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여자축구 선수단 출국…"또 만나요 내고향" 응원에 고개 돌려보기도
입국 때보다 완화된 분위기…선수들끼리 웃으며 대화도
국내 취재진·시민단체 관계자들에게는 묵묵부답
- 임여익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경기 참가를 위해 방남했던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이 모든 경기 일정을 마치고 24일 한국을 떠났다.
이들은 입국 당시에는 앞만 보며 빠른 걸음으로 인천국제공항을 빠져나갔던 것과는 달리, 이날은 공항에 온 취재진과 시민들을 둘러보거나 자기들끼리 대화를 나누며 웃음을 짓는 등 다소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내고향선수단은 이날 오후 1시 55분쯤 인천국제공항 3층 출국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선수 23명과 스태프 12명 등 총 35명으로 구성된 선수단은 입국 때와 비슷한 검은 정장 차림에 왼쪽 가슴에는 빨간 뱃지를 달고 있었다.
공항은 오후 12시쯤부터 선수단의 출국길을 보기 위해 모인 취재진과 자주통일평화연대 등 국내 시민단체 관계자들로 인해 북적였다.
이날 공항에는 경찰 200여명과 공항 보안요원을 비롯해 안전 유지를 위한 인력이 다수 배치됐다. 이들은 노란색 보안 통제선을 친채 줄곧 삼엄한 경비를 유지하는 분위기였다.
공항 내부에 들어온 선수단은 무표정으로 천천히 걸으며 출국 수속 카운터로 향했다. 옆에서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내고향여자축구단 또 만나요" 등의 구호를 외치며 환호를 보내자, 선수단 일부는 고개를 돌려 단체 쪽을 바라보기도 했다.
선수단은 입국 때와 마찬가지로 출국 심사 과정에서도 여권을 제시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명씩 신원 확인 절차를 거치는 동안 여자 선수들은 뒤에서 삼삼오오 모여 대화하며 미소를 보였다. 지난 17일 입국 당시 한명도 웃음을 보이지 않은 것과는 대비됐다.
다만 취재진이 '어제 결승전을 마치고 나서는 무엇을 했나' '경기장과 공항에 내고향팀을 응원하러 온 이들에게 하고픈 말 없나' 등의 질의를 했지만, 이에 대해서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그대로 출국장 안으로 들어갔다.
이번 대회에서 '남북 공동응원단'으로 참여했던 강춘근 씨(64)는 이날도 선수단의 떠나는 길을 보기 위해 공항에 왔다. 강 씨는 "'미워도 다시 한번'이라는 노랫말도 있지 않나"라며 "비록 남북관계는 좋지 않지만 북한 선수들의 우승을 축하하고, 다음에 또 좋은 모습으로 만나자는 의미에서 이렇게 나오게 됐다"며 웃음을 보였다.
지나가던 시민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선수단의 출국을 신기한 듯 지켜봤다. 윤명현 씨(28)는 "여행 가기 위해 비행편을 기다리던 중이었는데 경찰들이 많아서 무슨 일인가 하고 봤다"며 "북한 사람들을 실물로 보는 건 처음이라 흥미롭고, 정치적 문제와는 별개로 스포츠 교류 같은 건 서로 자유롭게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내고향팀은 전날인 23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진행된 AFC AWCL 결승전에서 도쿄 베르디를 1: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내고향팀은 지난 20일 준결승전에서는 수원FC위민을 2:1로 이긴 바 있다.
북한 여자축구 클럽팀이 한국에서 열린 국제대회 정상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대회 우승 상금은 100만달러(약 15억 2000만원)에 달한다.
북한 선수단이 한국을 찾아 스포츠 경기에 참석한 건 8년 만이며, 그중에서도 북한 여자축구팀이 방한한 것은 무려 12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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