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정치범수용소 수감자 살펴보니…고위직도 예외없어

인권위, 4일 북한인권침해 사례집 발간

이 사례집에는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실상과 수감자 278명의 이름, 수감 이유 등이 담겼다. 북한 현 정권 실세가 수감됐던 사연도 공개됐다.

인권위의 비공개 자료에는 가해자 이름도 명시됐다고 한다. 향후 북한정권의 인권유린 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해놓기 위해서이다. 

지난해부터 '북한인권침해신고센터'에 접수된 내용 800여건을 토대로 탈북자와 납북자 가족 60여명을 면접한 내용을 종합한 것이다.

요덕과 개천·북창·회령 등 정치범 수용소 4곳과 전거리·증산 교화소(교도소) 2곳의 실상도 밝혔다.

함경북도 경성 수용소에는 유사시 수감자를 생매장하기 위한 땅굴이 있다는 탈북자 증언도 있다.

당시 경비대원이었다 탈북한 안명철씨는 북한이 유사시 정치범 수용소를 운영한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150m의 땅굴을 만들었다고 했다.

사례집에 나온 전체 수감자중에는 노동당 고위간부, 군 장교, 대학교수 등 북한 내 고위직도 상당수 포함됐다.

1990년대 말 북한 후계구도의 중추 역할을 하는 본부당 책임비서로 재직하면서 권력의 핵심에 있었던 문성술이 북창수용소에 수감돼 2000년께 탄광사고로 불구가 된 사실도 밝혀졌다.

문성술의 숙청 당시 국내에는 김정일의 권력 이양 과정에서 그가 간첩으로 몰렸다고 알려졌었다.

지난 2월 북한 체신상(남한의 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임명되는 등 김정은 체제의 실세로 평가받는 심철호는 체신성 부상(차관급)으로 재직시절인 2001년 9월 요덕수용소에 수감됐다.

심철호는 국가보위부 도청미행국에 대해 "간첩도 못 잡으면서 왜 자꾸 도청만 하느냐"고 말했다가 당 권위를 훼손했다는 괘씸죄로 수감됐다. 그는 수감 중 체중이 30㎏이나 줄었다.

윤양권 전 프랑스 주재 무역참사는 1999년 프랑스에서 한국제 생활용품을 사용했다는 이유 등으로 수감됐다.

독일 유학생 사건에 연루돼 김승곤 전 인민무력부 정찰국 처장, 김건기 전 인민무력부 정찰국 과장 등이 2000년 수감된 사실도 확인됐다.

김종수 전 인민무력부 작전부 소장, 장춘권 전 조선인민 경비대 7총국 여단장, 인민영웅 칭호를 받은 송근일 전 조선인민 경비대 7총국 여단장 등 군 고위직은 뇌물과 비자금 조성 등을 이유로 수감됐다.

장춘권 전 조선인민군 경비대 7총국 여단장은 1999년 11월 중국에서 외화벌이를 해 비자금을 마련했다는 이유로, 같은 보직을 맡았던 송근일 전 7총국 여단장도 비자금 조성 등 혐의로 2000년 2월 각각 수감됐다.

화교와 거래하다 보위사령부에 적발돼 수감된 안창남 전 중앙인민위원회 법무부장, 정치싸움 끝에 수용소로 끌려간 염정제 전 평양 모란봉구역 검찰소장, 뇌물을 받아 당의 권위를 훼손한 김병남 전 양강도당 조직비서 등 수감 사연도 확인됐다.  

수감 이유를 따져보면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는 숙청당하거나 체제 전복을 시도한 정치범보다 생계형 탈북자나 연좌제로 복역한 수감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탈북을 시도한 사람과 탈북을 방조하거나 도왔다는 이유로 갇힌 사람을 합치면 60여명에 달했다.

북한 체제를 비난하거나 한국·서방을 동경하는 이른바 '언어반동'을 이유로 정치범이 된 사람도 40여명이 넘었다.

관영 조선중앙통신 기자 차광호는 "김정일이 인민생활은 안중에도 없이 자기 우상화만 한다"고 푸념했다가 고초를 겪었다.

평북 신의주의 평범한 학생이었던 최순애씨는 부친이 당생활총화 시간 때 실수로 김일성의 호칭('위대한 수령')을 붙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감된 경우다.

기독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수감된 경우도 5건이나 확인됐다.

김태훈 인권위 북한인권특위 위원장은 "북한의 인권침해는 공소시효가 적용되지 않는 반인도 범죄로 이 자료를 토대로 통일 후 사법처리 근거자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과거 서독은 1961년 잘쯔기터 중앙기록보관소를 설치해 통일시점까지 동독에서 자행되던 4만1390건의 인권침해 상황을 기록한 바 있다.

mj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