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질병 산재 인정 '평균 228일'…"2027년까지 120일로 단축"

노동부, 특별진찰·역학조사 생략…32개 직종부터 적용
전담팀 신설·AI 판정 시스템 도입해 전문성·효율성 강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 News1 안은나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고용노동부가 '업무상 질병'으로 인한 산업재해 승인 처리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평균 228일 걸리던 처리 기간을 오는 2027년까지 120일로 단축해 노동자가 수년씩 기다리지 않고 신속히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근골격계 질환 등 다수 사례가 축적된 직종은 특별진찰을 생략하고 판정위원회 심의만으로 처리하며 광부 폐암·반도체 백혈병처럼 인과관계가 입증된 직업병은 역학조사 없이 판정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업무상 질병 전담팀'을 신설하고, AI 기반 판정 시스템 구축 등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조치도 포함됐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업무상 질병 산재 처리 기간 단축 방안' 브리핑을 갖고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김 장관은 "정부는 이러한 방안들을 통해 업무상 질병 평균 처리 기간을 현 228일에서 2027년에는 120일까지 단축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그는 "지하 탄광에서 6년간 굴진작업을 한 노동자가 폐암에 걸려 산재를 신청했지만 상당인과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974일이 소요됐고, 반도체 제조업 공장에서 백혈병에 걸려 산재를 신청한 사례에서도 1503일의 시간이 소요됐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정부는 '업무상 질병 산재 처리기간'의 획기적인 단축을 위해 우선 근골격계 질환이 전체 산재 질병의 절반 이상(51%)을 차지한다는 점에 착안, 건설 현장 철근공·배관공·청소원·조리원 등 32개 직종은 특별진찰을 거치지 않고 판정위원회 심의만으로 결론을 낼 예정이다.

김 장관은 "다수의 사례가 축적된 점을 고려해 특별진찰을 거치지 않고, 판정위원회 심의를 통해 신속하게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유해물질과 질병 사이 인과관계가 충분히 연구된 사례도 속도를 높인다. 광업 종사자의 원발성 폐암, 반도체 제조업 종사자의 백혈병과 같이 유해물질과 질병에 대한 충분한 연구가 이뤄져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경우에는 역학조사를 생략하고 판정위원회 심의만으로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전문성도 보강된다. 근로복지공단 64개 기관에 '업무상 질병 전담팀’을 신설하고, 재해조사 담당자에 '산재보험 재해조사 전문가' 교육을 의무화한다. 축적된 판정 데이터를 활용하는 AI 기반 심사 시스템도 구축해 심의 내실화를 도모한다.

김 장관은 "AI 처리 시스템으로 축적된 산재 판정 데이터에 기반한 전문적인 산재 심사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라며 "판정위원회는 심의 안건 수를 적정한 수준으로 조정하고 위원회 간 주요 판정 사례를 활발하게 공유해 심의를 내실화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산재 결정 이후 사후 보완책도 대책 방안에 담겼다. 국선대리인 제도를 신설해 노동자의 산재 신청부터 이의제기까지 무료 법률서비스를 지원하고, 근로복지공단 패소율이 높은 질병은 판례 경향을 반영해 인정기준을 재정비한다는 계획이다.

노동부의 이번 대책은 장기간 지연되던 질병 산재 인정의 '악순환'을 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김 장관은 "산재 신청 후 아픈 몸으로 길게는 수 년까지 기다려야 했던 노동자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권리를 신속하게 보장하겠다"면서 "앞으로 산재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여 산재보험이 '신속하고 공정한 산재보상'이라는 제도 본연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강조했다.

freshness41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