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100일, 원청 439곳에 하청 1161곳 교섭요구…96곳서 절차 진행

노동부 "시행 초기 우려한 교섭요구 폭증은 나타나지 않아"
"본교섭 진행도 10개소…상당수 사업장에서도 실무 협의"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제철·한화오션 비정규직지회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조합원들이 15일 오전 세종시 고용노동부 앞에서 쟁의조정 돌입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제철과 한화오션 원청의 즉각적인 교섭으로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중앙노동위에 쟁의조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2025.12.15 ⓒ 뉴스1 김기남 기자

(세종=뉴스1) 심서현 기자 =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이후 100일간 하청노조 1161곳이 원청 사업장 439곳에 단체교섭을 요구한 것으로 집계됐다. 시행 첫 달에는 교섭 요구가 집중됐지만 이후에는 증가세가 안정되면서 제도가 현장에 점차 안착하고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고용노동부는 22일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일인 지난 3월 10일부터 이달 19일까지 원청 사업장에 대한 하청노조 교섭요구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집계됐다고 밝혔다.

교섭요구에 참여한 조합원은 총 16만 4000명이다. 교섭요구가 제기된 원청 사업장은 지난 3월 363개소에서 4월 405개소, 지난달 428개소로 늘었다. 실제 증가 폭은 4월 42개소, 지난달 23개소로 급감하는 추세다.

원청 1개 사업장당 교섭요구는 평균 2.6건, 평균 조합원 수는 375명 수준으로 파악됐다. 교섭요구가 제기된 원청 사업장 중 민간부문은 249개소, 공공부문은 190개소다.

노동부는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관련 브리핑을 열고 개정 노조법 시행 초기 현장 교섭요구가 안정화 단계에 들어섰으며, 노동위원회 판단과 교섭창구단일화 등 법정 절차에 따라 교섭이 단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후속절차 밟는 원청 96곳…51곳은 의제·일정 실무협의"

노동부 관계자는 "일각에서 우려했던 교섭요구의 폭발적 증가나 교섭단위의 과도한 세분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현장은 노동위원회 판단과 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교섭을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교섭요구가 제기된 439개 원청 사업장 중 42개소는 노동위원회 판단을 거치지 않고 자율적으로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해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 착수했다.

사용자성 등에 관한 노동위원회 절차가 진행된 원청은 141개소다. 이 가운데 노동위원회에서 사용자성을 인정받은 원청은 103개소로 집계됐다. 결정서가 송달되지 않은 32개소를 제외한 71개소 중 54개소는 노동위 판단에 따라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노동위 판단 없이 자율적으로 절차를 진행한 42개소와 노동위 판단에 따라 절차를 진행한 54개소를 합치면 총 96개소가 교섭을 위한 후속 절차를 밟고 있는 셈이다.

이 중 51개소는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를 마치고 교섭 의제와 일정 등을 실무협의 중이다. 인천광역시의료원 등 10개소는 상견례 등 본교섭 절차에 들어갔다.

노동부 관계자는 "형식적으로 상견례를 기준으로 보면 본교섭에 들어간 곳은 10곳이지만, 창구단일화가 완료된 51개소는 교섭 가능한 상황에 있다"며 "상당수 사업장에서 교섭 일정 조율과 실무적 협의가 진행되고 있어 두 숫자의 차이가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교섭이 요구된 439개소 중 256개소는 노동조합이 교섭요구 이후 노동위원회 시정신청 등 별도 후속조치를 진행하지 않은 상태다.

노동부는 이를 원청의 절차 거부나 제도 작동 지연으로 일률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민간부문에서는 건설업을 중심으로 선행 노동위 판단을 지켜보는 경우가 있고, 공공부문에서는 돌봄·생활폐기물 등 교섭요구가 많은 분야에서 노정협의체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교섭 10곳에으로 지연 단정 어려워…정부는 촉진자"

개정 노조법 시행 이후 원·하청 교섭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왔지만, 실제 본교섭에 들어간 사업장이 10개소에 그치면서 제도 안착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용자성 판단과 교섭창구단일화 절차가 중첩되면서 기업과 노조 모두 교섭 범위와 시점을 예측하기 어렵고, 향후 교섭 결렬이나 파업 등 노사 갈등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법 시행 첫해인 만큼 사업장별로 절차를 밟아가는 과정이며, 본교섭 10곳만을 기준으로 제도가 지연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법 시행 첫해라 노사 모두 처음 겪는 절차가 있는 만큼 사업장별 속도 차이는 불가피하다"며 "정부가 대화의 장을 열고 지원하되, 실제 대화는 노사가 하는 것이고 정부는 촉진자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교섭단위 분리와 관련해서는 노동위원회가 현재까지 29개 원청을 대상으로 판단을 내렸고, 이 중 12개소에서 교섭단위 분리가 인정됐다. 유형별로는 사업부문별 분리가 9개소로 가장 많았고, 노조 상급단체별 분리 2개소, 노조별 분리 1개소 순이었다.

분리가 인정된 원청 12개소 기준 교섭단위는 평균 2.2개였다. 현재까지 최대 분리 사례도 3개 단위 수준으로 나타났다.

공공부문의 경우 정부는 돌봄 분야를 우선으로 보건복지부, 성평등가족부, 교육부가 참여하는 노정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

돌봄 분야에서 형성된 대화 틀은 생활폐기물 등 다른 분야로 확대 중이다.

노동부는 향후 지방고용노동관서 전담팀을 중심으로 원·하청 교섭 진행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노사 질의와 현장 애로사항에 대응할 계획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파업이 한두 건 있다고 해서 제도 자체가 큰일 난 것처럼 볼 문제는 아니다"라며 "중요한 것은 절차적·합법적으로 대화가 진행되고,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 개선으로 이어지는 교섭 문화가 정착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seohyun.sh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