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 공은 기업과 중노위로…교섭·분쟁 절차 본격 돌입
하청 요구받은 원청 '7일 공고' 시작…'사용자성' 선별 결과가 분쟁의 불씨
중노위 '비상대응' 가동…이르면 4월 중순 '노란봉투법 1호 판정' 가시화
- 김승준 기자, 나혜윤 기자
(세종=뉴스1) 김승준 나혜윤 기자 =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2·3조) 시행 첫날부터 대기업과 공공기관을 상대로 한 하청노조의 원청 교섭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포스코·현대자동차·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등 주요 기업과 공공기관까지 교섭 요구 대상에 포함되면서 새 제도 적용을 둘러싼 현장 혼란과 분쟁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청노조로부터 교섭 요구를 받은 원청은 우선 7일간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고, 해당 사업장의 다른 하청노조로부터 추가 교섭 참여 신청을 받게 된다. 공고 기간이 끝나면 원청은 사용자성 여부와 교섭 의제 관련성을 기준으로 실제 교섭에 참여할 하청노조를 확정해야 한다.
다만 사용자성 인정 범위와 교섭 의제 관련성을 둘러싼 노사 간 해석 차이가 커 교섭 대상 확정 단계에서부터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분쟁이 발생할 경우 노동위원회가 중재와 판단을 맡게 된다.
중앙노동위원회는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관련 사건이 증가할 가능성에 대비해 일선 근로감독관과 노동위원회 조사관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진행하는 등 대응 준비에 나선 상태다. 노동계에서는 첫 노란봉투법 적용 사례가 이르면 4월 중순 전후에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1일 노동계에 따르면 노란봉투법 시행일인 10일 하루 동안 다수 기업과 공공기관에서 하청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포스코·현대자동차·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등 주요 제조·물류 기업과 한국철도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공공기관까지 교섭 요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청노조로부터 교섭 요구를 받은 원청은 해당 노조뿐 아니라 사업장 내 다른 하청노조와 노동자들이 이를 알 수 있도록 교섭 요구 사실을 7일간 공고해야 한다. 이 기간 다른 하청노조도 공고를 보고 교섭 참여 의사를 밝힐 수 있다.
공고 기간이 끝나면 원청은 교섭 대상 확정 절차에 들어간다. 교섭 대상 여부는 크게 '사용자성'과 '교섭 의제 관련성'을 기준으로 판단된다.
정부는 원청이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경우 사용자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예컨대 원청이 생산계획이나 작업 방식 등을 사실상 통제하거나 근로시간·임금 체계 등 근로조건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또는 원청 노동자와 하청 노동자가 같은 사업장에서 혼재해 작업하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할 수 있다.
같은 사업장 내 하청업체라도 수행 업무가 다르면 교섭 의제에 따라 참여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동일한 공장 안에서도 하청업체별 공정이 다를 경우 특정 공정의 안전조치와 관련된 교섭에는 해당 공정을 담당하지 않는 하청노조가 교섭 당사자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원청은 교섭 대상 노조를 확정한 뒤 그 결과를 5일간 공고해야 한다. 교섭 대상 하청노조가 여러 곳일 경우에는 노조 간 교섭 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 교섭 대표를 정하게 된다. 이후 교섭 대표가 결정되면 원청과 하청노조 간 단체교섭이 진행된다.
교섭 과정에서 노사 간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을 경우 노조는 쟁의조정 신청과 조합원 찬반투표 등을 거쳐 노동조합법상 파업 등 쟁의행위에 나설 수 있다.
다만 제도 시행 초기에는 교섭 대상 노조를 확정하는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용자성 인정 여부와 교섭 의제 관련성을 둘러싼 노사 간 해석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특정 하청노조를 교섭 대상에서 제외할 경우 해당 노조는 사용자가 교섭을 회피하기 위해 일부 노조를 의도적으로 배제했다고 주장할 가능성도 있다.
사용자성 판단은 사업장의 실제 업무 구조와 원·하청 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 법원 역시 개별 사업장에서 원청이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했는지를 중심으로 사안별 판단을 해왔다.
실제 법원 판결에서도 원청이 작업량 배정이나 작업 방식, 안전조치 등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했는지가 사용자성 판단의 주요 기준으로 제시된 바 있다.
교섭 공고나 교섭 대상 선정, 실제 교섭 과정에서 노사 간 이견이 발생할 경우 노동위원회의 구제 절차가 진행된다.
우선 지방노동위원회가 공고 절차의 적법성이나 사용자성 판단의 타당성 등을 심사하게 된다. 이에 대해 노사 어느 한쪽이 불복할 경우 중앙노동위원회 재심과 행정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원·하청 사용자성 인정 범위와 교섭 의제 관련성 등에 대한 판단 기준을 사실상 전국적으로 정리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사용자성 판단을 둘러싼 분쟁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지면서 노동위원회의 업무 부담도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고용노동부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최근 전국 근로감독관과 노동위원회 조사관 300여 명을 대상으로 공동 워크숍을 열고 개정 노조법 해석 지침과 교섭 절차 매뉴얼을 공유하는 등 제도 시행에 대비한 준비에 나섰다.
노동계에서는 법 시행 이후 첫 적용 사례가 4월 중순쯤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 중앙노동위원회는 4월 중순 전후로 현장 상황을 점검하고, 7월께 노란봉투법 초기 안착 여부를 종합적으로 평가할 계획이다.
seungjun241@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