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왜 '단맛'에 끌리는가
[음식속숨은이야기] 단맛은 에너지원…우리 전통의 단맛은 '엿'
- 이은지 기자
(세종=뉴스1) 이은지 기자 = 짜고, 맵고, 시고, 쓰고, 달달한 5가지 맛 가운데 단연 으뜸은 '단맛'이다. 오방색 구분에서 중앙을 차지하는 황색은 왕이나 황제를 상징하며 맛으로는 단맛을 의미한다.
단맛은 탄수화물이나 포도당 등에서 느낀다. 탄수화물이나 포도당은 인체 에너지원으로 가장 먼저 쓰인다. 그런데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대표적인 단맛 '설탕'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 이유는 뭘까.
설탕 등 탄수화물은 적절한 시간 간격을 두고 먹어야 한다. 술과 약처럼. 흡수된 탄수화물은 몸에서 이용되고 남으면 글리코겐으로 저장된다. 그런데 저장용량을 초과하면 중성지방으로 저장되는데 이것이 바로 살이다.
곡물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 민족은 탄수화물을 이미 충분히 섭취하고 있다. 그런데 과자, 음료수 등 가공식품을 통해 또다시 당을 섭취하다보니 당 섭취율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중·고등학생이 하루에 가공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당은 무려 47.1g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단맛은 습관성이 될 수 있으므로, 어린이, 청소년은 조절이 필요하다. 너무 맵거나 차가운 음식은 단맛을 느낄 수 없어서 과다섭취하기 쉬우므로 특히 주의해야 한다.
사람이 유독 단맛을 즐기는 이유에 대해 두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채집생활을 하던 원시인들에게 쓴맛은 독을, 단맛은 먹을 것을 의미하는 신호였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단맛을 좋아하게 됐다는 설이다. 실제로 인간의 50% 이상은 단맛을 좋아하며, 단것을 먹으면 뇌에서는 모르핀을 맞은 경우와 비슷한 반응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하나는 단맛이 엄마의 향기로 기억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모유에 들어있는 유당이 단맛을 내기 때문에 태어날 때 가장 먼저 접하는 맛이자 향이 단맛이라는 것. 갓난아기가 단것을 유독 좋아하는 이유는 자궁에 있을 때부터 단맛을 경험하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존재한다.
젖을 먹는 대부분의 포유동물은 단맛을 좋아한다. 하지만 고양이는 사탕을 좋아하지 않는다. 식물로부터 탄수화물을 섭취하지 않는 육식동물은 단맛을 좋아하지 않고, 특히 고양이는 단맛을 느낄 수 있는 특정 유전자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에만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단맛은 바로 '엿'이다. 찹쌀, 멥쌀, 옥수수에 엿기름을 섞어 당화시켜 졸여서 만든 엿은 설탕이 대중화되기 이전부터 우리 가정의 필수품이었다.
엿은 묽은 조청, 딱딱한 갱엿 그리고 딱딱하면서 하얀 흰엿으로 구분된다. 조청은 음식 감미료로 사용되는 시럽형태이며, 갱엿은 오래 조려서 단단한 게 특징이다. 갱엿이 굳기전에 여러 차례 잡아늘여서, 공기가 들어가 하얀 빛깔을 내는 것이 흰엿이다.
옛부터 엿은 세찬(설에 차리는 음식)을 만드는데 필수적이었다. 경기도는 반찬으로도 즐기는 무릇에 둥굴레를 넣은 '무릇곰', 칡으로 만든 '양평가마솥칡청'이 유명하다. 강원도는 옥수수로 만든 '황골엿', 충북은 숟가락으로 떠먹는 '무엿', '칡조청'이 유명하다. 충남은 '구절초엿' '송화쌀엿'이 전래되고 있다. 경북은 '매화장수쌀엿' '호박오가리엿' '강냉이엿'이, 경남은 수수가루로 죽을 쑤어 만든 '수수조청'(수수엿)이 유명하다. 전북은 '고구마엿' '밤엿' '삼계쌀엿' '찹쌀엿'이 유명하고, 전남은 '쌀조청' '창평쌀엿' '흰엿' 등이 주를 이뤘다.
전통과자 한과를 만들때 물엿이나 조청은 필수다. 보존기간을 늘리고 재료 조직을 촉촉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엿기름을 사용해 단맛을 낸 다른 음식으로는 식혜가 빠질 수 없다. 쌀에 엿기름을 첨가해 만드는 것이 기본이다.
1970년대부터 설탕의 유해성이 강조되면서 인공 감미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설탕보다 200배 단 아스파탐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인공감미료다. 사카린과 달리 쓴맛이 없다. 열을 가하면 단맛이 없어지므로 차갑게 마시는 음료에 주로 쓰인다. 설탕보다 600배 단 수크랄로스는 무칼로리의 감미료다. 낮은 온도의 물에서 잘 녹는다. 다른 감미료와 혼합하면 그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단맛을 증가시키는 장점이 있다.
파라과이에서 많이 나는 '스테비아'라는 식물에서 추출한 천연감미료 '스테비오사이드'는 1975년 일본이 상품화했다. 주로 아시아와 남미에서 많이 사용되며, 우리나라에서는 소주 감미료로 사용된다.
최근 많이 사용되는 액상과당은 포도당 효소를 이용해 단맛이 더 강한 과당으로 바꾼 인공감미료다. 단맛이 빨리 없어져 청량감을 줄 뿐 아니라 저온 상태에서도 설탕보다 단맛을 느끼게 하므로 음료, 빙과에 널리 사용된다. 포도당보다 인체가 느끼는 감미가 더 강하며, 화학 구조를 볼 때 벌꿀과도 가깝기 때문에 거부감이 적은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식욕억제호르몬을 차단해 포만감을 느끼지 못하게 돼 더 많이 먹게 될 수도 있으니 섭취량 조절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서구사회에서 문제가 된 식습관에 대해 우리나라 정부도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국제보건기구에서 2000년 초에는 가공식품, 2010년에는 지방, 2012~2013년 트랜스지방, 2013~2014년 나트륨 과다 문제를 지적했고, 2015년 설탕과다 문제를 들고 나왔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국민들이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운동, 식습관을 전파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 민족의 전통 식습관을 발굴·보존하는 동시에 되살릴 수 있는 것들은 연구를 통해 상품화하거나 지식재산화하는 작업도 병행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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