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중동에 유럽도 北대사 추방…전례없는 '北고립' 동참

외교부 "핵미사일 규탄 위한 北대사 추방은 처음"

쿠웨이트는 17일(현지시간) 북한과의 외교관계를 격하하고 자국 주재 북한 대사에게 한 달 내 떠날 것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 난9월7일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 부부가 쿠웨이트시티에서 북한 국경일 기념식 연회에 참석한 모습이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멕시코, 페루, 쿠웨이트에 이어 스페인까지 북한 대사 추방 행렬에 합류하면서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고립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규탄하기 위해 자국 주재 북한 대사를 추방하는 일은 이번이 처음으로, 앞으로도 국제사회의 이같은 북한 고립 분위기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의 핵미사일로 각 국가가 자체적으로 북한 대사를 추방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가 크다"며 "더욱이 여러 국가들이 대사 추방이나 교역 중단 등 단기간 내에 연쇄적으로 북한과의 관계를 격화시키는 조치를 하면서 북한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기준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현재까지 북한 대사 추방 명령을 결정한 국가는 스페인과 멕시코, 페루, 쿠웨이트 4개 국가다. 이들 모두 북한 대사를 추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스페인의 경우 유럽국가에서 대사 추방 조치가 이뤄진 첫 국가이기도 하다.

이들은 북한의 6차 핵실험이 국제사회에 심각한 위협이라는 인식 하에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스페인은 "북한의 6차 핵실험은 평화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며 페루 외무부는 "동북아와 세계의 안전뿐 아니라 국제 평화와 안보에 심각하고 용납할 수 없는 위협"이라며 북한을 규탄했다

그간 북한 외교관들이 밀수, 뇌물 등 각종 범죄에 휘말렸다가 들통나 주재국으로부터 쫓겨난 사례는 종종 있었다. 지난 3월 김정남 암살 사건으로 말레이시아 정부가 강철 북한 대사를 추방한 경우처럼 북한과의 외교 관계가 틀어져 대사를 쫓은 경우도 있다.

또 추방은 아니지만 지난해 11월 북한 5차 핵실험에 대응해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321호에 제재 명단에 오른 박춘일 이집트 대사와 한미 제재 대상에 오른 미얀마 주재 김석철 북한 대사가 본국으로 돌아간 경우도 있다.

하지만 북한의 핵미사일을 규탄하기 위해 자국 주재 북한 대사를 추방한 경우는 없었다는 것이 외교부의 설명이다. 한 국가가 수교국 대사를 '외교상 기피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해 추방하는 것은 외교관계 단절에 버금가는 강력한 외교적 조치라는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도 "그간 북한에 대해 여러 고립조치를 해도 외교관계 단절에 가까운 대사 추방 조치는 전례가 없었던 것 같다"며 "북한과 경제거래나 외교적 관계가 많지 않더라도 4개 국가에서 그렇게 했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북한 대사 추방은 아니지만 북한의 전통적인 우방국인 동남아 국가들도 북한에 등을 돌리고 있다. 북한의 3대 무역국 중 하나인 필리핀은 지난 8일 북한과의 교역 중단을 선언했고, 캄보디아는 북한의 잇따른 도발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베트남은 외교관급 인사인 북한 단천은행 대표를 사실상 추방하는 방식으로 간접적 대사 추방을 이행했고, 미국을 방문한 말레이시아의 나집 라작 총리는 지난 13일 북한과의 외교관계를 재검토하겠다고 천명했다.

이를 두고 북한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노력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은 그간 북한과의 외교·통상 단절을 각국에 요청하는 등 북한 고립화에 앞장 서 왔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필리핀이나, 노동자 수출, 무역의 우회로로 여겨지는 동남아 국가에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이전과 다른 양상이라 북한도 민감하게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이 계속 핵미사일 도발을 이어간다면 이같은 현상은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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