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국은 조선업 마스터"…관세협상 승부수는 '마스가'
마스가 프로젝트, 韓 요구 모두 관철…"우리 기업 주도로·보증 포함"
미국, 일본 등과도 조선업 협력…전문가 "주축은 한국이 될 것'
- 김승준 기자, 이강 기자, 심서현 기자
(세종=뉴스1) 김승준 이강 심서현 기자 = 한미 관세협상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깨고, 29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극적으로 타결됐다. 이번 협상의 핵심 지렛대는 총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중 1500억 달러를 차지하는 조선업 협력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한국은 조선업 마스터”라고 언급하며, 한국 조선업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했다.
마스가는 일반 투자와 달리 한국 기업이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투자 방식에서도 보증 등 한국에 유리한 조건이 포함되는 등 우리 측 핵심 요구가 상당 부분 관철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위성락 대통령실 안보실장은 29일 한미 정상회담 결과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선박과 잠수함 건조 능력을 포함한 한국의 제조업 역량을 높이 평가했다"며 "CEO 서밋 연설을 포함해 수시로 한국의 우수한 조선 기술이 미국 조선 산업의 현대화와 역량 강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마스가 프로젝트는 지난 7월 이뤄진 관세협상 중에도 대표적인 협상 레버리지로 꼽혀왔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 내 신규 조선소 건립 △조선 인력 양성 △조선 관련 공급망 재구축 △조선 관련 유지 보수(MRO) 등 다방면으로 추진된다.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해양 지배력 복원' 행정명령을 통해 조선업을 '국가 안보 및 경제 안보의 핵심'으로 규정했다. 시장조사 기관 클라크슨 리서치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세계 조선업 수주 점유율은 중국 69.2%, 한국 18.1%, 일본 4.6%다. 미국은 1% 미만이다.
견제 대상인 중국을 제외하면 미국의 협력 상대는 한국이 될 수밖에 없는 구도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한미 관세 협상의 주요 쟁점인 대미 투자의 현금 비중에서도 마스가 프로젝트는 특별대우를 받았다.
3500억 달러 대미 투자를 두고 미국은 전액 현금 투자를 주장했고, 한국은 현금과 보증을 혼합하는 방식으로 의견이 갈렸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대미 투자 3500억 달러는 현금투자 2000억 달러와 조선업 협력 1500억 달러로 구성된다"며 "마스가 프로젝트는 우리 기업 주도로 추진하며, 우리 기업의 투자는 물론 보증도 포함하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마스가 프로젝트 이외의 투자는 미국의 주장이 관철됐지만, 마스가 프로젝트는 보증이 포함돼 한국의 의견이 관철됐을뿐만 아니라 '한국 기업 주도 추진'이라는 양보까지 얻어낸 것이다.
우석진 명지대학교 교수는 "(조선업 협상결과는) 선박 금융 등 다양한 보증과 한국 조선업의 미국 진출 기회를 활용할 수 있어, 우리로서는 자유도가 높고 전략적으로 유리한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협상 결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김정식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도 "우리 조선산업 발전 측면에서도 유리하고, 1500억 달러를 추가로 다른 곳에서 조달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긍정적인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이 마스가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만큼 투자 이익이 장기적으로 한국에 귀속돼, 정부가 우려했던 외화 유출 문제도 일부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조선업 재건과 해양 패권 경쟁을 위해 한국 외 국가들과도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지만, 한국의 납기 준수와 기술력 강점 등을 고려할 때 '마스가 프로젝트' 효과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주요 인사들은 일본을 방문했고, 방일 기간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일본 국토교통상과 조선 분야 협력 각서(MOC)를 체결했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미일 조선 분야 MOC에는 △양국 조선 능력 확대 △미국 해사 산업 기반 투자 촉진 △경제 안보상 중요 선박 수요 명확화 △조선업계 인력 양성 △인공지능(AI) 및 로봇 기술을 포함한 기술 혁신 등 5개 항목이 담겼다.
또 이달 9일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는 미국이 북극항로 개척을 위한 쇄빙선 11척을 구매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이 여러 국가와 조선업 협력을 추진하지만, 주축 파트너는 한국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희수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조선해양PD는 "현재 일본 조선소 규모가 작아 미국과 일본이 협력해도 미국이 원하는 만큼 적시에 배를 만들기 어렵다"며 "과거에는 일본이 한국보다 가볍고 성능 좋은 배를 만들었지만, 최근 기술력은 한국이 우위에 있다. 트럼프 임기 내 조선업 요구를 충족시킬 곳은 한국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첨단 조선소와 자동화 측면에서 중국이 상당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미국이 중국 기술을 도입할 수 없어 한국의 용접 로봇이나 생산시설 자동화 기술을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며 "자율 수상정 등 군사 부문에서도 양국 기업 간 협력이 진행되고 있어 미국이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seungjun24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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