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노동부 장관 "1년11개월 쪼개기 계약 그만"…기간제법 20년만에 손본다
[뉴스1 초대석] "기간제법, 실태조사 거쳐 사회적 대화"
"산재 감소 유의미한 성과…노동절 공휴일로 노동 가치 조명"
- 대담=국종환 경제부장, 나혜윤 기자
(세종=뉴스1) 대담=국종환 경제부장 나혜윤 기자 = "현실은 1년 11개월만 쓰고 내보낸다."
이재명 대통령이 '1년 11개월 계약' 관행을 지적하며 기간제 제도 개편 필요성을 언급한 가운데,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시행 20년 된 기간제법에 대해 '실태 기반 전면 재검토'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장관은 지난 17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뉴스1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기간제 제도 개편'과 관련해 "사실과 실태를 바탕으로 사회적 논의를 해보자는 것"이라며 공론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간제법'은 2년 이상 근무한 기간제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기 위해 2년이 되기 직전 계약을 종료하고 다른 노동자로 교체하는 방식이 반복되면서 제도 취지가 무력화됐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1년 11개월 계약' 관행을 언급하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언급한 것도 같은 문제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정부는 제도 개편 방향을 미리 설정한 상태에서 추진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실태 조사와 사회적 논의를 통해 제도 전반을 재검토하겠다는 것이다.
김 장관은 "실태조사를 한다고 해서 이미 방향이 정해졌다고 보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토론의 전제는 사실에 기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방향을 밀어붙이는 방식이 아니라 객관적 자료를 제공하고 사회적 대화를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간제 제도 개편 논의의 출발점은 제도 실효성 검증이다. 김 장관은 "2년 이상 근무 시 정규직 전환을 유도한다는 취지가 실제로 얼마나 작동했는지부터 봐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기간제 근로자 비중은 최근 10% 초반 수준에서 정체돼 있으며, 정규직 전환율 역시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분석에서도 2년 이상 근속 후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은 장기적으로 하락하는 흐름을 보여, 제도 도입 당시 기대했던 전환 유도 기능이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개편 방향과 관련해 김 장관은 단순한 기간 조정 논의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비정규직 문제는 기간을 늘리거나 줄이는 방식으로 해결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용 사유 제한, 임금·보상 구조 개선 등 다양한 정책 조합이 필요하다"며 "쪼개기 계약 문제 등 구조적 문제와 함께 사회적 대화 의제로 논의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불가피하게 기간제를 사용할 경우에 대한 보완 장치도 함께 검토될 수 있다"며 "하나의 해법이 아니라 조합형 해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이번 논의 방식의 핵심으로 '숙의 구조'를 강조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방향을 미리 정해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사실을 기반으로 논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최근 산업재해 감소 흐름과 관련해서 김 장관은 정책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아주 유의미한 성과"라며 "고위험 사업장 감독 강화와 제도 개선이 현장에서 작동하기 시작한 결과"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재해조사 대상 사고사망자는 113명(98건)으로 전년 동기 137명(129건) 대비 24명(17.5%) 감소했다. 사고 건수도 31건(24.0%) 줄었다. 이는 2022년 통계 작성 이후 1분기 기준 가장 낮은 수준이다.
김 장관은 노동정책 전반에 대해 "현장 신뢰를 기반으로 한 제도화 성과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동절 법정 공휴일 지정과 관련해서는 “노동의 가치가 다시 조명되는 계기”라고 평가했다.
또 주 4일제와 정년 연장 논의에 대해서는 노동시장 격차 해소와 생산가능인구 감소 대응이라는 구조적 과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노동 현안은 단기 해법이 없는 과제"라며 "노사·노정 간 신뢰가 축적되면 정책 성과는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 장관과 일문일답.
-기간제법 개편 논의가 본격화되는 것인가.
▶ 대통령이 의제를 던지면서 공론화가 됐지만, 정부가 방향을 정해놓고 추진하는 단계는 아니다. 일부에서 '실태조사를 시작했으니 방향을 잡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데, 그건 사실과 다르다. 사회적 대화를 수단으로 쓰지 않겠다는 게 이번 정부의 입장이다. 합의와 숙의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밀어붙일 생각은 없다. 중요한 건 사실에 기반한 논의다. 기간제법도 20년간 시행된 결과가 어떤지, 정규직 전환이 얼마나 이뤄졌는지, 제도 취지가 달성됐는지를 객관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그동안 사회적 대화가 잘 안된 이유는 정부가 방향을 정해놓고 추진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제는 정부가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하고, 노사가 그걸 바탕으로 논의할 수 있도록 중재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정부가 방향을 정해놓고 실태조사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정부는 실태 조사한다니 정부가 방향을 잡았고 가려나보다라고 하는 것은 천만의 말씀이다. 그것은 대통령 말의 정반대다. 토론할 때의 전제는 사실에 기초해야 한다. 사실에 기초해 각자 입장을 주장할 것은 하고, 그 사실 기초 작업은 정부가 최소한으로 해줘야 하는 것이다.
