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새 정부 향방은…"구체적인 제안은 아직"

알래스카 현장 한국에 보여줬지만 구체적인 자료는 제공 안돼
美북극전략 연계된 알래스카 프로젝트…李정부 참여압박 이어질 듯

총 1300㎞ 길이의 미국 알래스카 파이프라인(TAPS) 전경 (자료사진) ⓒ AFP=뉴스1

(세종=뉴스1) 김승준 기자 = 미국이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현장을 한국 정부 대표단에 공개하는 등 사업 참여를 전면적으로 권유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으로 정상외교가 재개되며 사업 참여 압박이 강해질 전망이지만, 아직 사업성을 판별할 구체적인 자료는 제공되지 않아 사업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 대표단은 지난 2~3일 앵커리지에서 열린 '제4차 알래스카 지속 가능한 에너지 콘퍼런스'에 참석한 후 귀국해 정부 내 정보 공유를 준비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임기 첫 달부터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정책 추진 방침을 밝히며 관련 규제 해소와 승인 절차를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의회 연설, 일본과의 정상회담, 한덕수 전 권한대행과의 통화에서 한국, 일본의 참여 압박을 이어오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당선으로 트럼프 2기 정상외교가 본격화된 만큼 한국을 향한 압박 수위도 높아질 전망이다.

하지만 프로젝트의 경제성과 리스크를 평가할 수 있는 자료는 아직 한국 측에 전달되지 않아 사업 참여 여부를 가늠할 판단 근거가 부족한 상황이다.

알래스카 LNG 손잡자는 미국…자원, 북극 안보까지 겨눈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임기 첫날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한 것에 이어 일본과의 정상회담, 미국 의회 첫 연설, 한덕수 권한대행과의 통화 등에서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의 참여를 강조해 왔다.

5월 미국 연방 파이프라인·위험물 안전청(PHMSA)은 알래스카 LNG 시설 규정과 인프라 신속 승인 등을 목적으로 하는 규제 완화 의견 수렴에 나섰다. 아울러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는 최종 보충 환경영향평가(EIS)를 통해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가 환경 측면으로 관리할 수 있는 범위라고 판단하기도 했다.

이번 달 3일에 열린 '알래스카 지속가능 에너지 콘퍼런스'에서는 미국 연방 정부 알래스카주 정부 주요 인사들이 전 세계 에너지 정책 관계자, 투자자를 대상으로 사업 설명에 나섰다. 한국도 산업부와 가스공사 관계자로 구성된 대표단을 파견했다. 대표단은 현장 시찰에서 관련 설명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하는 배경에는 자원 확보와 경제적 효과뿐 아니라, 북극 안보 전략상, 이 지역의 지정학적 중요성도 작용하고 있다. 북극은 해빙에 따른 항로 확보로 미국의 주요 전략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2024년 미국 국방부의 '북극 전략'에서는 에너지 인프라를 포함한 북극권 인프라 확충이 미군의 작전 지속성에 필수적이라고 명시한다. 특히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로 건설되는 1300㎞가량의 가스관 인프라 건설은 군 통신망 등 인프라 확충과 병행할 수도 있다.

에너지 측면에서도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단순한 자원 확보를 넘어, 한국·일본·대만 등 아시아 동맹국과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려는 미국의 외교·안보 구상의 하나로 해석된다. 에너지 공급망을 통한 경제적 연계는 군사·외교적 결속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 프로젝트는 미국의 대중 견제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을 감안할 때, 미국은 향후 이재명 정부와의 정상외교 과정에서도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대한 한국의 참여를 지속해서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마이크 던리비 알래스카 주지사는 한국을 방문해 지난 3월 26일 이재명 대통령(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과 면담을 가졌다.

면담 후 더불어민주당은 "이 대표와 던리비 주지사는 굳건한 한미동맹 토대에서 에너지 사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 미래지향적 협력을 지속해 나가는 데에 의견을 같이했다"며 "알래스카 개발과 관련해서도 지속해서 소통해 협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6일 한남동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6.6/뉴스1 ⓒ News1 허경 기자
동맹 압박 속 알래스카 LNG…한국, 참여 판단은 아직

미국이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를 전략적 의제로 추진 중인 가운데, 이 사업은 한미 관세 협의를 포함한 동맹 관계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에는 권한대행과의 통화 직후 소셜미디어에 "미국산 LNG 구매, 알래스카 파이프라인 합작 투자가 관세 협상의 핵심 의제다"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 차원에서는 아직 구체적인 사업성 검토나 참여 결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2010년대 초반에도 추진됐지만, 국제 에너지 시장의 급변과 사업성에 대한 불확실성 탓에 일부 참여 기업들이 중도 이탈하며 좌초된 바 있다. 이번 사업 추진에서도 사업성 검토가 필수적이지만 미국 측에서 상세한 검토자료가 제공되지 않고 있다.

4월 15일 가스공사와 알래스카가스라인개발(AGDC) 실무진은 화상회의를 개최했지만, 검토할 수 있는 수준의 자료는 이후에도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이번 달 2일 열린) 알래스카 콘퍼런스에서도 기존에 알려진 수준의 프로젝트 소개 브리핑이 있었고 구체적인 제안서를 받거나 사업 계획이 논의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6일 이뤄진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첫 통화에서도 구체적인 협의보다는 현안과 관련한 원론적 입장만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한미 간 관세 협의와 관련, 양국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합의가 조속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며 "이를 위해 실무 협상에서 구체적 성과가 나오도록 독려해 나가기로 했다"고 했다.

이처럼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외교·안보·통상 현안으로 떠올랐지만, 한국 정부는 사업성 검토를 선결 과제로 보고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참여 여부는 향후 정상 회담, 실무 협의 과정에서 제공될 구체적 자료와 경제성 평가를 바탕으로 판단될 것으로 보인다.

seungjun24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