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바꾸는 커피 지도…태국 아라비카, 고급 시장 도전장
집중호우·토양침식·병해충 확산에 하와이 커피 생산·품질 위협
태국선 아편 대체작물로 커피 재배 확산…폐수처리 기반은 과제
-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세종=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18~22도 안팎의 서늘한 기후에서 안정적으로 자라는 고급 커피 품종 아라비카가 기후변화의 압박을 받고 있다. 전통적인 프리미엄 산지인 하와이 코나가 기온 상승과 집중호우, 병해충 위험에 대응하는 가운데, 2021년 태국 커피 생산량의 약 60%를 담당한 북부 산악지대도 공동체 기반 친환경 재배를 통해 스페셜티 시장에서 존재감을 넓힌다는 것이다.
22일 한국관광연구학회에 따르면 김홍길 김천대 관광경영학과 교수팀은 '국제 관광 및 호텔경영 연구'(International Journal of Tourism and Hospitality Research)에 발표한 '하와이 코나와 태국 북부 아라비카 커피 재배의 비교 연구: 기후변화 및 환경, 사회경제적 분석'을 통해 재배지 간 여건과 기후 적응 전략을 비교했다.
두 지역에서는 산지의 큰 일교차가 고품질 생두 형성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다만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방식과 산업 구조는 뚜렷하게 달랐다.
아라비카는 향미와 산미가 뛰어나 고급 커피 시장을 이끄는 품종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기후와 지리, 토양 조건 변화에 민감하다. 논문은 기온 상승과 불규칙한 강수량이 생산량 감소, 병해충 확산, 품질 저하를 불러올 수 있다고 봤다.
하와이 코나는 전통적인 프리미엄 아라비카 산지다. 코나 지역은 해발 150~900m 화산 경사면에 있고, 안정적인 해양성 기후와 화산성 토양을 갖췄다. 신생 화산재 기반 토양에는 칼륨과 인, 마그네슘 등 무기 성분이 풍부해 커피 체리 성장과 향미 발달에 유리하다.
코나의 강점은 기술과 관리 체계다. 정밀 농업, 유전자 기반 육종, 통합 병해충 관리가 도입됐고, 품질 관리와 국제 인증을 통해 프리미엄 브랜드를 유지해 왔다. 미국 농무부 산하 기관은 커피 잎녹병 대응을 위해 2021~2026년 약 600만 달러 규모 연구도 지원하고 있다.
문제는 기존 산지도 기후변화의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논문은 코나 지역에서 기온 상승과 집중호우 증가가 토양 침식, 경사지 붕괴, 병해충 발생으로 이어지고, 이는 수확량 감소와 품질 저하를 부를 수 있다고 봤다. 커피베리보어와 잎녹병은 대표적인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태국 북부는 다른 경로로 부상하고 있다. 치앙마이, 치앙라이, 매홍손 등 북부 산악지대는 해발 800~1300m에 자리한다. 열대 몬순 기후로 강수 변동성은 크지만, 배수가 좋은 산악 토양과 큰 일교차가 아라비카 재배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태국 커피 산업은 북부 산악지대를 중심으로 커졌다. 김 교수는 2021년 기준 태국 전체 커피 생산량 약 3만 톤 중 60%가 북부 지역에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치앙마이는 스페셜티 커피 산업의 중심지로 부상했다.
태국 북부의 경쟁력은 하와이와 다르다. 코나가 기술과 품질 관리, 브랜드 전략을 앞세웠다면 태국 북부는 정부와 NGO, 협동조합, 소수민족 공동체가 결합한 생산 모델을 발전시켰다. 아편 대체 작물 정책과 산지 개발, 농촌 소득 증진 정책도 커피 재배 확산에 영향을 줬다.
재배 방식도 공동체와 생태 관리에 가깝다. 태국 북부 농가들은 그늘나무 재배, 혼합재배, 품종 다양화, 재배 시기 조정 등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산림 복원과 커피 재배를 결합한 애그로포레스트리 모델은 생물다양성 보전과 토양 관리, 탄소 저장, 농가 소득 향상을 함께 노린다.
환경 문제는 두 산지 모두의 과제다. 커피 가공 과정에서 나오는 폐수는 토양과 수질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습식 가공 폐수는 유기물 농도가 높고 산성이 강해 별도 관리가 필요하다. 하와이는 폐수 관리와 제도 대응이 상대적으로 갖춰졌지만, 태국 북부는 소규모 공동체 가공시설의 인프라 한계가 남아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와이 코나와 태국 북부를 단순한 경쟁 산지로 보지 않는다. 코나는 기술·품질 중심 전략으로 기존 프리미엄 시장을 지키고, 태국 북부는 공동체·생태 중심 전략으로 특수 시장 진출 기반을 넓히는 구조다. 기후변화 속에서 고급 아라비카 생산 방식이 한 방향으로 대체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방식으로 갈라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번 분석은 커피 품질이 원산지 이름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18~22도라는 기후 조건, 해발 고도, 일교차, 병해충, 폐수 처리, 농가 조직, 인증과 브랜드 전략이 함께 작동한다. 기후변화가 심해질수록 고급 커피의 기준도 산지 명성에서 기후 적응력과 지속 가능한 생산 방식으로 넓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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