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한국형 SMR 첫 시험대…연내 실증 부지 선정·안전성 검증
i-SMR 실증 부지 12월 확정 예정…공모 절차 진행
가시화 되는 한국형 SMR…주민 수용성 확보가 변수
- 김승준 기자
(세종=뉴스1) 김승준 기자 = 한국수력원자력이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설계의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인허가 절차와, 이를 뒷받침할 실증 실험로 부지 선정이 이르면 연내 마무리될 예정이다. 한국의 소형모듈원자로(SMR) 시장 도전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30일 원전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세계 각지에서 SMR의 양산을 전제로 한 공급 계약과 대규모 투자가 잇따르면서, 한국형 SMR 사업에 대한 업계와 금융권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i-SMR 개발 사업은 한국수력원자력이 2020년부터 시작한 차세대 원자로 개발 사업으로 2030년대 상업적 활용이 목표다.
SMR은 건설하는 대형 원전 시스템과 달리 각 부분(모듈)을 공장에서 생산해 설치 지역에서 조립하는 개념의 소형 원자로다. 양산을 통해 설치 기간, 단가를 줄이는 동시에 발전량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최근 대규모 인공지능(AI) 연산 시설과 데이터센터 등 특정 지역의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할 수단으로 주목받으며, 잠재 시장 규모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현재 i-SMR은 주요 기술 설계를 마치고, 안전성 규제 심사인 '표준설계인가'를 준비 중이다.
표준설계인가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해당 설계가 안전성 기준을 충족하는지를 독립적으로 평가하는 제도다.
일반적으로 원전은 설계 단위에서 표준설계인가를 통해 새로운 설계의 안전성을 검토하고, 건설 허가 단계에서 실제 개별 원자로의 설치 지역에 따른 안전성 변수, 사업자의 기술 능력 등을 확인한다. 이후 운영 허가에서는 건설이 계획대로 이뤄졌는지, 운영이 안전하게 이뤄질 수 있는지를 점검한다.
이 절차는 신형 원자로가 처음으로 외부의 객관적 검증을 받는 단계로, 기술적 완성도를 평가받는 사실상 첫 시험대다.
한수원은 안전성 분석 보고서 집중 검토 회의를 이달 16일부터 5일간 열었다. 이 회의에는 한국전력기술, 한전연료, 학계 등 정부 혁신형 SMR 개발 사업에 참여 중인 기술자 200여 명이 참석해 인허가 보고서 초안을 준비했다.
한수원은 9월에 검토회의를 열어 원안위에 제출할 최종본을 마련해, 연내 인허가 신청을 한다는 계획이다.
한수원 관계자에 따르면 i-SMR 1호기 실증 부지도 올해 12월 확정할 예정이다. 실증로는 기술의 실제 작동 여부를 검증하는 데 중점을 두지만, 향후에는 전력 공급을 위한 상업적 기능도 수행하게 된다.
부지 선정은 지자체 자율유치 공모 형식으로 추진될 예정이며, 하반기에 공모 절차가 시작된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부지선정평가위원회가 꾸려져 지질학적 안전성, 인구밀집지와의 거리, 기상 안전성 등을 종합평가한다.
관건은 결국 지역 주민의 수용성이다. 기존 원전 부지 선정 과정에서도 일부 주민이 절차 중반에야 관련 정보를 접하고 반발하면서 갈등이 발생한 사례가 있었다.
SMR은 기존에 없던 신형 원자로인 만큼, 기술적 불확실성에 따른 주민 불안이 더 클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수용성 확보가 한층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최근 SMR 특별법이 발의되자 환경단체에서는 SMR이 기술적 실증이 안됐고 설계 구조 자체가 위험하다는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에 원자력학회는 SMR이 대형 원전에 비해 출력이 낮고, 전원 공급 없이 작동하는 피동안전계통을 갖춘 점을 들어 안전성 우려에 반박했다.
한국이 설계 인허가를 준비 중인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이미 실증로(시범용 원자로)를 건설해 운용 중이다. 미국, 캐나다도, 아르헨티나 등도 실증로를 건설 중이다.
이처럼 한국은 국제 경쟁에서 선도국보다 상대적으로 뒤처진 단계다.
다만 안전성을 확보하면서도 시행착오를 줄이는 효율적 일정 관리 간 균형이 필요하다. SMR은 안전성 자체가 국제 수출 경쟁력의 핵심이기 때문에,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충분한 검토와 독립성은 오히려 경쟁력 확보에 필수다.
i-SMR 사업 계획에 따르면 표준설계인가는 2026년부터 2028년까지 이뤄질 예정이다.
규제 당국인 원안위도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두면서도 효율적 심사를 위해 준비 태세를 갖춘 상태다.
2022년 9월부터 SMR 개발진에게 규제 요건을 설명해 이를 반영한 설계가 되도록 이해도를 높여왔다. 동시에 i-SMR에 관여하지 않은 전문가 그룹을 만들어 신기술인 SMR에 맞는 평가방식 개발과 검토를 이어왔다.
아울러 올해에는 대형원전과 구분되는 SMR 특성을 반영해, 새로운 운용 규범을 마련하기 위한 규제 정비 작업에도 착수한다.
최원호 위원장은 올해 2월 "혁신적 설계가 적용된 소형모듈원자로는 높아진 기술 수준에 걸맞은 최상의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기존의 대형 원전과는 다른 소형모듈원자로의 새로운 설계특성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규제 준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seungjun24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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