 확대로 수요가 계속 늘어나겠지만, 올해 16.6% 증가한 기저효과와 수요 안정화로 내년 수출 증가율은 4.7%로 둔화될 전망이다.

AI 투자 확대와 관련 산업인 정보통신기기는 SSD·낸드플래시 가격 상승 등을 바탕으로 내년 수출이 4.9%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바이오헬스는 바이오시밀러 위탁생산(CDMO) 수요와 주요 품목 수출 확대가 이어지며 7.8% 증가가 예상된다.

반면 철강은 미국 관세 강화와 유럽연합(EU)의 신규 규제 본격화 영향으로 수출액이 5% 감소할 전망이다. 정유는 국제유가 하락으로 단가가 떨어지며 16.3%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석유화학은 중국 등 주요 수출시장 내 자급률 상승, 미·중 갈등과 관세 이슈 등 불확실성 확대 영향으로 수출이 2%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 주력 업종인 자동차는 내년 수출액이 0.6% 감소해 올해와 유사한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는 자동차 수요가 5~10%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연은 "미국 정부의 자동차 품목 관세가 15%로 확정되며 불확실성은 줄었지만, 높은 관세율은 미국 비중이 큰 국내 자동차 수출에 부담 요인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미국의 전기차 구매보조금 폐지, 중국의 신에너지차(NEV) 구매세 면제 축소로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는 이어질 수 있다"며 "반면 유럽은 보조금·세제 혜택 강화와 보급형 전기차 출시 확대에 따라 판매 증가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2026년 13대 주력산업의 산업 전망 기상도 (산업연구원 제공) 2025.11.24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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