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의 산증인, 정치사의 거물이 졌다…이해찬 前 총리 별세(종합)
민주화에 투신 후 '7선 국회의원·총리·당 대표' 거친 한국 정치사의 거물
베트남 출장 중 심장 스턴트 시술 받았지만, 의식 회복 못 해
- 김예슬 기자, 한병찬 기자, 유민주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한병찬 유민주 기자 = 베트남 출장 중 심근경색으로 위중한 상태에 빠졌던 이해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전 국무총리)이 25일(현지시간) 끝내 별세했다. 향년 74세다.
민주평통은 이날 "이 수석부의장이 심근경색 진단을 받았고, 스텐트 시술 등 현지 의료진이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현지시간 오후 2시 48분 운명하셨다"라고 밝혔다.
이 수석부의장은 지난 22일 베트남 호찌민으로 출장을 떠났다가 23일 심근경색으로 건강 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호찌민 탐안 병원으로 응급 이송됐다. 이송 과정에서 심정지가 발생했으나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호흡은 회복됐고, 이후 심장 스텐트 시술을 받았지만 끝내 의식은 회복하지 못했다.
민주당은 현지 의료 여건상 추가 치료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국내 이송을 추진해 왔으며, 에어 앰뷸런스 확보 등 긴급 이송 방안도 검토했다. 그러나 결국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현지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정무특별보좌관인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최민희·김현·김태년 의원 등이 머물며 이송을 지원해 왔다. 민주당은 에어 앰뷸런스 확보 등 긴급 이송 방안을 검토했으나, 베트남 현지 여건상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수석부의장은 민주화 운동의 선두에 섰던 투사이자, 7선 국회의원 및 국무총리를 역임한 민주 진영의 산증인이다.
1952년 충남 청양에서 태어난 그는, 서울대 사회학과 재학 중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1972년)에 맞서 민주화 운동에 투신했다. 1974년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으로 1년 가까이 옥고를 치렀다.
1978년엔 서울대 인근 신림동 고시촌에 '광장서적'을 차리며 학생운동권의 구심점이 되기도 했다. 1980년엔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의 관련자로 10년형을 선고받았다. 수감 중에도 김대중 전 대통령, 문익환 목사 등 민주 진영의 지도자들과 소통을 지속한 그는, 1982년 성탄절 특사로 석방된 뒤에도 민주화 운동을 이어갔다.
1987년 6월 민주항쟁 때는 민주헌법쟁국민운동본부 상황실장을 맡았다. 이를 통해 대통령 직선제를 끌어낸 이 수석부의장은 본격적으로 정치인으로서의 인생을 시작했다. 김대중 후보가 낙선한 1987년 13대 대선 직후 평화민주당에 입당하면서다.
이 수석부의장은 1988년 13대 총선에서 당선(서울 관악을)돼 국회에 입성했다. 이후 관악을 지역구에서만 5선을 하며 민주 진영의 중진으로 자리 잡았다.
1995년 민선 1기 서울시의 정무부시장, 1998년 김대중 정부의 첫 교육부 장관을 맡아 고교 평준화를 확대하며 '이해찬 세대'라는 말이 탄생하기도 했다.
2002년 노무현 대통령 당선의 공신 역할을 한 그는 2004년 노무현 정부의 두 번째 총리로 임명됐다.
이 수석부의장은 2018년 문재인 정부 때 더불어민주당의 당 대표가 됐다. 당시 그는 당 대표직을 맡으며 '마지막 소임'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2018년 전당대회 때 "개혁 정책이 뿌리내리려면 20년 정도는 집권하는 계획을 가져야 한다"라며 '민주 진영 20년 집권론'을 제시하기도 했다.
2020년 당 대표직에서 물러난 그는 지난해 10월 제22기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에 임명되며 이재명 정부의 대북·통일 정책 수립에 기여했다.
민주평통 측은 "현재 유가족 및 관계기관과 함께 국내 운구 및 장례 절차를 논의 중이며, 확정되는 대로 다시 알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주평통 측에서는 민주사회장을 검토 중이다. 민주사회장은 민주평통 내부 규정에 따라 국가 통일·민주 발전에 공헌한 인사에게 민주평통 명의로 치르는 공식 장례 형식으로, 법적 국가의례는 아니지만 공적 기구(대통령 직속 헌법기관) 차원의 최고 예우 장례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도 시신 운구와 관련해 "현재 가족과 협의 중"이라며 "가급적 빨리 국내로 보내드리려 한다"라고 설명했다.
yeseul@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