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중순 전력수요 피크 찍을 듯…"예비력 충분, '블랙아웃' 방어"

8월 셋째주 전력수요 정점 예상…"예비력·비상자원 10% 이상 확보"
태양광 발전도 전력 수급 안정에 기여…당국, 현장 모니터링 지속

ⓒ News1 박지혜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연일 이어지는 폭염으로 8월 중순 전력 수요가 올여름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력 수급 여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냉방 수요가 증가하고 산업·상업 시설의 전력 사용까지 함께 늘어나면서, 일각에서는 전력 공급 여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는 충분한 예비력과 태양광 등 분산형 자원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급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여름철마다 반복되는 수요 급증 상황에서 전력 체계의 지속 가능성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30년만에 가장 뜨거웠던 7월…전력수요도 급증

올해 7월 기온은 예년 수준을 크게 웃돌았다. 10일 기상청에 따르면, 7월 기후 특성 분석 결과 지난달 전국 평균기온은 27.1도로, 1994년 7월(27.7도)에 이어 1973년 기상관측망이 확충된 이후 두 번째로 높았다. '20세기 최악의 더위'로 꼽히는 1994년 이후 30년 만에 가장 뜨거운 7월이었던 셈이다.

7월 평균 최고기온과 최저기온은 각각 32.0도와 23.0도로 역대 2위와 3위를 기록했다. 폭염일수(일최고기온이 33도 이상)는 14.5일로 1994년 7월(17.7일)과 2018년 7월(15.4일)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고, 열대야일수도 6.7일로 통계상 네 번째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

기록적인 폭염은 전력 수요에도 영향을 미쳤다. 7월 월평균 최대전력은 85.0기가와트(GW)로, 지난해 같은 기간(80.5GW) 대비 5.6% 증가했으며,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93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는 역대 월평균 최대전력 최고치였던 2024년 8월(87.8GW)의 97%에 달하는 수치로, 7월 전력 수요가 사실상 8월 수준에 근접한 셈이다.

밤낮을 가리지 않는 폭염 속에 가정은 물론 사무실과 산업현장까지 냉방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력 사용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공장, 데이터센터, 대형 쇼핑몰 등 전력 다소비 시설의 냉방기와 냉각탑 가동이 활발해지며 전력망 전체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력 피크 시점, 당초 예측보다 한 주 늦춰질 가능성…"예비력은 충분"

다만 전력 피크 시점은 당초 당국의 예측보다 다소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다. 전력당국은 8월 첫째 주 전력 수요가 90GW를 웃돌 것으로 전망했지만, 비 소식과 함께 예상보다 낮은 기온이 이어지며 실제 수요는 87GW 안팎에 머물렀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예상 대비 낮은 온도와 강수 영향으로 수요가 다소 주춤했다"며 "전력 피크는 정확도 높은 단기 기상예보를 반영할 경우 8월 18일 이후 셋째 주 후반으로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올여름 최대 전력 수요 시점을 8월 둘째 주 평일 오후 5∼6시로 전망하며 최대 97.8GW까지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역대 최고치였던 2023년 8월 20일(97.1GW)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다만 예상보다 더디게 전력 정점이 형성되며, 정부와 전력 당국은 수요 추이를 실시간으로 관측하면서 대응 체계를 조정 중이다.

정부는 8월 중순 전력 수요가 최대치에 달하더라도 공급 여력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전력당국은 둘째 주 기준 예비력을 최대 8.8GW 확보하고 있으며, 설비 고장이나 기록적인 폭염 등 돌발 변수에 대비해 추가로 8.7GW 규모의 비상 자원도 준비해 둔 상태다.

특히 전력시장 밖에서 생산·소비되는 태양광 전력도 수급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7일 태양광 발전은 오후 12시 25분부터 1시 30분까지 전체 전력 수요의 20%, 오후 4시 5분까지도 15%를 충당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태양광 사업자의 자가소비가 전력시장 내 수요를 줄이는 데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분산형 전원은 최대 전력 수요 발생 시간대를 늦추는 효과도 있다. 실제 전력 수요 정점 시간대가 기온이 가장 높은 시각과 다소 차이를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다.

정부와 에너지 공기업들도 여름철 전력 수급 대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발전5사는 폭염과 집중호우가 반복되는 가운데 전력 수급 안정과 근로자 안전 확보를 위한 현장 점검을 지속하고 있으며, 산업부는 오는 9월 19일까지를 '여름철 전력 수급 대책 기간'으로 정하고 한국전력 등과 함께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 중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폭염, 태풍, 대규모 설비 고장 등 다양한 위기 상황에 대비해 미리 준비한 자원을 즉시 투입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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