-기간제법 논의의 출발점은 무엇인가.
▶기간제법 시행 20년 동안 봤을 때 원래 취지는 2년 이상 근무하면서 상시·지속 업무로 보고 숙련도가 쌓였다고 판단해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2년 이상 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봐야 한다. 법 취지가 실제로 달성됐는지, 기간제 근로자가 줄었는지 따져봐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부분이 있다.
-향후 제도 개편 방향은 어떻게 설정될 것으로 보나.
▶비정규직 문제를 접근하는 방법을 수량적으로 줄여야 되고, 비정규직을 쓸 수밖에 없다면 적절한 보상이 이뤄져야 되는데 한두 가지 정책으로 되는 문제는 아니다. 이 문제는 쪼개기 계약 등과 함께 사회적 대화 의제로 올라가야 한다고 본다. 기간제법 논의 과정에서 여러 가지 처방들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그중 사용 사유 제한도 있고 불가피하게 사용할 경우 공정수당을 통해 유인구조를 설계하는 방안 등 여러 정책들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현장에서 나타나는 변화를 어떻게 보나.
▶법 시행이 한 달 정도 지났는데, 천 개가 조금 넘는 하청 노조가 380여 개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한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분쟁이 급증했다'고 표현하는데, 그건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분쟁이나 쟁의는 실제로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협상이 진행된 이후에 나타나는 단계다. 지금은 아직 쟁의 단계로 보기 어렵다. 그동안은 원·하청 간에 대화 자체가 어려웠기 때문에 갈등이 드러나지 않았던 측면이 있다. 지금은 갈등이 없어진 게 아니라, 갈등을 제도 안으로 끌어들여 해결하는 첫 단계에 와 있다고 본다. 노조들이 '대화하자'고 요구하는 단계이고, 노동위원회를 통해 절차를 밟고 있다. 전반적으로는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제도가 작동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본다.
-노동위원회의 사용자성 판단이 확대되는 흐름은 어떻게 보나.
▶개별 사건에 대한 판단은 노동위원회가 독립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다만 시행에 맞춰 노동위원회와 현장 기관들이 준비를 해왔고, 가이드라인도 마련된 상태다. 현재까지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본다. 일각에서 노동계에 편향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행정해석에서 크게 벗어난 흐름은 아니고, 당초 예상했던 범위 내에서 판단이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노동절 제정 63년 만에 처음으로 법정공휴일이 됐다. 소회는.
▶63년 만에 '노동절'이라는 이름을 되찾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단순히 명칭을 바꾼 것이 아니라, '노동'이라는 가치 자체를 다시 조명하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 그동안 근로자의 날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는 사람 중심의 개념이었다면, 노동절은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 이주노동자 등 다양한 형태의 노동까지 포괄하는 의미가 있다. 그날 하루는 평범한 이웃들의 노동으로 사회가 유지된다는 점을 돌아보는 날이 됐으면 한다. 노동이 단순히 힘들고 기피해야 할 일이 아니라 존중받아야 할 가치라는 인식이 확산되길 바란다. 이주노동자, 소규모 사업장 종사자, 특수고용 노동자까지 모두 함께 기념할 수 있도록 '레이버(노동) 슈퍼 위크'를 준비하고 있다.
-AI 확산과 전통 산업 둔화가 겹치면서 청년 취업난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쉬었음 청년' 증가까지 이어지는 상황에서 정부의 해법은.
▶AI 확산과 전통 산업 둔화가 겹치면서 청년 고용 문제가 더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단순 업무는 AI에 대체되고, 건설·제조업 등 기존 일자리도 줄어드는 상황이라 청년들이 갈 수 있는 경로가 좁아지고 있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과 현장에서 필요한 역량 사이의 격차도 크다. 그래서 K-뉴딜 아카데미처럼 대기업과 연계해 실제 현장에서 투입 가능한 직무 능력을 키우는 훈련을 확대하려는 것이다. 조선업 등에서는 이미 청년을 현장으로 유입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분야를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중요한 건 '사다리'를 만드는 것이다. 처음부터 원청으로 들어가기 어렵더라도 협력업체에서 경력을 쌓고 능력을 입증하면 원청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경로를 만들어야 한다.
