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150원' 간극 좁히기…공익위원 '불개입' 선언에 결정 밀릴듯
공익위원 "적극 개입 안할 것, 노사 합의하라"…5차 수정안 제출 예정
노 "최소 생계비 수준으로 올려야" vs 사 "소상공인 지불 능력 없어"
- 나혜윤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둘러싼 노동계와 경영계의 줄다리기가 3일 '1150원'의 격차를 놓고 막판으로 치닫고 있다.
다만 최저임금 논의를 심의하는 공익위원들이 당초 이날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 '심의 촉진 구간'(협상 범위)과 표결 가능성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을 예정"이라며 노사 간 자율 합의를 압박함에 따라, 최저임금 논의는 다음 주까지 이어질 수도 있을 전망이다.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제9차 전원회의를 열고 2026년 최저임금 인상률 결정을 위한 논의에 나섰다.
지난달 21일 노사 양측의 첫 제시안은 노동계 1만 1500원, 경영계(사용자) 1만 30원으로 1470원의 격차가 있었으나 26일과 이달 1일 회의를 통해 이 격차는 1150원으로 좁혀졌다. 직전 제8차 전원회의에서 노동계는 4차 수정안으로 시급 1만 1260원(올해 대비 12.3% 인상)을, 경영계는 1만 110원(0.8% 인상)을 제출했다.
최임위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 "공익위원은 그동안의 회의를 통해 신 정부 출범에 따른 국민 통합의 차원에서 노사 공익 간 합의로 2026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자고 제안해 왔으며, 그 목표와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 회의에서도 공익위원은 노사의 주장이 합의를 위한 수준까지 좁혀지도록 노력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심의 촉진 구간'을 제시하는 등의 적극적 개입을 하지 않을 예정"이라면서 "노사 모두 주장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당초 최저임금 심의와 관련해 공익위원들이 9차 회의에서 심의 촉진 구간을 제시하고 표결을 통해 최저임금을 확정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으나, 공익위원들이 심의 촉진 구간 제시 계획이 없음을 밝힘에 따라 최저임금 논의가 다음 주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도 노사 양측은 팽팽한 이견차를 드러냈다. 노동계는 고물가에 따른 생계 부담을 호소하며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했고, 경영계는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지불능력 한계를 강조하며 최소 인상을 거듭 강조했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1150원 격차로 이전 회의 수정안보다 조금씩 격차를 줄여나가고 있지만, 아직 큰 간극이 있음에 유감"이라며 "고물가 국가인 한국에서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계비용은 이미 그 한계를 벗어난 지 오래"라고 지적했다.
류 사무총장은 "과감한 최저임금 인상 없이는 내수경제 활성화를 지속적으로 도모할 수 없다. 대기업 온라인 거래 상권이 대세인 요즘 상황에서 오프라인 골목상권·입점업체를 살리는 소비 주체들은 결국 노동자들"이라며 "지금과 같은 참혹한 최저임금 저율 인상안으로는 소비 주체들의 발길을 돌리는 처사들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2024년 비혼 단신 가구의 실제 생계비가 264만 원이다. 그러나 최저임금 노동자들은 실수령액은 200만 원도 채 되지 않는다"며 "혼자 살아도 빠듯한데 가족 생계도 책임져야 되고, 가족 중에 아픈 사람이라도 있으면 죽지 못해 산다는 말이 현실이 된다. 최저임금은 최소한 생계비 수준만큼은 올라가야 하지 않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최저임금이 생계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면 가난한 노동자들은 더 큰 가난을 대물림하게 되고, 사회는 더욱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경제 발전도, 민주주의도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다. 결국은 국민 모두가 함께 잘 살기 위해서 하는 일"이라고 인상을 촉구했다.
반면 사용자위원들은 현실 경제 여건과 사업주들의 지불능력을 강조하며 신중한 결정을 당부했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은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를 제외하고는 가장 낮은 0.8%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며 "폐업 사업자가 100만명을 넘어서는 등 지표들이 이들의 지불능력이 이미 한계에 도달했음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고용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류 전무는 "내년 최저임금 국민 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도록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영 안정, 취약계층 근로자의 일자리 안정에 초점을 맞춰 결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고율의 최저임금 인상 요구는 매출 감소, 수익 감소로 벼랑 끝에 몰려 있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에게 앞뒤가 맞지 않는 요구"라며 "최저임금을 대폭 올려놓고 못 주면 형사처벌을 받으라고 하는 것은 결국 사업을 접으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본부장은 "최저임금 수준을 정하면서 지불 능력이 충분한 사업주를 상정하고 이야기를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들 사업주와 지분 능력이 취약한 사업주는 처한 상황이 크게 다르다"며 "지불 능력 차이를 반영하는 합리적인 대안으로 업종별 구분 적용을 제시했으나 무산됐다. 가장 취약한 집단을 기준으로 최저임금 수준을 정하는 것이 공정한 거 아니겠나"라고 강조했다.
freshness41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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