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흙에서 답을 찾는다…기후위기 시대의 '저탄소 농업' 혁신

[기후위기 시대, 식량안보 기술]④'저탄소 농축산업' 전환 본격화
과학기술·보상체계 도입해 지속 가능한 농축산 선순환 모색

지난 8월 경기 화성시 정남면의 한 논에서 열린 '2025년 첫 조생종 벼 수확' 행사에서 관계자들이 콤바인을 이용해 벼를 수확하고 있다.ⓒ News1 김영운 기자

(세종=뉴스1) 김승준 기자 = 기후변화가 식량안보를 뒤흔들고 있다. 그러나 농축산업 역시 기후변화를 유발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식량안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방식의 농축산업을 확장하면, 다시 기후변화가 심화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진다.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저탄소 농업으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한국의 농축산업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를 차지한다. 전체 비중은 크지 않지만, 감축이 쉽지 않은 분야다. 산업이나 교통처럼 내연기관을 전기화하거나, 배출가스를 포집하는 기술이 적용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비료 사용 과정에서 배출되는 산화질소, 가축이나 토양의 미생물 활동으로 발생하는 메탄은 아무리 재생에너지로 농장을 돌려도 사라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정부는 저탄소 농축산 기술 개발과 보상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착한 소비'로 이어지는 사회적 가치와 지속 가능한 생산을 함께 이루겠다는 것이다.

농업 생산량 폭증시킨 질소 비료, 기후변화 부메랑으로 돌아와

저탄소 농축산업의 핵심은 메탄(CH₄)과 아산화질소(N₂O) 감축이다. 흔히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이산화탄소가 지목되지만,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80배 이상, 아산화질소는 300배 이상의 온실효과를 유발한다.

식물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광합성을 통해 포도당 형태로 고정하는, 자연의 이산화탄소 포집·활용(CCUS) 플랫폼이다. 하지만 식물 자체는 탄소를 흡수하더라도 비료 사용이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식물 생장에 필수적인 질소를 값싼 화학비료로 대량 공급하면서 농업 생산성은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그만큼 환경 부담도 커졌다.

남은 질소가 토양에 축적되면 미생물의 작용으로 아산화질소로 전환돼 대기 중으로 방출된다. 인류를 먹여 살린 '녹색혁명'의 어두운 이면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는 '저탄소 농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권장량 이하의 비료 사용이나 고효율 비료 활용을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 인정해 직불금과 활동비를 차등 지급한다.

고효율 비료는 완효성과 맞춤형 비료로 나뉜다. 완효성 비료는 영양성분이 천천히 녹아들어 식물 흡수량 이상의 질소가 토양에 축적되는 것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맞춤형 비료는 토양의 현재 상황, 재배 작물의 특성을 정밀 분석해 필요한 만큼만 영양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직불금 등 직접 지원 외에도 컨설팅, 비료 지원, 판로 확대 등 간접 지원책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화학비료 사용량이 적은 '그린라이스' 품종을 개발해 보급 중이다.

28일 북구 송라면 화진리에서 이양기를 활용해 모내기를 하는 모습. 2021.4.28/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논에서도 메탄 나온다…논 관리 인센티브·기술 적용 활발

식량 생산 과정에서의 메탄 배출은 흔히 축산업의 문제로만 지적돼 왔다. 하지만 실상은 농업과 축산업이 함께 짊어져야 할 과제다.

메탄은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 활동하는 혐기성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할 때 주로 발생한다. 논의 물속이나 가축의 소화기관, 분뇨 저장조가 대표적이다.

논은 물이 고여 산소가 차단된 환경이 만들어져, 혐기성 세균이 활발히 활동한다. 이 때문에 농업 분야 최대의 메탄 배출원으로 꼽힌다. 이에 유엔식량농업기구(FAO),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은 벼 재배가 집중된 중국, 인도, 동남아 등에 저탄소 농법 도입을 권고하고 있다.

대표적인 대응책은 모내기 후 논농사 중간에 물을 일부러 빼서 논바닥이 갈라질 정도로 말리는 것(중간물떼기)이다. 이렇게 하면 토양에 공기층이 형성되면서 혐기성 세균의 작용을 막고 뿌리 생장도 촉진된다.

이후 일정 간격을 두고 논물을 얕게 대고, 자연적으로 말리고, 다시 얕게 대는 작업(논물 얕게 걸러대기)을 실시하면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더 커진다.

정부는 올해 저탄소 농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헥타르(㏊)당 중간 물떼기 15만 원, 논물 얕게 걸러대기 16만 원의 지원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잦은 물갈이 작업이 번거로운 농민을 위한 기술도 개발됐다. 농진청은 논에 물이 드나드는 물꼬를 여닫는 '자동 물꼬'를 개발·보급 중이다. 이 장치는 원하는 물 높이를 설정하면 자동으로 밸브가 작동하는 구조로, 정부 지원금 신청 시 필요한 증빙자료도 자동으로 모을 수 있다.

특히 올해에는 가을갈이할 경우 헥타르당 46만 원의 지원금이 신설됐다. 관행적으로 모내기 전인 5월경에 논을 갈아엎는 작업(봄갈이)이 이뤄지는 데, 이럴 경우 토양 내 미생물이 만들어 놓은 메탄이 대기 중으로 유출된다. 반면 가을갈이를 할 경우 메탄 유출을 줄이는 동시에 토양 비옥화 효과로 비료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경기도 안성시의 한 축사에서 소들이 대형 선풍기 바람으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News1 김영운 기자
사료 넘어 분뇨까지…축산업의 '탄소 순환' 실험

축산 분야에서는 저메탄·저질소 사료를 통한 탄소 저감 노력과 함께, 분뇨 처리 과정의 개선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가축 분뇨는 메탄과 아산화질소의 주요 배출원으로,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온실가스뿐 아니라 수질오염 문제로도 번질 수 있다.

이에 정부는 분뇨를 단순한 '폐기물'이 아닌 '자원'으로 전환하기 위한 기술을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분뇨의 발전용 연료화다. 일반적인 분뇨 비료화·숙성·분해 과정에서는 메탄과 아산화질소가 통제되지 않은 채 개방된 환경으로 방출되지만, 연료화 공정을 거치면 기존의 포집·연소 설비를 통해 배출을 제어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18개 기관이 '가축분뇨 고체연료 활성화 공동기획단'을 중심으로 추진 중으로, 이미 농협, 한국남부발전, 한국남동발전이 시험 발전으로 산업 활용 가능성을 확인했다.

다만 아직 분뇨 내의 연료화 설비 부식 성분 저감, 품질 균일화, 연료 생산 시설 구축, 지속적 공급망 구축 등 과제가 남아있어, 관련 연구·개발(R&D), 농가 참여 유도책, 규제 개선 등의 작업이 이뤄지는 중이다.

seungjun24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