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나무호, 두바이항 도착…'피격 vs 사고' 원인 조사 본격화

예인선 통해 8일 입항…수리조선소서 합동 감식 돌입
CCTV·선원 진술 확보 등 관건…정부 "원인 단정 어려워" 신중

서울 영등포구 HMM 본사 모습. 2026.5.6 ⓒ 뉴스1 김민지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호르무즈 해협에서 정박 중 발생한 화재로 피격 가능성이 제기된 HMM 운용 벌크선 '나무호'가 8일 두바이항에 예인되며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현장 조사 절차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선박이 수리조선소에 입항한 이후에야 기관실 등 주요 손상 부위에 대한 정밀 감식이 가능해지는 만큼 실제 원인 규명 작업도 이 시점부터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해양수산부와 업계에 따르면 나무호는 전날(7일) 아랍에미리트(UAE) 움알쿠와인 인근 해역에서 예인 준비 작업을 진행한 후 8일(한국시간) 두바이항에 입항했다. 현지 예인선은 이미 사고 해역에 도착했지만, 선박 연결과 앵커 해체 등 사전 작업이 지연되면서 이날 새벽 도착했다.

나무호는 두바이항 내 수리조선소로 이동한 뒤 본격적인 사고 원인 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해양수산부 산하 중앙해양안전심판원 조사관과 소방청 감식 전문가, 한국선급 현지 지부, HMM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합동 조사 체계가 가동된다.

정부 조사단은 신속 대응 기조에 따라 이미 현지로 파견됐다. 해수부 관계자는 "최대한 빨리 조사하겠다는 게 기본 방향으로, 늦출 이유가 없다"면서 "현장에 도착해 실제 조사를 시작해 봐야 전체적인 상황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사고 원인 규명에는 일정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크다. 선박 화재 특성상 초기 화염과 고온으로 인해 주요 설비와 전기 계통이 훼손됐을 가능성이 높아 직접적인 발화 지점을 특정하기 어려울 수도 있고, 항해 중이 아닌 정박 상태에서 발생한 사고라는 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또 기관실 내부 구조가 복잡하고 밀폐된 공간이라는 점에서 화재 확산 경로와 폭발 원인을 구분하는 데 추가적인 정밀 분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사고 직후 선박이 해상에 장시간 머물렀던 만큼, 초기 현장 보존이 완전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조사 난도를 높이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CCTV 영상 확보 여부와 저장 상태, 선원 진술의 일관성 확보 여부 등도 조사 기간을 좌우하는 변수로 꼽힌다.

'피격 vs 내부사고' 엇갈린 해석…원인 규명 난항 전망

앞서 지난 4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에서 정박 중이던 나무호의 기관실 좌현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한국인 선원 6명을 포함해 총 24명이 승선해 있었지만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사고 원인을 두고는 외부 공격 가능성과 내부 사고 가능성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이란 관영 매체는 해당 선박이 이란 당국의 해상 규정을 위반해 표적이 됐다고 주장했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란의 공격이라고 단정했다.

반면 이란 외교부와 주한이란대사관은 "해당 화재는 이란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고 한국 정부 역시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5일 "화재 초기 피격 가능성이 거론된 적이 있고, 저희도 그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실무회의를 할 생각도 있었는데 잠시 후 정보를 추가 검토해 보니 피격이 그렇게 확실치는 않은 것 같다"며 "침수라든가, 배가 기울어졌다든가 하는 건 없었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처럼 사고 원인을 둘러싼 관측과 주장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에, 나무호의 두바이항 접안 이후 이뤄질 현장 감식 결과가 주요 판단 근거가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화재가 발생한 기관실의 손상 상태와 연료 계통 이상 여부, 폭발 흔적 등이 주요 단서가 될 전망이다.

이번 사고는 단순 해상 사고를 넘어 중동 정세와 맞물린 사건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글로벌 에너지 물동량의 핵심 통로로, 외부 공격 가능성이 확인될 경우 해상 운송 리스크와 보험료 상승 등 파장이 확대될 수 있다.

반대로 내부 요인으로 결론이 날 경우에도 선박 안전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 필요성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수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사고 원인을 단정할 수 없으며 현장 조사 결과를 토대로 판단할 예정"이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freshness41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