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거부권' 양곡·농안법 국회 본회의 통과…정부 매입 부담 1.4조→0.5조
사전 수급관리·지원 강화…양곡위원회서 매입 규모·가격 등 논의
- 김승준 기자
(세종=뉴스1) 김승준 기자 = 윤석열 정부 당시 두 차례 거부권(재의요구권)이 행사됐던 양곡관리법(양곡법)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법(농안법) 개정안이 정부의 재정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수정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번 법 개정을 통해 정부는 농산물 과잉 생산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타 작물 재배'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이 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과잉생산이 발생할 경우 정부가 초과 물량을 매입하거나, 가격 하락분을 보전하는 등 농가 보호 조치에 나서게 된다.
국회는 4일 본회의를 열고 양곡법과 농안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당초 해당 법안은 방송 3법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신청으로 이날 통과 여부가 불확실했으나, 안건 순서를 조정해 통과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두 법의 개정안이 시행되는 2026년 8월 전까지 관계 부처 협의, 연구용역 등을 통해 농가 지원 수준과 시행 기준을 마련하고, 하위법령 개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농업계, 국회, 전문가 등과 긴밀히 소통해 선제적 수급 조절을 실효성 있게 추진하겠다"며 "농업인이 쌀을 포함한 농산물의 가격변동에도 안심하고 농사지을 수 있도록 제도를 운용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양곡법 개정안은 정부의 '사전 쌀 생산량 조정'과 '과잉 생산 시 대책'이라는 두 축으로 구성된다.
우선 정부는 쌀 수급 균형 면적과 쌀 이외의 작물(논타작물)의 목표 재배 면적을 사전에 계획한다.
양곡수급계획은 농식품부에서 수립하지만, 생산자 단체가 3분의 1 이상 참여하는 양곡수급관리위원회에서 심의한다.
이와 함께 기존에 쌀 중심의 논농사를 해오던 농민이 익숙하지 않은 논타작물을 재배에 적응할 수 있도록 정부의 재정 지원책도 운영된다.
수급계획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하게 과잉 생산이 발생하면, 양곡수급관리위원회가 수급 상황에 따른 대책을 심의하고, 정부가 의무적으로 대책을 추진하게 된다.
수급 관리를 위한 정부의 양곡 매입량과 가격도 양곡위원회 심의 후 국무회의에 제출된다.
'농안법 개정안'은 양곡법과 비슷한 방식으로 농산물 전반에 대한 수급 관리 체계를 규정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주요 품목을 대상으로 '농산물의 수급에 관한 계획'(농산물 수급계획)을 수립하고, 생육단계부터 출하단계까지 재배면적 관리, 병해충방제, 재해 예방시설 확충 등 안정적인 생산·공급을 위한 선제적 수급관리 체계를 구축한다.
수급 불안시 정부의 수매 등 사후 조치도 강화된다. 해당연도의 농산물 평균 가격이 기준가격 미만으로 하락할 경우, 그 차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하는 '농산물가격안정제도'가 신규 도입된다.
다만 대상 품목은 '농산물가격안정심의위원회'에서 심의를 거쳐 확정하고, 기준가격은 생산비용과 수급 상황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해진다.
양곡관리법은 2023년과 2024년 두 차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윤석열 당시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에 의해 각각 거부권이 행사되며 국회로 되돌아와 폐기됐다.
당시 쟁점은 '자동 시장격리 의무화'에 따른 재정 부담이었다. 자동시장격리제는 쌀이 과잉 생산되거나 가격 하락 시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을 통해 가격 안정을 도모하는 조치다.
현행법에서는 시장 격리를 '할 수 있다'라는 임의 규정에 그쳐, 적기에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의무 조항 도입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반면 의무 조항에 반대하는 측은 사후 조치, 자동 매입에 집중할 경우 쌀 매입에 대한 재정 부담이 크기 때문에, 재배 면적을 사전에 조율하는 방식이 효율적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이번에 통과된 법안은 양측의 입장을 절충한 형태다.
과거 법안에서는 쌀 3% 초과 생산, 쌀값 5% 하락 등 외부 조건에 따라 의무 매입이 자동 발동되는 구조여서 막대한 재정 부담이 우려됐다.
반면, 이번 통과 법안에서는 양곡수급관리위원회에서 의무 매입 발동 기준을 조정하고, 전량 매입이 아닌 부분 매입 등 유연한 조치가 가능해져 정부의 재정 부담 규모도 줄어들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 당시 거부된 양곡법 개정안의 재정 소요는 1조 4000억 원으로 추산됐으나, 이번 통과 법안은 약 5000억 원 수준으로 대폭 축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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