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위기 속 '기계적 조정' 뭇매…삼성 협상서 한계 드러낸 중노위

산업 현실 외면한 기계적 조정 비판…사측 반발 속 사후조정 결렬
위원장 "파업 준비해라" 발언 파문…대통령도 "영업익 배분 이해 안돼" 우려

박수근 중노위원장,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 여명구(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 삼성전자 사측 대표교섭위원이 총파업 예고시점을 하루 앞둔 20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사후조정 회의를 마친 뒤 협상 결렬 후 퇴장하고 있다. 삼성 노사는 이날 오후 4시부터 김영훈 장관 주재로 교섭을 재개했다. 2026.5.20 ⓒ 뉴스1 김기남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삼성전자 노사 성과급 협상이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 단계에서 결렬되면서 공적 조정기구의 역할 한계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산업·경영 현실에 대한 고려보다 기계적 중립에 치우친 조정안이 결과적으로 노조 측에 무게를 실으며 사측 반발을 키웠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1일 중앙노동위원회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총파업을 앞두고 막판 사후조정을 진행했지만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노조는 조정안을 수용했으나 사측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조정은 불성립으로 마무리됐다.

이번 사후조정은 약 일주일간에 걸쳐 진행됐으나 노사 간 이견을 좁히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중노위 조정안은 법적 강제력이 없는 권고 성격인 만큼, 최종 합의 여부는 노사 판단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조정기구의 역할 자체에 구조적 제약이 있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재계 안팎에서는 중노위가 산업·경영 환경에 대한 이해보다 형식적 균형과 기계적 중립에 치우치면서 결과적으로 노조 측 입장에 상대적으로 가까운 조정안을 내놨다는 비판도 나온다.

성과급 재원·배분 충돌…중노위 조정안, 사측이 수용 못하며 접점 찾기에 실패

쟁점은 성과급 재원 규모와 배분 구조였다. 지난 11~12일 이뤄진 1차 사후 조정에서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자고 요구한 반면 사측은 10% 수준을 제시했다. 중노위는 양측 간 간극을 줄이기 위해 12% 안팎의 중간 수준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린 상황에서 중간값 제시 방식만으로는 실질적인 접점을 마련하기 어려웠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성과급 배분 구조까지 결합되면서 사측 입장에서는 부담이 큰 안이 됐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한 노동 분야 전문가는 "조정은 강제력이 없는 절차라는 점에서 합의 도출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있다"며 "단순 절충안만으로는 설득력이 부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반도체 업황 변동성과 장기 투자 부담 등 산업 특수성에 대한 고려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이재명 대통령도 협상 과정에서 노조 요구와 관련해 "적정한 선이 있지 않나"라고 언급하며 일정 부분 우려를 드러낸 바 있다.

조정 과정에서의 발언도 논란이 됐다. 중노위 위원장이 사후조정 과정에서 "파업 준비하는 사람은 파업을 준비해야 한다"는 취지로 언급한 데 대해, 협상 당사자 간 긴장을 완화하기보다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부 직접개입으로 풀린 실타래…산업계 하투 앞두고 조정 기능 재점검 필요성↑

결국 협상은 정부 개입을 계기로 전환점을 맞았다. 사후조정이 불성립으로 끝난 이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총파업을 하루 앞둔 전날 오후 직접 교섭을 주재하면서 노사 간 협상이 재개됐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이 "적정한 선이 있지 않나"라며 노조 요구에 대해 언급한 점도 협상 분위기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후 이어진 협상에서는 노사가 각각 한발씩 물러서는 방식으로 절충안을 마련하며 극적 합의에 이르렀다.

이번 사례를 계기로 향후 산업계 전반에서 하투(夏鬪)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해관계가 첨예한 대형 사업장 분쟁에서 공적 조정기구가 어떤 방식으로 실질적인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점검 필요성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특히 조정이 법적 강제력이 없는 절차라는 점에서 단순한 절충안 제시를 넘어 노사 간 간극을 좁힐 수 있는 설득력 있는 중재 방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사 갈등이 산업 경쟁력과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고려할 수 있는 전문성과 현실 감각이 조정기구에 요구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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