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발전·한전KPS, 산안법 1084건 위반…노동부 "김충현씨 불법파견" 인정
태안화력발전소 근로감독 결과…7.3억 과태료·379건 사법조치
6년전 김용균 사건 후에도 반복…노동부 "구조적 문제 해결 시급"
- 나혜윤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에서 지난 6월 하청업체 소속 50대 근로자 고(故) 김충현씨가 선반 작업 중 끼임 사고로 숨진 사건을 계기로 실시된 근로감독 결과, 도급인(서부발전)과 1·2차 수급인을 포함해 모두 1084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고용노동부는 23일 "태안화력발전소 감독 결과 총 379건을 사법처리하고 592건에 대해 7억 3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며 같은 유형의 죽음이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를 뿌리부터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김씨의 불법 파견 여부와 관련해서는 업무 전반을 불법파견으로 결론 내리고 원청인 한전KPS에 41명 직접고용을 시정지시했다.
이번 감독은 사고가 발생한 공정뿐 아니라 발전소 전반에 걸쳐 이루어졌으며 야간 시간대 현장까지 병행 점검했다. 노동자 면담을 통해 위험 작업·시설의 개선 필요사항을 파악했고, 최근 5년간 원·하청 전반의 산재 발생 현황과 언론에 제기된 산재 미보고 의혹도 사내 방재센터 구급 출동 기록을 전수 대조해 확인했다.
산업안전보건 분야에서는 도급인인 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와 1차 수급인(한전 KPS 등 10개 업체), 2차 수급인(한국파워오엔엠 등 4개 업체) 등 총 15개 업체를 대상으로 발전소 전체 현장을 포괄 점검한 결과, 산업안전보건법령 40개 조항 위반 379건(사법처리), 21개 조항 위반 592건(과태료 부과), 113건의 개선요구가 내려졌다.
주요 위반 사항으로는 △도급인인 서부발전이 수급인 사업장 순회점검을 누락하거나 2차 수급인 노동자를 포함하지 않은 점(산안법 제64조) △산업재해조사표 미제출(제57조) 및 안전보건관리규정 변경 시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심의 누락(제26조) 등이 지적됐다.
또 회전체 방호장치 미설치, 크레인 훅 해지장치 미사용, 수상태양광 설비 등에서의 안전난간 미설치, 추락 위험장소 출입통제 미조치 등 기본적인 방호·추락방지 의무 위반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이와 함께 폭발 위험 장소에서 비방폭 전기설비를 사용하거나 가스감지기를 설치하지 않는 등 화재·폭발·전기 안전관리 소홀도 적발됐다. 조명시설 미비, 통로 장애물 방치, 중량물 취급계획 미흡 등 전반적인 현장 관리 부실도 드러났다.
보건 분야에서는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미게시, 경고표지 미부착, 건강진단 미실시, 밀폐공간 출입금지 표지 미설치, 근골격계 유해요인 미조사 등 기본적인 보건관리 규정 위반도 확인됐다.
근로기준 분야에서는 원·하청 전체를 통틀어 연차휴가 미사용수당 과소지급 5억 4000만 원, 퇴직금·연장근로수당 과소지급 225만 원이 적발돼 전액 청산 지시가 내려졌다. 근로계약서상 근무시간 등 필수기재 사항이 누락된 사례, 성희롱 예방교육 미실시, 배우자 출산휴가 미부여 사례도 확인돼 시정 조치됐다.
특히 정부는 이번 근로감독 결과 김씨가 수행한 업무 다수가 불법파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노동부는 "원청 근로자가 작업 내용과 방법을 결정하고 하청 근로자가 이에 따라 수행했으며 원청이 작업조를 직접 편성·배치했다"며 실질적으로 원청에 편입된 구조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원청 한전KPS에 불법파견 근로자 41명 직접고용 시정지시를 내렸으며 원청 대표이사 및 협력업체 대표를 입건해 수사 중이다. 노동부는 시정지시 이행 여부를 철저히 점검하고, 책임자에 대해서는 사법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노동부는 단순한 법 위반 적발을 넘어 같은 유형의 사고가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 대책도 제시했다. 이번 감독을 통해 확인된 안전관리 미비점을 토대로 △위험작업의 2인 1조 작업 원칙 확대 적용 △서로 다른 소속 노동자가 함께 일하는 공동작업장 관리 강화 △안전보건관리규정 정비 및 전담의무 명시 △소화설비·비상구·계단 등 즉시 개선 가능한 현장 조치 강화 등을 권고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태안화력발전소 감독 결과는 단순히 한 사업장의 법 위반을 넘어, 왜 같은 유형의 죽음이 반복되는지 우리 사회가 마주해야 할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 것"이라며 "발전 산업의 다단계 하도급 구조 속에서는 안전관리 책임이 분산될 뿐만 아니라, 효율과 비용 절감 효과도 불확실한 현실을 이제는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서부발전 등은 지난 2019년 고 김용균씨 사망사고 때 이뤄진 특별감독 때에도 1029건의 산업안전보건위반이 적발된 바 있다. 당시 서부발전은 사법조치 90건, 과태료 106건(6억 7000만 원)을 받았으나 6년이 지난 이번 감독에서도 사법조치 179건, 과태료 237건(4억 2430만 원)을 받으면서 김용균씨 사고 이후에도 바뀌지 않은 현실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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