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봉법 시행령 입법예고…"원청-하청 따로 교섭, 분리 원칙 명문화"(종합)

하청 노조 간 교섭단위 분리…분리 교섭단위별 창구단일화
노동위 실질적 지배력 인정 시 원청 교섭 의무…어길 경우 제재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정 노조법 하위법령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11.24/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내년 3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원청 사용자도 하청 업체의 사용자로서 교섭 의무를 지게 되는 구체적인 절차와 기준을 마련한다. 이에 따라 원청노조와 하청노조의 교섭단위가 분리되고, 원청 사업장 기준의 교섭창구 운영 방식이 도입되는 등 단체교섭 구조에 실질적 변화가 예상된다.

고용노동부는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의 후속 조치로 '노조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25일부터 내년 1월 5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는 내년 3월 10일 시행 예정인 개정법의 핵심 조항인 '사용자 정의 확대'에 따라 원청 사용자와 하청노조 간의 실질적 교섭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조치다.

개정안 내용을 보면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는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 간주한다. 이에 따라 원청 사용자는 그 범위 내에서 교섭 의무를 지게 된다. 노조법 국회 통과 후에도 교섭 절차에 대한 명시가 없어, 현장에서는 교섭창구단일화 방향 등 혼선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노동부는 지난 9월부터 TF를 운영하며 노사의 의견을 수렴했고 '현행 교섭창구단일화 틀 내에서 하청노조의 교섭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시행령을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시행령 개정안은 원청 사용자와 하청노조 간 교섭을 원청 사업장 기준으로 하되, 노사 간 자율 교섭이 우선되도록 했다. 만약 자율적 교섭이 성사되지 않으면 노동위원회가 교섭단위를 분리해 각각 따로 교섭이 이뤄지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때 교섭단위 분리 여부는 △이해관계의 공통성 △이익 대표의 적절성 △당사자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

분리 방식은 상황에 따라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우선 업무나 이해관계가 크게 다른 하청노조는 개별 사업장별로 교섭단위를 따로 둔다. 또 유사한 직무를 가진 하청 사업장들은 묶어서 공동 교섭단위를 구성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모든 하청노조의 업무 특성이 비슷하다면 통합된 하나의 교섭단위로 구성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정부는 이처럼 유연한 분리 기준을 적용해 하청노조의 교섭권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노총, 진보당 등 노조법 2·3조 개정운동본부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 입법 환영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8.24/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하청노조가 교섭단위 분리를 신청하지 않은 경우에는 원청 교섭단위 안에서 원청노조와 하청노조가 함께 교섭할 수 있도록 정부가 유도한다. 이후 각각의 교섭단위별로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를 거쳐 대표노조가 결정되며 공동교섭단 구성, 위임·연합 방식 등 다양한 형태의 연대도 허용해 소수노조의 배제가 없도록 할 방침이다.

특히 노동위원회가 원청의 실질적 사용자성을 인정하면 원청은 반드시 교섭에 응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정부는 사전 사용자성 논란으로 인한 노사 간 다툼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교섭 과정에서는 노동위원회가 인정한 범위 외의 사안에 대해서도 원청 사용자와 하청노조가 자율적으로 협의하는 경우 이를 최대한 보장한다는 원칙도 명시됐다.

또한 원청이 사용자성 인정을 받고도 교섭에 불응할 경우, 지방고용노동관서가 지도하거나 부당노동행위로 사법 조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교섭 과정에서 사용자성 분쟁을 줄이기 위해 '사용자성 판단 지원 위원회'도 신설할 예정이다. 원청과 하청노조가 교섭의무에 대한 해석이나 판단이 필요할 경우 이에 대한 조언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김영훈 장관은 "노사자치의 원칙을 교섭 과정에서 최대한 살리면서 하청노조의 실질적 교섭권을 보장해 개정법의 취지가 구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입법예고 브리핑 후 질의응답에서 김 장관은 '시행령에 교섭 단위가 원칙이란 내용이 빠졌다'는 지적에는 "이미 법에 원청과 하청은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명시돼 있다"며 "만약 그렇지(분리가 안 된다면) 않다면 직접고용의 징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위원회가 사용자성을 판단하는데 주어지는 20일이 너무 짧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단 하나라도 사용자성이 인정되면 곧바로 사용자로 판단한다"며 "산업안전과 같이 판례가 많은 영역에서는 구체적 지배력이 형성된다고 판단되면 즉시 사용자로 인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노란봉투법에 대한 후속 조치와 관련해서는 "사용자성 판단기준 지침을 마련하겠다"며 "근로조건에 대한 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 여부의 판단기준 및 사용자성 인정 범위, 예시 사례 등을 담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 장관은 △노동쟁의 범위 지침 △원하청 교섭에 대한 매뉴얼 마련 등의 후속 조치 등에 대해서도 내달 초부터 노사와 협의해 연내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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