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영 산인공 이사장 "청소년에서 명장으로…숙련인재 성장사다리 구축"

이우영·안유성, 주니어 명장 비전 제시…"AI 시대, 숙련 르네상스로"
"청년이 중도에 포기 않도록 프로페셔널 블루칼라로 미래 연다"

이우영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과 16대 조리명장 안유성 셰프. (사진제공=한국산업인력공단)

(광주=뉴스1) 나혜윤 기자 = 제60회 전국기능경기대회가 광주에서 막을 올렸다. 60년 간 숙련 기술인의 등용문이자 산업 발전의 토대를 다져온 기능대회는 이제 인공지능(AI) 시대에 맞는 인재 양성의 방향을 제시하는 무대로 진화하고 있다.

산업 구조 전환과 AI 확산에 대응해 숙련 인재를 어떻게 길러낼 것인가가 국가 과제가 된 상황에서, 이번 대회는 이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는 장으로 그 의미가 확장됐다.

이를 위해 한국산업인력공단은 고용노동부·교육부 등 관계부처와 협력해 '주니어 명장제도' 도입을 추진 중이며, 숙련 기술인의 성장 사다리를 제도화하려 하고 있다.

이우영 "숙련 인재 성장 사다리 제도화해야…주니어 명장제도 시범운영 예정"

이우영 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은 24일 광주에서 취재진과 만나 숙련 인재 성장 사다리의 제도화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올해도 11명이 명장으로 선정됐지만 수많은 지원자들이 문턱을 넘지 못했다"며 "입상하지 못했다고 꿈을 꺾지 않고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주니어 명장제도를 시범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제도는 지방 기능경기대회에서 탈락하거나 수상하지 못한 청소년들이 다른 경로로도 계속 숙련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이사장은 "청소년 세대부터 명장의 꿈을 키워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숙련의 맥이 끊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주니어 명장제도는 국가 차원의 숙련 전략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기존 '마이스터고' 모델과도 차별화된다. 이 이사장은 "독일 마이스터 제도는 정규 교육과정 중심이지만 우리는 현장에서 직접 성공한 명장들이 멘토로 참여한다"며 "성공한 롤모델들이 후배들을 이끌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숙련기술인의 사회적 가치를 보장하려면 장기적 지원이 필수라는 점도 지적했다. 이 이사장은 "명장이긴 해도 시장에서 큰돈을 벌 수 없는 영역이 많다. 그 맥이 끊기지 않도록 종사 장려금을 연금 형태로 지급하고, 선정 시에는 일시금도 지원한다"면서 "명장은 개인의 영예를 넘어 사회적 자산인 만큼, 안정적으로 현장을 지킬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숙련기술 장려사업 예산은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다. 2023년 111억 원에서 올해는 95억 원대로 감소했고, 2026년까지 동결될 전망이다. 이 이사장은 "사업비가 계속 줄어들면서 예산도 어려움이 있다. 대한민국 명장이라든가 숙련 기술 단체에 지원해 주는 예산들이 삭감되거나 없어졌다"면서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숙련기술인에 대한 중요도 인식도가 낮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또한 숙련 기술 단체와의 연계를 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 명장회, 기능전수자회, 국제기능올림픽 선수단 협의회 등 여러 숙련 단체가 있는데, 이들의 경험과 재능 기부가 미래 꿈나무들에게 큰 힘이 된다"며 정부와 민간의 노력이 결합해야 숙련 저변이 넓어진다고 밝혔다.

AI가 노동시장을 흔드는 시대에 숙련 기술의 미래에 대해 이 이사장은 "AI가 (대중의) 입맛을 알 수는 없다. 사람의 손끝에서 나오는 창의력은 대체 불가"라며 "인공지능 시대야말로 프로페셔널 블루칼라가 각광받는 시대"라고 단언했다.

그는 미국과 한국의 사례를 들어 "컴퓨터 사이언스 전공조차 취업률이 50%에 머무는 상황이다. 그러나 사람의 감각과 창의가 필요한 숙련은 오히려 르네상스를 맞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이사장은 "화이트칼라의 일부 전통 직종은 위축되지만 숙련은 사람의 손 끝에서 나오는 굉장히 아름다운 감각"이라며 "청소년들이 이 분야를 새로운 기회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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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대 조리명장 안유성 "AI 시대, 요리·미용 숙련기술인 양성할 절호의 기회"

현장에서도 이 같은 분석은 체감되고 있다. 이번 대회 홍보대사인 16대 조리명장 안유성 셰프는 "요리·제과·미용 같은 서비스 직종은 AI가 깊숙이 들어오기 힘든 영역"이라며 "창의성과 감각이 필요한 숙련기술인을 양성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 명장은 개인적 경험을 통해 숙련의 길이 얼마나 험난한지 전했다. 그는 "저는 7전 8기 어려운 도전끝에 명장이 됐다. 유독 힘들었다"며 "명장은 단순 자격증이 아니라 연구·특허·봉사까지 이어지는 길"이라고 회고했다. 이어 "주니어 명장제도가 디딤돌 역할을 하면 젊은 기능인들이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또한 안 명장은 후학을 위한 장기 비전도 제시했다. 그는 "직접 요리와 경영을 함께 배우는 한국형 '츠지 요리학교'를 세워 후학을 키우는 게 평생 꿈"이라며 "이미 부지를 확보했고 현장에서 체득한 경영·기술 교육을 결합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이사장은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한 명장 성공 스쿨 같은 모델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길 기대한다"며 공적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20일부터 26일까지 열리는 전국기능경기대회는 1966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시작해 올해로 60회를 맞았다. 지방대회를 거쳐 선발된 청소년 기능인들이 참가하며, 입상자에게는 상금과 국가기술자격시험 실기 면제 혜택이 주어진다.

직종별 상위 득점자는 2028년 일본 아이치에서 열리는 국제기능올림픽 국가대표 선발 평가전에 나설 자격도 얻는다. 한국은 1967년부터 국제대회에 참가해 1977년 네덜란드 대회 첫 종합우승을 포함해 19차례 정상에 오르며 세계 최고 수준의 숙련 역량을 입증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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