-주 4일제 도입 논의는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 "노동시장 격차 해소라는 큰 틀에서 봐야 한다. 제일 큰 격차는 일할 기회조차 없는 격차, 즉 노동시장 이중구조고 그다음이 임금 격차, 세 번째가 위험의 격차, 마지막이 노동시간의 격차다. 주 4일제를 법으로 일률적으로 강제하면 오히려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 주 52시간제도 지키기 어려운 사업장이 있는 상황에서 법제화하면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 반면 생산성이 높은 기업은 AI 등을 통해 이미 주 4일제에 가까운 형태로 갈 수 있는 여건이 된다.
그래서 중요한 건 실노동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아래를 끌어올리는 정책이다. 유연근무제, 시차출근제 등을 실제로 작동하게 하고, 중소기업에는 지원을 통해 노동시간 단축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일부 기업에서는) '6시 이후 카톡 금지' 같은 제도를 도입하고 있고, 정부도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지원을 하고, 주 4.5일제 시범 도입 등을 공모 방식으로 지원하면서 점진적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노사정 합의에 따라 포괄임금제 제도 개선 논의도 진행 중이다. 결국 아래 단위에서 실노동시간을 줄여가면서 전체 노동시간을 줄여나가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이다.
주 4일제는 장기적으로 가야 할 방향이다. AI 기술혁신으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구조 변화도 있고, 에너지·환경 측면에서도 재택근무나 시차출근제 같은 유연한 근무 형태가 필요하다. 이런 제도들을 통해 실노동시간을 줄여 나가면서 단계적으로 총 노동시간을 줄여 나갈 계획이다.
-정년 연장 논의는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나.
▶ 정년 연장은 단순히 노후소득 공백 문제만이 아니라 생산가능인구 급감에 대응하는 문제다. 국민연금 지급 시기와 정년 사이의 불일치 문제를 해소하는 측면도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앞으로 노동 공급이 급격히 줄어든다는 점이다. 2029년, 2030년쯤 되면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확연히 나타날 것이다. 이미 출생아 수 감소로 예측 가능한 상황이다. 이 흐름 속에서 고령층을 노동시장에 더 오래 참여시키지 않으면 우리 경제가 감당해야 할 생산량 자체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 논의는 정년 이전, 이른바 40대 후반·50대 초반에 노동시장에서 이탈하는 문제에 매몰돼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좋은 일자리냐 나쁜 일자리냐를 떠나서 노동력 자체가 부족해지는 구조적 문제가 더 크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총생산이 떨어지고, 저성장 국면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진다. 외국인 노동력에 계속 의존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그런 점에서 정년 연장은 더 늦출 수 없는 과제다. 어떤 방식으로든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 일본도 70세까지 고용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우리도 65세로 올리는 것조차 늦은 측면이 있다. 지금 대응하지 않으면 더 큰 저성장의 늪에 빠질 수 있다.
-지난 1년이 노동정책의 밑그림을 그리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 1년은 무엇에 방점을 둘 계획인가.
▶지난 1년 가까이는 노사 간, 노정 간, 노경 간 최소한의 신뢰를 회복하고 고용노동 행정에 대한 신뢰를 쌓는 시간이었다고 본다. 이제는 그 신뢰를 기반으로 제도화된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 노란봉투법 안착, 사회적 대화 활성화, 산재 감소 흐름 정착 등 구체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남은 과제다. 노동 현안은 대부분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들이다. 기간제법 같은 뜨거운 의제도 있고, 왕도는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 노사 간 신뢰가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그 신뢰가 쌓여 있다면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본다.
☞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1968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한국철도공사 전신인 철도청에 1992년 입사해 기관사로 근무하며 현장 노동자로 경력을 쌓았다. 전국철도노동조합 위원장과 제9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을 지내며 노동운동가로 활동했다. 마산중앙고와 동아대학교 축산학과를 졸업하고, 성공회대학교 NGO대학원에서 정치정책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0년 철도노조 부산지부장을 시작으로 노동운동에 본격적으로 참여했으며 2004년 철도노조 위원장에 당선됐다. 이후 정의당 노동본부 본부장, 대선 노동위원회 공동위원장 등을 맡으며 정치권과 노동계를 잇는 역할을 수행했다. 2021년에는 이재명 대통령 노동 부문 지지단체 공동대표로 참여하는 등 정책 활동을 이어왔다. 현장 노동자 출신으로 노동운동과 정책 경험을 모두 갖춘 인물로 평가되며,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고용노동부 장관에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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