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재정 곳간지기에 '재정 매파' 이혜훈…균형추 역할 주목
李후보자, 과거 "정부지출의 '재정 독소' 경계"…민간 효율성 강조
관행적 지출에 메스…무분별한 예산 증액에 '현미경 검증' 할 듯
- 전민 기자, 이강 기자
(세종=뉴스1) 전민 이강 기자 = '확장 재정'을 기치로 내건 이재명 정부의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재정 건전성'을 강조해 온 이혜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깜짝 발탁됐다. '재정 매파'로 꼽히는 이 후보자는 향후 재정 운용과 예산 편성 과정에서 확장과 절제 사이의 균형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 후보자가 그간 "정부의 비효율적 지출은 독(毒)"이라고 주장해 온 점을 감안하면, 신설되는 기획예산처는 각 부처의 무분별한 예산 증액 요구를 억제하고 개별 사업의 타당성과 효율성을 면밀히 점검하는 '현미경 검증' 역할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9일 이 후보자의 과거 발언을 종합하면, 그는 재정을 대규모로 투입해 경기를 부양하는 정부 주도 성장 전략보다는 시장의 자율성을 극대화해 민간의 활력을 높이는 데 정책적 방점을 찍어 왔다.
이에 따라 확장재정을 통한 성장률 제고, 세수 증대 등 선순환을 강조하는 이재명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와 이 후보자의 철학은 다소 결이 다르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다만 정부의 전반적인 경제정책 방향을 고려할 때, 이 후보자가 단순한 긴축 기조를 고수하기보다는, 정부 지출이 민간 투자를 위축시키는 이른바 '구축 효과'를 최소화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자는 지난해 2월 JTBC 유튜브 라이브 '장르만 여의도'에 출연해 "재정 지출을 늘린다고 경제 활성화로 그대로 가지 않는다는 연구가 많다"며 재정의 독소 효과를 우려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세금을 걷어가서 국가가 지출하게 되면 누수와 비효율 때문에 오히려 경기 활성화에 안 좋다"며 "똑같은 1을 썼을 때 정부가 가져가서 쓰는 것보다 민간이 쓰게 내버려두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이 후보자가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AI·에너지 등 확장재정을 통한 신산업 투자에는 동의하더라도, 성과가 불분명한 재정 사업은 과감하게 구조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이 후보자는 국가채무 관리 영역에서도 재정 규율 등 원칙을 강조해 왔다. 특히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급증한 국가채무를 거론하며 재정 규율의 붕괴를 강하게 비판한 이력이 있다.
이 후보자는 지난해 9월 JTBC '오대영 라이브' 인터뷰에서 "건국 이래 70년 동안 전쟁과 IMF 외환위기, 오일 쇼크를 다 겪어오는 과정에서도 쌓인 국가 채무가 660조 원이었다"며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단 5년 만에 416조 원을 더 얹어 놓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 정부가 국가 부채를 이렇게 기록적으로 늘린 것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5년 만에 13%포인트나 급등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향후 재정정책 설정에도 상당 부분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후보자가 확장 재정을 뒷받침하더라도, 국채 발행을 통한 조달보다는 기존 지출의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한 재원 마련 등을 강조하며 재정 관리의 '파수꾼' 역할을 자처할 가능성이 있다.
이 후보자가 국회의원 시절부터 보여준 재원 조달에 대한 엄격한 검증 태도는 향후 기획처의 운영 방향을 가늠케 한다. 그는 2017년 바른정당 대표 시절 당시 문재인 정부의 예산안을 두고 "장밋빛 전망에 기댄 재원 조달 계획은 말 그대로 미션 임파서블(불가능한 임무)"이라고 꼬집으며 '정확한 계산서'를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기획처가 향후 예산 편성에서도 실현 가능한 세입 추계를 강조하며 사업의 속도와 규모를 조절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실은 이 후보자의 깐깐한 전문성이 국정 운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후보자는 다년간의 의정활동을 바탕으로 출범하는 기획예산처의 국가 중장기전략을 세심히 수립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회복시킬 적임자"라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이 수석은 "대통령의 국정 인사 철학은 기본적으로 통합과 실용이라는 두 축이 있다"며 "실용과 통합이라는 국정 철학 기조 위에서 이분들이 더 큰 힘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자는 지명 이후 입장문에서 "경제와 민생 문제 해결은 본래 정파나 이념을 떠나 누구든지 협력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 저의 오랜 소신"이라며 "성장과 복지 모두를 달성하고 지속성장을 이뤄내야 한다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목표는 평생 경제를 공부하고 고민해온 저의 입장과 같다"고 밝혔다.
이어 "기획처는 복지와 성장 모두를 달성하고 지속성장을 이뤄내야 한다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목표를 수행하는 곳인 만큼,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min785@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