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행 넘긴 최저임금위, 민주노총 복귀로 재가동…내일부터 논의 본격화
적용 범위 확대 논의 본격화…도급근로자 쟁점 부상
인상률 놓고 노사 팽팽한 대치…심의 장기화 가능성
- 나혜윤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민주노총이 최저임금위원회 2차 전원회의에 복귀하기로 하면서, 위원장 선출 갈등으로 파행 우려가 제기됐던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가 정상화 국면에 들어섰다. 오는 26일 회의를 기점으로 최저임금 인상률과 도급근로자 적용 여부, 업종별 구분 적용 등을 둘러싼 본격적인 노사 논의가 시작될 전망이다.
25일 노동계 등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 민주노총 측 근로자위원 전원은 26일 열리는 제2차 전원회의에 복귀한다. 민주노총은 최근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현장 조사에 참여하는 등 복귀 수순을 밟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각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되며 근로자위원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나눠 맡고 있다.
앞서 민주노총 측 근로자위원들은 지난 21일 열린 1차 전원회의에서 권순원 위원장 선출에 반발하며 회의 도중 퇴장했다. 민주노총은 권 위원장이 과거 '미래노동시장연구회' 좌장으로서 주 52시간제 유연화 등 노동시장 개편 논의에 관여한 점을 문제 삼으며 위원장직 사퇴를 요구해 왔다.
이같은 갈등으로 최저임금 심의가 초반부터 파행을 겪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민주노총이 복귀를 결정하면서 일단 정상적인 심의 재개를 위한 최소한의 여건은 확보됐다는 평가다. 특히 최저임금위원회가 노·사·공 3자 구조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만큼, 한 축인 노동계의 이탈은 심의 자체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복귀 결정은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민주노총의 복귀 배경에는 올해 심의의 중요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최저임금 심의에서는 도급근로자에 대한 별도 최저임금 적용 여부가 처음으로 본격 논의될 예정이다. 플랫폼 노동자와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 최저임금 사각지대 해소는 노동계의 핵심 요구로 꼽혀온 만큼, 위원회 내부에서 논의를 주도하기 위해 조기 복귀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권순원 위원장이 직접 민주노총을 찾아 복귀를 설득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권 위원장은 민주노총 지도부와의 면담에서 위원장으로서 공정하고 중립적인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은 권 위원장에 대한 사퇴 요구도 일단 보류하기로 했다.
이처럼 최저임금위원회가 심의 재개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2차 전원회의를 기점으로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둘러싼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전망이다. 통상 최저임금 심의는 노사가 최초 요구안을 제시한 뒤 수정안을 거듭하며 격차를 좁혀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다만 올해는 논의 구조가 예년보다 복잡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저임금 인상률뿐 아니라 도급근로자 적용 여부, 업종별 구분 적용 등 제도 전반에 대한 논의가 병행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단순한 인상률 협상을 넘어 적용 범위와 방식까지 포함한 확장된 심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동계는 저임금 노동자 보호와 내수 진작을 이유로 인상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이 물가 상승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점을 근거로 보다 높은 수준의 인상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경영계는 중동 지역 정세 불안 등 대외 변수와 내수 부진을 이유로 지급 여력 한계를 강조하며 인상률 최소화를 주장하고 있다.
인상률을 둘러싼 논의 역시 올해 심의의 또 다른 축이다. 지난해 최저임금은 전년 대비 2.9%(290원) 인상되며 역대 정부 첫해 인상률 가운데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노동계는 저임금 노동자 보호와 내수 진작 필요성을 이유로 한층 높은 인상률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양대 노총은 올해 임금 인상 요구율을 7~8% 수준으로 제시한 바 있어, 이를 최저임금 논의에도 반영할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인상률과 적용 범위를 둘러싼 논의가 동시에 진행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심의 과정 역시 예년보다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노동부 장관이 심의를 요청한 날로부터 90일 이내인 6월 29일까지 최저임금안을 의결해야 한다.
다만 이 기한은 훈시규정에 불과해 실제로는 법정 기한을 넘기는 경우가 많다. 해당 기한 내 심의가 마무리된 사례는 총 9차례에 불과하며, 올해 역시 법정 시한을 넘겨 심의가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결국 올해 최저임금 심의는 인상률을 둘러싼 기존의 노사 갈등에 더해 적용 범위 확대 여부까지 맞물리면서 한층 치열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복귀로 심의의 형식적 기반은 회복됐지만, 실질적인 합의 도출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향후 전원회의와 전문위원회 논의를 거쳐 최저임금안을 의결하게 된다. 법정 심의 기한은 고시일인 8월 5일 이전까지로, 통상 7월 중순께 심의가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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