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희토류 전쟁에…韓, 생존 위한 수급 총력전
中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에…美, 호주와 손잡고 공급망 전쟁 준비
한국도 中 희토류 의존 80% 달해…시장 다변화 등 공급망 확보 전략
- 김승준 기자
(세종=뉴스1) 김승준 기자 = 세계 희토류 시장을 장악한 중국이 수출통제에 나서고, 미국이 대응에 나서면서 희토류 공급망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도 희토류 수입시장 다변화 등 공급망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체계 구축에 나섰다.
희토류는 시장 규모는 작지만, 반도체와 전기차, 전기·전자 부품 등 한국의 주력 산업에 필수적인 자원으로, 정부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호주는 20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핵심 광물 공급 협약을 체결했다.
양국은 향후 6개월 이내에 각각 최소 10억 달러를 투자해 광물 개발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번 광물 협약의 배경에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가 있다. 중국은 지난 9일 '해외 관련 희토류 물자에 대한 수출 통제 결정'을 발표하면서, 자국의 희토류 수출은 물론 중국산 희토류가 포함된 영구자석 등 제품을 제3국과 거래할 때도 별도의 수출 허가를 받도록 했다. 아울러 희토류 채굴, 제련, 재활용 등 일련의 공정에 대해서도 통제를 강화했다.
이 같은 수출 허가제를 따르지 않을 경우, 중국산 희토류 조달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해외 기업들은 제품 수출 시 중국의 정책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중국은 희토류 광산 생산의 60~70%, 정제·분리 공정의 85~90%, 최종 제품 기준으로는 80~90%를 차지하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공급망에서 영향력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희토류가 반도체, 전기차,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의 생산성과 인프라 유지에 필수적인 원료라는 것이다.
대표적으로는 영구자석이 있다. 영구자석에 사용되는 네오디뮴(Nd), 프라세오디뮴(Pr), 디스프로슘(Dy), 터븀(Tb) 등은 중국 의존도가 높다.
영구자석 자체는 구조가 단순하지만 '전기를 이용한 구동' 기술에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특히 희토류를 포함한 영구자석은 강한 자력과 지속성을 지녀, 소형화에 유리하다. 이로 인해 희토류 영구자석은 고성능 모터, 정밀 기계 제어 부품 제작에 필수적으로 쓰인다.
이 같은 특성을 바탕으로 고성능 희토류 자석은 전기차 구동 시스템, 내연기관차 부품, 스마트폰, 각종 가전제품, 발전기, 산업용 로봇, 휴머노이드 등에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또 중국의 점유율이 높은 희토류로 분류되는 란타넘(La), 이트륨(Y), 하프늄(Hf) 등은 반도체 박막과 절연막의 필수 재료다. 하프늄은 엄밀히는 희토류가 아니지만, 반도체 업계에서는 희토류 수준의 전략자원으로 취급된다. 하프늄 산화물은 5나노미터(㎚) 이하의 초미세 공정에서 생산되는 고부가가치 반도체에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이외에도 반도체 생산에 활용되는 첨단 장비 제작에도 희토류가 사용되기 때문에, 공급 차질은 직간접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쉽게 대체할 수 없는 희토류의 수출 통제가 강화되면, 한국의 핵심 수출 산업인 자동차, 반도체 산업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아울러 정부가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인공지능(AI), 로봇, 에너지 산업 역시 각종 전기·전자 부품 등을 매개로 간접적인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현재 한국의 희토류 수입은 약 80% 이상이 중국산에 의존하고 있어, 정부도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 나섰다.
한국광해광업공단(KOMIR)은 희토류를 비축하며 공급망 위기 시 국내 업체에 방출하거나 대여하는 역할을 하는 유일한 공공기관이다.
KOMIR는 그간 공개해 오던 비축량 정보를 최근 비공개로 전환했다.
KOMIR 관계자는 "국가 산업 수급에 필요한 광물 위주로 비축하고 있는데, 비축 일수 등은 공개하고 있지 않다"며 "비축량을 시장에 공개하면 유불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제 희토류 공급망이 불안정해지는 상황에서 한국의 희토류 재고 정보가 노출되면, 판매자가 수급 위기 등을 파악해 협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부도 범부처·유관기관을 포함한 '희토류 공급망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대응 태세에 나섰다.
우선 중국과의 협업채널을 통해 이번 수출 통제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희토류 수급 대응 지원센터'를 가동해 △기업 애로 접수 △수급 상황 모니터링 △긴급 대응 지원 등을 해나갈 예정이다.
또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희토류 대체 공정 개발, 희토류 제품에서 희토류를 재자원화하는 기술 개발 등 연구·개발(R&D) 강화를 추진한다.
이와 함께 중국 이외의 해외 희토류 광산·정제련 투자 프로젝트 지원도 강화할 예정이다. 특히 최근 희토류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호주 등을 대체 수입처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희토류 공급망 TF는 관계 부처·기관 논의를 통해 연내 '희토류 공급망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seungjun241@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