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대목 앞두고 '가축전염병 3종' 동시 습격…전국 방역망 '비상'

구제역·ASF·AI 잇단 발생…명절 대목 가축이동·출하 제한 우려
정부 "조기출하 허용 등 수급관리 총력"…축산농가 소비위축 시름

방역 당국의 긴급 방역 현장 모습.ⓒ 뉴스1 김대벽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설 연휴를 목전에 두고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구제역,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전국 축산 방역망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ASF의 경우 올해 발생 건수가 한 달여 만에 지난 한 해 수준에 도달했고, '청정 지역'이던 경남까지 뚫리면서 단순 국지적 발생을 넘어선 '광역 확산 리스크'가 현실화됐다는 지적이다.

귀성객 이동과 출하 물량이 집중되는 설 대목이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인 가운데, 정부는 조기 출하 허용 등 수급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동 제한에 따른 2차 피해와 소비 심리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AI·구제역·아프리카돼지열병 동시 발생…ASF, 이미 작년 발생 건수 육박

8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고병원성 AI는 이번 겨울 전국에서 총 39건이 발생했고, 야생조류에서는 41건이 검출됐다.

구제역은 1월 말 인천 강화의 소 농장에서 발생했으며, 전북 고창·충남 보령·경남 창녕 등지에서는 ASF가 잇따라 확인됐다. 전날(7일)에도 경기 포천의 한 농장에서 ASF가 추가 발생했다.

특히 지난 3일에는 하루 만에 충남 보령과 경남 창녕에서 ASF가 동시에 발생, 기존 방역망이 국지적 차단 단계를 넘어 광역 확산 압박을 받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들어 ASF 발생 건수는 이미 8건으로, 지난해 연간 발생 건수와 같은 수준에 도달했다.

ASF 확산 양상도 예사롭지 않다. 전북 고창과 충남·경남 사례 모두 일관사육 농장에서 발생했고, 일부는 가족농장 간 연계성이 확인되면서 차량·사람·돼지 이동에 따른 인위적 전파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방역대(반경 10㎞)에 포함된 농장 수가 많고 사육 두수도 58만여마리에 이르는 대규모여서, 이동 제한이 장기화될 경우 현장 부담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시점이다. 1월 말부터 2월 초는 농가 단위 최대 출하 성수기로, 도축·출하 물량이 집중되는 시기다. 잇단 살처분과 이동 제한이 이어질 경우 출하 지연과 사육 부담이 동시에 발생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가축분뇨 처리, 사료 수급, 축사 밀집도 관리 등 출하 차질에 따른 2차 부담이 가시화되고 있다.

전국 확산 국면에 축산 현장 불안감도↑…농식품부, 방역 '총력'

특히 그동안 ASF 청정지역으로 분류됐던 경남에서까지 확진 사례가 확인되면서 축산 현장의 불안감은 한층 커졌다. 사실상 전국 확산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인식 속에 생산자단체와 농협 등 유관 조직들도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돈협회는 정부의 방역 강화 기조에 맞춰 ‘자율 방역 실천 캠페인’을 가동했다. 양돈농가들이 농장 내·외부 소독 장면을 직접 촬영해 공유하는 방식으로 현장 방역 참여를 독려하고, 방역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취지다.

농협경제지주 역시 지난 4일 전국 농협지역본부와 발생 지역 시·군지부, 축협, 계열사 관계자들을 소집해 가축질병 비상방역대책회의를 열고, 현장 대응 상황과 추가 확산 방지 대책을 점검했다.

정부는 설 연휴를 앞두고 수급 불안 차단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도축일수 부족과 돼지고기 수요 증가 가능성을 고려해, 방역시설을 갖추고 검사 결과 이상이 없는 농장에 한해 조기 출하를 한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이는 ASF 긴급행동지침(SOP)에 따른 출하 가능 시점을 최대 일주일 앞당기는 조치로, 방역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수급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조정 조치라는 설명이다.

다만 업계에선 공급 차질보다 소비 위축을 더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설 명절을 앞두고 연이어 터진 가축전염병 소식이 소비 심리를 위축시킬 경우, 가격 안정과는 별개로 체감 경기와 농가 소득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축산협회 관계자는 "추가 발생이 이어질 경우 물량 부족보다 설 대목 소비 위축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수급 관리에 큰 문제는 없다는 판단 아래 상황을 관리하고 있지만, ASF가 충북·제주를 제외한 사실상 전국으로 번진 상황에서 방역 현장의 긴장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농식품부는 설 연휴를 전후한 방역·수급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며 관리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번 ASF 발생으로 살처분한 돼지는 2400마리로, 전체 사육 마릿수 1175만 4000마리의 0.02% 이하 수준이다"라며 "국내 돼지고기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나, 설 명절을 앞둔 상황에서 수급 상황을 면밀히 관찰해 축산물 수급 관리를 빈틈없이 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freshness41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