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대신 준 임금, 안 갚고 배째라…악성 체불 사업주 2057명 첫 신용제재
대지급금 1년 이상 미납·2000만원 이상 체납자 대상
국세 체납 처분 이어 금융 제재까지 압박 강화
- 나혜윤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정부가 체불임금을 대신 지급받고도 장기간 이를 갚지 않은 사업주들에 대해 처음으로 신용제재에 나선다. 대지급금 미변제 사업주에 대한 금융상 불이익을 통해 임금체불 책임을 강화하고 임금채권보장기금의 재정 건전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은 29일 장기간 대지급금을 변제하지 않은 사업주 2057명에 대해 신용제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8월 개정 임금채권보장법 시행 이후 처음 적용되는 사례다.
대지급금은 사업주가 임금이나 퇴직금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 국가가 임금채권보장기금에서 노동자에게 우선 지급한 뒤 사업주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제도다.
그동안 대지급금을 지급받은 사업주가 장기간 변제를 미루더라도 제재 수단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법 개정을 통해 신용제재 제도를 도입했다.
이번 신용제재 대상은 대지급금 변제금을 1년 이상 납부하지 않았고, 미회수 금액이 2000만원 이상인 사업주다. 대상 사업주의 미변제 금액은 총 3868억원에 달한다.
이들의 인적 사항과 미회수 금액은 한국신용정보원에 제공되며 해당 사업주는 7년간 신용관리 대상자로 등록돼 금융거래와 대출 심사 등에서 불이익을 받게 된다.
실제 신용제재 대상에는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 규모의 대지급금을 장기간 변제하지 않은 사업장들이 포함됐다.
수도권에서 건설업을 운영하는 A업체는 2023년 이후 약 9억원의 대지급금이 지급됐지만 현재까지 변제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다수의 부동산과 차량 등 재산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지급명령 이의제기와 변론기일 불출석 등을 반복하면서 소송이 장기화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남 소재 건설업체 B사는 약 5억원의 대지급금이 지급된 사업장으로, 변제금을 분할 상환하다가 2025년 하반기부터 납부를 중단해 현재 4억 7000만원을 갚지 않고 있다. 공단은 출자증권 압류와 부동산 강제경매 등 강제집행 절차를 진행 중이다.
수도권 현금수송 지원서비스업체 C사는 약 26억원의 대지급금이 지급된 뒤 현재까지 25억원을 변제하지 않은 상태다.
정부는 최근 대지급금 회수 강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2일부터는 국세 체납처분 절차를 활용한 강제징수 제도를 도입했으며 이번 신용제재를 통해 악의적 체불사업주에 대한 압박 수위를 더욱 높인다는 방침이다.
김영훈 장관은 "임금체불은 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계를 위협하는 임금 절도이자 심각한 범죄"라면서 "정부는 임금체불 예방과 신속한 권리구제를 강화하고 대지급금 장기간 미변제 사업주에 대한 신용제재를 통해 대지급금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높여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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