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철새에서 AI 혈청형 3종 첫 검출…ASF까지 덮친 겨울 방역 시험대

AI·ASF '겨울방역' 이중압박 커지면서 방역 난도 급상승
충남 ASF 첫 발생·울타리 관리 취약…구조적 대응 요구

25일 충남 당진 송산면 무수리 한 돼지농장에서 '치사율 100%'(급성형)에 달하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해 방역 관계자들이 살처분 작업을 하고 있다. 충남도와 당진시는 이날 발생 농가와 농장주 소유 2개 농장 돼지에 대한 살처분을 마칠 계획이며, 발생 농장 10㎞ 이내 28개 양돈농장에 대해서는 소독을 실시와 함께 이동 제한 조치를 취했다. 2025.11.25/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겨울 철새가 전월 대비 두 배 이상 늘고,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혈청형이 세 가지(H5N1·H5N6·H5N9)로 확대하면서 올해 겨울철 방역 환경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야생조류에서 이례적으로 다양한 혈청형이 동시에 확인된 것은 처음으로, 발생 양상이 예년보다 복잡해지고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특히 최근 충남에서는 올겨울 첫 아프리카돼지열병(ASF)까지 발생하면서 방역 부담은 더 커졌다. 가금류부터 양돈까지 방역 범위가 확대한 상황에서 당국의 겨울철 방역 체계를 전면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철새 133만수 '폭증'…혈청형 3종 동시 검출로 위험도 최고조

30일 농림축산식품부·기후에너지환경부 등에 따르면 국내 겨울 철새는 11월 현재 약 133만 수로, 한 달 전(63만수)보다 111% 급증했다. 전월 대비 급증한 개체 수는 주요 철새도래지와 하천, 농장 주변 오염도를 빠르게 높이며 AI 확산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AI 확산 위험이 가장 높은 산란계 농장에서는 경기·충북·광주광역시 등지에서 현재까지 여섯 건이 확인됐다. 방역 당국은 전국 어디든 고병원성 AI 발생 가능성이 높은 엄중한 구간으로 보고 있다.

올겨울 위험도가 예년과 다른 점은 혈청형 3종류가 동시에 검출됐다는 사실이다. 이는 AI 바이러스의 유입 경로가 복수일 가능성을 뜻하고, 오염권이 넓게 형성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당국은 혈청형이 다양해지는 만큼 농가에 닿는 바이러스 압력이 높아지고, 소규모 농장까지 위험이 확산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고병원성 AI가 확산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지난 24일 충남에서는 올겨울 첫 ASF도 발생했다. ASF는 단일 농장에서의 발생이라도 인근 농가, 산지, 야생멧돼지로 확산 우려가 높아 초기 조치가 핵심이다. 특히 충남 발생농장은 3개 농장이 400~480m 거리로 밀집해 있고 동일 농장주가 사실상 하나의 농장처럼 운영해 방역상 취약한 구조였다는 점이 확인됐다.

여기에 더해 해당 농장에서 10월 초 이미 폐사 증가가 있었음에도 민간 검사기관 의뢰만 반복하며 당국 신고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대응이 지연된 사실도 추가로 확인됐다. 검역본부는 민간 검사기관에 보관 중이던 시료를 재검사한 결과 양성 판정을 확인했고, 이에 따라 발생 예상 시점을 11월에서 10월로 앞당기며 역학 범위를 대폭 확대한 상태다.

1·2차 울타리 단절·비표준화 지적…정부, 관리 방안 연구 착수

이처럼 구조적 취약성·신고 지연·초기 대응 공백이 겹치면서 ASF 차단의 난도가 높아졌다는 것이 양돈 방역 현장의 공통된 진단이다. 특히 ASF 차단의 핵심 수단인 1·2차 울타리(지자체 설치)는 광역울타리와의 연계가 미흡해 차단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지속해서 제기돼 왔다.

현재 전체 울타리 3000km 중 약 1000km가 지자체가 관리하는 1·2차 울타리인데, 지역별로 설치 기준·유지 상태가 달라 단절 구간이 많고 관리 효율도 낮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기후부는 이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최근 'ASF 차단 1·2차 울타리 관리 방안' 연구용역에 착수했다. 기후부는 △지역별 생태·지형 특성 분석 △양돈농가 분포와 울타리 GIS자료 통합 △멧돼지 이동 시뮬레이션을 통한 확산 경로 예측 △정책·사회적 수용성 반영한 관리 기준 마련 등을 살펴볼 전망이다.

방역 현장에서는 이번 연구가 단기 효과보다 중·장기 체계 개편을 위한 시발점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가축전염병이 해마다 반복되는 상황에서 울타리 관리가 농가 현실과 생태적 조건을 반영하지 못하면 동일한 사각지대가 지속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현재 당국은 드론·광역방제기를 활용한 철새도래지 집중소독을 확대하고, 가금농장에서의 장화 갈아신기·출입 차량 통제·농장 내부 동선 분리 등 기본 방역 수칙을 다시 강조하고 있다. 또 산란계 농가에서 발생 가능성이 높은 만큼 계란 운반차량의 농장 진입 전면 차단, 산란노계 출하 사전신고 의무 이행 여부 점검도 강화 중이다.

ASF 발생 지역에는 군·지자체 인력을 추가 투입해 농장 주변 접근통제와 농가 간 인력·장비 이동을 제한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올겨울 방역 환경 위험이 동시에 커진 만큼 철새도래지 차단·양돈농장 방역·울타리 관리 강화 등 전 분야에서 대응 중"이라며 "농가 등이 기본 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는 것이 올해 겨울 확산을 막는 가장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freshness41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