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사육면적 늘리면 계란 가격 폭등…수입산 판칠 것"

이상진 전 국립축산과학원장 "시행령 개정, 소비자 선택권 침해"
"유통량 70%가 '케이지 계란'…2년내 양계장 새로 지으란 소리"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달걀이 진열돼 있다. 2025.12.9/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장시온 기자 =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닭 사육면적 확대와 관련해 "무작정 사육면적을 늘리면 그만큼 생산량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며 가격 상승과 국산 계란의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업계 우려가 나왔다.

계란자조금관리위원회는 19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국립축산과학원장을 지낸 이상진 계란연구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현재 기준인 닭 한 마리당 사육면적 0.05㎡가 '알을 낳는 닭이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면적'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이 기준은 수십 년간 축산 전문가, 수의학자들이 도출한 최적의 사육면적"이라며 "인간의 시각으로 닭을 재단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과밀 사육을 완화하고 닭의 복지와 건강성 개선을 위해 축산법 시행령을 개정해 산란계의 케이지 사육면적 기준을 기존 마리당 0.05㎡에서 0.075㎡로 확대했다.

개정 기준은 유예 기간을 거쳐 2027년 9월부터 본격 적용되며, 이에 따라 현행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난각번호 4번 계란은 단계적으로 시장에서 사라질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시장에 풀리는 계란의 80%가량이 난각번호 4번 계란이다. 즉 유예기간 2년 동안 전국 대부분 농가가 새 기준에 맞춰 기존 시설을 전부 철거하고 새로 지어야 할 상황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한다' '가격 폭등을 야기할 수 있다' 등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회장은 "시장의 안정성은 케이지 계란이 서민들에게 안정적인 가격과 생산량을 공급할 수 있기에 유지되는 것"이라며 "무작정 닭 한 마리당 사육면적을 늘리면 그만큼 생산량이 감소할 수밖에 없어 가격 상승을 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현재 99% 자급률을 보이는 국산 계란의 입지가 흔들려 수입 계란이 판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김종준 계란자조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은 "폴란드 등 해외도 케이지 계란이 유통 물량의 70% 이상인데 한국만 과도한 기준을 들이대는 것"이라며 "결국 피해는 공급 부족으로 인한 가격 증가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회장은 "다양한 선택지가 보장될 때 국민 건강의 균형도 지켜질 수 있다"며 "감정이 아닌 데이터와 과학에 기반한 정책만이 우리 계란을 지켜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국의 모든 계란집하장이 최고 위생 수준인 HACCP 환경에서 관리되고, 잔류물질 및 항생제 정기검사와 사육기준, 산란 일자 표시까지 이뤄지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엄격한 위생·방역 시스템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zionwk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