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쇠고기는 '사수'…미국車 배출가스 규제·GMO·디지털 비관세 분야는 양보
한미 팩트시트 속 '비관세 딜'…자동차·농식품·플랫폼 규제 완화
연내 한미 FTA 공동위원회 개최…"韓의 안정성 추구해 나갈 것"
- 나혜윤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한미 양국이 14일 공동 발표한 팩트시트(설명자료) 중 무역·통상 분야에서는 3500억 달러 대미 투자펀드 운용과 관련한 세부 내용과 한국산 자동차 품목관세 관세 인하, 비관세 장벽 조정에서 합의한 내용들이 포함됐다.
관세 협상 초기부터 우리나라가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지켜온 쌀·쇠고기 등 농산물 추가 수입 개방에 대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미국 측이 줄곧 요구해 온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농식품·디지털 분야의 비관세 규제 완화 내용이 담겼는데, 비관세장벽 완화를 통해 실질적 양보를 끌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실과 백악관은 이날 발표한 팩트시트를 통해 미국이 8월 7일부터 한국 상품 전반에 적용하고 있는 상호관세율 15%를 유지하고, 현재 25%인 자동차·부품 관세율을 15%로 낮추기로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설명자료를 발표했다.
팩트시트에서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농업 등 비관세 부문이다. 미국이 줄곧 요구해 온 쌀·소고기·대두 등의 추가 개방 요구는 이번 협상에서 제외됐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브리핑에서 "우리 농업 분야의 민감성을 감안하여 우리 농업 시장의 추가 개방이 없도록 철저히 방어하고, 투명성 제고 및 협력 강화에 주안점을 두었다"고 밝혔다.
실제 공동 설명자료에 따르면, 쌀·소고기·대두 등 민감 품목에 대해선 관세 인하나 물량 확대 등의 시장 개방 조치가 아예 언급되지 않았다. 이른바 'TRQ(저율관세할당)' 확대도 포함되지 않으면서 당초 우려됐던 시장 충격은 일단 피한 셈이다.
다만 농산물, 자동차, 디지털, 지재권·환경 등 분야에서는 제도 정비나 절차 간소화 등이 포함돼 비관세 장벽이 일부 완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자동차 분야에서는 미국산 차량의 수입 상한을 철폐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미국 연방 자동차 안전기준(FMVSS)을 충족한 차량은 연간 5만 대까지 추가 개조 없이 수입 가능했지만 이 상한을 없애기로 한 것이다. 정부는 2023년 기준 미국산 차량 수입이 4만 7000대 수준이라는 점에서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또 자동차 환경기준과 관련해서는 "미국산 자동차에 대해 국내 배출가스 인증 신청 시 미 환경당국에 제출하는 서류를 그대로 제출할 수 있도록 해 행정상의 부담을 완화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이중 인증 부담을 없앤 조치로, 비관세 장벽 완화 요구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농업 분야에서는 GMO와 원예작물 관련 수입 절차 정비가 핵심이다. 여 본부장은 "위해성 심사 기준과 자료제출 범위 등을 명확히 하는 위해성 심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며 "미국이 신청하여 심사가 진행 중인 품목에 대해서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관련 절차에 따라 심사를 완료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산 과일·채소 등 원예작물 검역에 대해서는 전담 창구인 'U.S. Desk'도 설치된다. 산업부에 따르면 U.S. Desk가 설치된다고 해 기존의 8단계 검역협상 절차가 단축되거나 생략되는 것은 아니며 예전과 마찬가지로 모든 절차가 충실히 완료되어야 원예작물 수입허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미국산 체다치즈나 살라미 등 특정 명칭 사용 제품의 국내 시장 접근성은 기존대로 유지된다. 이는 유럽연합(EU)과의 FTA 협상에서 쟁점이 된 '지리적 표시(GI)' 문제와 관련해 미국 측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디지털 서비스 분야에서는 국경 간 데이터 이전, 망 사용료, 온라인플랫폼 규제 등에서 미국 기업 차별을 방지한다는 원칙적 합의가 이뤄졌다. WTO 전자적 전송물(디지털 콘텐츠 등)에 대한 무관세 조치도 유지하기로 했다. 산업부 "WTO 차원에서 모라토리엄이 유지된다면 우리 K-콘텐츠 수출 등 비즈니스 환경의 법적 안정성 및 예측 가능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합의에서 명시된 비관세 협력 내용을 제도적으로 담보하기 위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상의 공동위원회를 연내 개최할 예정이다. 여한구 본부장은 "12월 정도로 예정하고 있고, 우리는 한미 FTA가 13년을 맞는 굉장히 중요한 제도적인 틀이라고 주장을 하면서 후속 조치를 해 왔기에 FTA 미체결한 나라들에 비해서는 우리가 안정성을 계속 추구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여 본부장은 "팩트시트에 나온 부분들이 중심이 된다고 보면 될 것"이라며 "어떻게 보면 양측이 가장 관심이 있고 또 중요한 그런 이슈들"이라고 말해 추가 협상 여지에는 선을 그었다.
freshness41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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