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퇴직연금 400조 돌파…'투자형 연금' 시대 열린다

총 적립금 431.7조원…3년 연속 13% 수준 증가율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퇴직연금 적립금이 제도 도입 18년 만에 사상 처음으로 400조 원을 돌파하며 급속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3년 연속 13% 수준의 증가율을 기록하면서, 자산운용 측면에서 퇴직연금의 위상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2024년 한 해 동안 실적배당형 상품 투자 금액이 전년 대비 53.3% 급증하며 퇴직연금의 중심축이 '저축'에서 '투자'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전년 대비 49조 3000억 원(12.9%) 증가한 431조 7000억 원에 달했다. 유형별로는 확정급여형(DB) 214조 6000억 원, 확정기여형(DC) 및 기업형 IRP 118조 4000억 원, 개인형 IRP 98조 7000억 원으로 집계됐으며 특히 DC와 IRP 비중 증가가 눈에 띈다.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은 전체의 지난해 17.5%로, 2022년(11.3%) 대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DC의 실적배당형 운용 비중은 23.3%, IRP는 33.5%에 이르렀고 주요 투자처는 TDF(Target Date Fund)와 미국지수 추종 ETF로 집중됐다. 이는 가입자가 은퇴 시점을 기준으로 위험자산 비중을 자동 조정하는 장기 포트폴리오 기반 상품을 선호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제도별 수익률을 보면 DB형은 4.04%, DC형은 5.18%, IRP형은 5.86%로 개인의 직접 운용 비중이 높은 제도일수록 수익률도 높았다. 운용 권역별로는 증권사 중심의 IRP가 10% 초과 수익률을 기록한 계좌 비중이 30%를 넘긴 반면, 은행권은 전체 가입자의 84.7%가 4% 이하 수익률 구간에 머물렀다.

2024년 퇴직연금 수급을 개시한 57만3000개 계좌 중 13.0%는 일시금 대신 연금 형태 수령을 선택했다. 이는 전년보다 2.6%p 증가한 수치로, 금액 기준으로는 총 19조 2000억 원의 수령금 중 57.0%가 연금형으로 집행됐다.

한편 전체 가입자의 수익률 중간값은 3.2%로 평균(4.77%)보다 낮았다. 특히 DB형의 85% 이상, DC·IRP형의 절반 이상이 2~4% 수익률 구간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부 관계자는 "가입자들이 과거에 비해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적립금을 적극적으로 운용하는 추세를 보이는 등 퇴직연금 수익률이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면서 "투자에 익숙지 않거나 도움을 받기를 원하는 가입자의 경우 금융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퇴직연금사업자가 직접 구성한 포트폴리오에 투자해 적립금을 운용할 수 있는 '디폴트옵션 제도'를 도입해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가입자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른 퇴직연금사업자로 보유 상품을 그대로 옮길 수 있도록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를 개시했다"면서 "최근에는 '로보어드바이저(RA)'를 개발·이용해 투자자문업을 영위하고 있는 핀테크 업체를 혁신사업자로 지정해 퇴직연금사업자와의 제휴를 통해 투자일임(IRP 한정)이 가능하도록 허용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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