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마지노선 붕괴 기정사실…"얼마나 높고 오래가 더 중요"
전문가들 비가역적 피해 경고…순흡수 앞서 '당장 감축' 필요
-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이 기후위기 대응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를 향후 수년 안에 넘어설 전망이 나오자 전문가들은 이제 1.5도 초과 여부 자체보다 얼마나 높은 온도까지 올라가고, 그 상태가 얼마나 오래 이어지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미래에 기온을 다시 낮추더라도 빙하와 해양, 생태계 등 일부 변화는 되돌리기 어려운 만큼 탄소제거 기술을 믿고 현재의 감축을 늦춰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2일(현지시간) 공개한 '1.5도 초과 최소화'(Limiting Overshoot) 보고서에서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도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이 산업화 이전보다 1.8도 높은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1.5도를 넘어선 뒤 정점을 최대한 낮추고 초과 기간을 줄인 뒤 다시 1.5도 아래로 낮추는 '초과-정점-하강'(overshoot, peak and decline) 경로를 최선의 선택으로 제시했다.
국종성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최종적으로 1.5도로 돌아오는 것뿐 아니라 1.5도 이상에 얼마나 오래 머무르는가가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생태계와 빙권, 해양은 기온 변화에 즉각적이고 가역적으로 반응하지 않아 더 높은 온도를 장기간 경험한 뒤 다시 내려온 1.5도의 지구는 상승 과정에서 처음 1.5도에 도달한 지구와 같지 않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도 "1.5도 목표의 성패는 도착점만으로 가릴 수 없다"며 "오버슈트의 세계에서는 최종 온도 못지않게 얼마나 오래, 얼마나 높이 그 선을 넘었는가가 결정적"이라고 말했다. 초과 폭과 기간이 커질수록 누적되는 피해가 미래 세대로 넘어간다는 지적이다.
탄소중립 이후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순흡수하는 '넷네거티브' 경로도 현재의 감축을 미루는 근거가 돼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공통적으로 나왔다. UNEP은 산림 조성 등을 통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고 저장하는 이산화탄소제거(CDR)가 이 과정에서 필수적인 수단으로 제시했다.
예상욱 이화여대 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CDR은 감축의 대안이 아니라 보완 수단"이라며 "탄소중립 계획에서 CDR을 감축 지연의 근거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국 교수도 "온난화를 사전에 억제하는 것이 이미 발생한 온난화를 대규모 탄소 제거를 통해 되돌리는 것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UNEP 역시 CDR를 1.5도 아래로 복귀하기 위한 수단으로 제시하면서도 지속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대신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온난화 정점을 2도보다 충분히 낮게 유지하고 잔여배출을 줄여야 CDR을 통한 기온 하강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1.5도 초과가 현실화하면 감축뿐 아니라 기후적응의 중요성도 커진다. 오재호 부경대 명예교수는 "더워진 세상에서 국민의 생명과 산업을 지키는 적응력과 회복력은 결국 각 나라의 실질적인 생존역량"이라며 과거 기후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도시·하천·방재·에너지·교통 인프라를 미래기후에 맞게 재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은 "1.5도를 넘더라도 다시 내려올 수 있다"는 가능성보다, 정점을 얼마나 낮게 만들고 초과 기간을 얼마나 짧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며 이를 위해 현재의 감축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쪽에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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