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불능력 한계" vs "낙인 효과"…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노사 팽팽

7차 회의서도 노사 평행선…입장차 여전해 결론 미뤄질 듯
使 "취약업종 지불여력 반영"…勞 "저임금 노동자 낙인"

1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열린 2027년도 최저임금위원회 7차 전원회의에 참석한 사용자위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발언을 듣고 있다. ⓒ 뉴스1 김기남 기자

(세종=뉴스1) 심서현 기자 = 내년도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 적용 여부를 둘러싼 노사 공방이 이어졌다.

경영계는 지불 여력이 낮은 업종에 대한 구분 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노동계는 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낙인 효과를 우려하며 맞섰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7차 전원회의를 열고 업종별 구분 적용 여부를 추가 논의했다.

앞서 최임위는 도급제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여부를 세 차례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해당 안건이 부결된 이후 지난 6차 전원회의부터 업종별 구분 적용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이날 회의는 이에 대한 두 번째 논의 자리다.

노동계 "업종별 차등은 저임금 노동자 차별"

노동계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최저임금이 아니라 플랫폼 수수료, 가맹본사 비용 전가, 임대료 등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업종별 구분 적용 논의가 시작되면 을과 을의 싸움으로 해마다 반복되는 이 구조에 노동계는 늘 참담함을 감출 수 없다"며 "피시방, 편의점, 음식·숙박업 사장님들의 어려움이 왜 최저임금으로 귀결되고 내몰리는지 이 현실 자체가 우리 사회의 비극적 단면"이라고 말했다.

류 사무총장은 "최저임금 노동자를 희생양으로 삼는 방식으로는 소상공인과 자영업 위기의 근본 원인을 해결할 수 없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갈등이 아니라 불공정한 구조를 함께 바로잡는 연대"라고 했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어떻게 포장을 하든 본질은 최저임금의 동결과 삭감"이라며 "차별과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차등 적용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 부위원장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의 진짜 어려움이 최저임금 때문에 발생한 것이냐"라며 "차별을 조장하는 차등 적용 시도를 중단하고 모든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실질임금을 보장하는 최저임금위원회가 돼야 한다"고 했다.

전국에서 모인 소상공인들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생존권 사수와 고용정책 대전환 촉구 범소상공인 결의대회'에서 최저임금 구분 적용과 주휴수당 폐지,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철회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6.9 ⓒ 뉴스1 구윤성 기자
경영계 "일부 업종이라도 구분 적용해야"

경영계는 급격히 오른 최저임금이 모든 업종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면서 노동시장 수용성이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특히 숙박·음식업 등 취약 업종은 현행 최저임금 수준도 감당하기 어려운 한계 상황에 놓였다는 입장이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사용자위원들은 제도 시행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이제는 현실에 맞춰 단계적으로라도 적용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류 전무는 "숙박·음식업 같은 일부 업종에서는 최저임금이 임금 대비 70~80% 수준에 달해 사실상 일반적인 시장 임금에 근접하고 있다"며 "영세 소상공인과 근로자가 공존하고 최저임금 제도의 수용성을 높일 수 있도록 현행법상 허용된 구분 적용 시행을 일부 업종이라도 결정해 달라"고 했다.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숙박·음식점업과 같은 취약 업종에서 최저임금 미만율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으며, 해당 업종의 소상공인들은 법을 지키고 싶어도 도저히 지킬 수 없는 한계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양 본부장은 "사용자위원들은 작년과 같이 우선적인 업종으로 음식점업을 제시했다"며 "최저임금 미만율, 노동 생산성, 지불 능력, 폐업 현황 등을 검토할 수 있는 데이터를 확인해 보면 음식점업이 공통적으로 지목되고 있다"고 했다.

공익위원 간사인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부원장은 "오늘은 업종별 구분 적용을 두 번째 논의한다"며 "그동안 제기된 문제의식과 근거들을 다시 한번 체계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 부원장은 "발표 내용과 지금까지 축적된 논의를 종합해 집중적인 토론을 통해 결론을 도출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했다.

전문가들 "내년 최저임금에 적용 쉽지 않아…업종 분류도 난제"

당초 이날 회의에서 업종별 구분 적용 여부에 대한 표결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노사 간 입장차가 여전히 큰 데다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결론이 미뤄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업종별 구분 적용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실제 적용 과정에서 생활비 보장, 업종 분류, 소상공인 지원 방식 등을 둘러싼 쟁점이 적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박지순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차별 문제에 민감한 사회 분위기상 노동계 대표자들이 그런 결정을 내리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향후에도 단시일 내에 업종별 구분 적용이 의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호 성공회대 초빙교수도 "업종별 구분 적용은 오래전부터 사용자 측이 제기해 온 문제지만 현실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며 "업종을 어떻게 나눌지부터가 가장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최저임금법은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실제 업종별 구분 적용은 최저임금 제도 시행 첫해인 1988년 한 차례 이뤄진 뒤 1989년부터 현재까지 전 산업에 단일 최저임금이 적용돼 왔다.

업종별 구분 적용 여부가 정리되면 최임위는 노동계가 제시한 시급 1만 2000원 요구안 등을 바탕으로 내년 최저임금 수준 논의에 들어갈 전망이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모두를 위한 최저임금 운동본부는 15일 2027년 적용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시급 1만2000원을 제시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1만320원)보다 16.3% 인상된 수준으로, 월 환산액은 250만8000원(월 209시간 기준)이다. ⓒ 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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