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기간제법은 고용금지법"…정부 실태조사 착수, 개편 논의 본격화
1년11개월 계약 반복 구조 도마 위…정부, 사업체·근로자 실태조사 돌입
실태조사 결과 따라 개편 방향 결정될 듯…사회적 대화 논의 가능성
- 나혜윤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년 이상 근무 시 무기계약직 전환을 의무화한 기간제법이 현실에선 2년 전에 계약을 끊는 '2년 고용금지법'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2006년 제정 이후 20년 가까이 유지돼 온 기간제 제도 전반을 손질해야 한다는 논의가 다시 급부상하고 있다.
정부도 실태조사에 착수하며 제도 개편을 위한 사전 작업에 들어간 가운데, 사회적 대화를 중심으로 한 전면적인 재설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12일 노동 당국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10일 민주노총 지도부와의 간담회에서 "상시 고용 전환을 유도하기 위한 제도지만 현실에서는 1년 11개월만 고용하고 계약을 종료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노동자를) 보호하자는 취지의 법안이 사실상 (노동자) 방치를 강제하는 법안이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현행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기간제 근로자를 최대 2년까지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초과할 경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고령자, 전문직, 사업완료형 업무 등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대부분 사업장에서 2년 이내 고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제도 취지와 달리 기업들이 2년 이전에 계약을 종료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면서 비정규직 고착화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 현장에서는 '1년 11개월 계약 후 종료' 관행이 자리잡으며 정규직 전환 대신 단기 고용이 반복되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정규직 전환 유도라는 입법 취지와 달리, 현장에서는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 이번 논란의 핵심이다. 제도가 고용 안정성을 높이기보다 오히려 기업의 인력 운용 전략을 왜곡시키고,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정부도 실태 파악에 나섰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최근 공고한 '기간제 활용 실태조사' 연구용역에 따르면, 정부는 기간제 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체를 대상으로 기간제 활용 실태와 제도 개편 의향, 근로자의 기간제 근로 현황과 제도 인식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해 향후 제도 개편의 기초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번 조사는 사업체 1500곳과 기간제 근로자 4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인사담당자와 근로자를 각각 조사해 기간제 사용 실태와 인식 차이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또 표적집단면접(FGI)을 통해 업종과 규모, 연령대 등을 고려한 심층 의견을 수렴해 제도 개선 방향을 도출할 예정이다.
기간제 노동 규모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국가데이터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기간제 근로자는 2021년 453만 7000명에서 2025년 533만 7000명으로 늘어나며 전체 임금근로자 중 비중(22%→24%)이 확대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고용 형태 변화가 아니라, 기업이 인건비와 고용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비정규직 활용을 구조적으로 확대해 온 결과로 해석된다. 특히 경기 변동성이 커질수록 기업의 기간제 의존도가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에서 제도 개편 논의가 노동시장 전반의 구조 문제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간제법 개편 방향을 둘러싼 논의는 그동안 △사용기간 연장 △사용사유 제한 △차별 시정 강화 등으로 이어져 왔다. 사용기간을 늘려 고용 유연성을 확보하자는 주장과, 사용사유를 엄격히 제한해 남용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 맞서면서 합의에는 이르지 못한 상태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기간제 사용기간을 제한한 제도의 문제점을 반복적으로 지적해 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1기 출범을 맞아 직접 주재한 정책 토론회에서도 "'2년 지나면 정규직화해라' 말은 좋은데 전부 1년 11개월짜리 (고용)해놓고 2년 안 넘긴다. 3, 4년 했으면 좋겠는데 (법 조항이) 오히려 장애가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제도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접근 방식에 대해서는 신중론을 제기한다. 사용기간을 단순히 늘릴 경우 기업의 기간제 활용 기간만 길어질 수 있는 만큼, 고용 안정성 확보와 비정규직 남용 방지를 함께 고려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강화나 사용사유 제한 등과 결합된 복합적인 정책 수단이 병행돼야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기간제법 개정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추진됐지만 무산된 바 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역시 사용기간 연장을 중심으로 한 개편을 시도했지만 사회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향후에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등 사회적 대화를 중심으로 노사정 간 논의가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진행 중인 실태조사 결과가 제도 개편 논의의 기초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조사 결과에 따라 개편 방향과 속도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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