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평양] 24만 '평양 특권층'의 자격은…달러? 애완견?
미화 5만달러 이상 보유에 애완견도 키워야
남한식 소비행태 및 서구식 문화생활은 이미 '대세'
- 서재준 기자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북한의 수도 평양은 북한의 특권층, 이른바 '허락받은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특권층이 무슨 음식을 먹고 어떤 종류의 옷을 입는지 등 구체적인 생활상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같은 궁금증을 다소나마 풀 수 있는 몇가지 단서들이 최근 정보 당국에 의해 공개돼 눈길을 끌었습니다.
국가정보원은 최근 국회 보고를 통해 평양의 특권층의 기준을 '미화 5만달러 보유 및 남한풍 서구식 소비행태를 보이는 사람'으로 규정했습니다.
개성공단의 북측 근로자 5만3000여명의 평균 월급이 130~150달러(연 1500~2000달러 가량)이니까 5만달러는 개성공단 근로자들이 국가에 납부하는 세금 없이 20년을 넘게 연봉 전부를 모아야 하는 액수입니다.
그런데 이 같은 액수를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실로 상당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국정원은 이들의 숫자를 약 24만명으로 추산했습니다. 약 6만여명의 당, 군부, 국영 기업의 간부들이 있으며 이들의 식구를 4명으로 계산했을 때 이 같은 추정치가 나온다는 설명입니다.
이 같은 국정원의 정보는 최근 독일 자유대학의 박성조 교수가 주장한 것과 거의 동일합니다.
박 교수는 국정원의 국회 보고 약 한 달여 전에 자신이 수집한 각종 정보를 취합해 평양 특권층이 최소 25만명에 이르며 그 기준은 미화 5만달러의 보유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박 교수가 특권층의 기준으로 주장한 것 중에는 국정원의 보고와 차이가 나는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이들 특권층이 '중국에서 수입한 애완견을 보유하기도 한다'라는 부분입니다.
물론 모든 특권층이 애완견을 기르진 않겠지만, 먹을 것이 부족한 북한에서 일부라도 '삶의 질'을 위해 애완견을 기른다는 것 자체가 이들이 일반 주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얼마나 부유한 생활을 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라 하겠습니다.
북한에서 애완견이 특권층 사이에 퍼지게 된 계기는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애완견을 기르면서 부터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같은 취향은 아들인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에게도 그대로 내려와 북한이 지난해 수입한 애완견과 개사료·영양제·항생제·세제류 등 각종 애완견 용품이 20만 달러가 넘는다는 분석도 나온 바 있습니다.
애완견 뿐 아니라 김씨 일가를 비롯해 최고위 특권층의 소비를 위해 지난해 수입된 양주·와인(3494만달러), 고급시계(1654만달러), 모피(714만달러)들의 양도 상당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김 제1비서 집권 후 집중된 평양의 고층 신축 아파트들도 대부분 특권층을 위한 것입니다.
평양에 주재하는 외국의 외교관들은 평양 대동강변에 늘어선 고층 아파트들을 바라보며 이 일대를 '리틀 두바이'라고 부른다 합니다. '오일 머니'로 인해 부유한 도시의 대명사로 알려진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의 모습과 흡사하다 해서 붙여진 별명입니다.
이들은 또 평양의 대표적인 명물거리인 창천거리에 위치한 유명한 식당인 '해맞이 식당'에서 외식을 즐기며 달러나 유료화를 받는 외국인 전용 사우나와 체육관도 자유롭게 드나든다고 합니다.
김정은 집권 후 평양에 들어선 우리 식의 워터파크와 같은 문수물놀이장, 미림승마구락부(승마장) 등도 단순히 외국인 관광객들만을 위한 시설은 아니라는 반증입니다.
이 같은 평양 특권층의 생활 모습은 최근 SNS 및 인터넷의 발달로 예상치 못한 곳에서 우리에게 노출되기도 합니다.
관광 등의 목적으로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온 외국인들을 통해 공개된 사진과 영상에서 우리가 접근하기 어려웠던 '평양의 일상'들이 공개되곤 하는 것입니다.
최근엔 북한과 교류하는 싱가포르의 '조선교류(조선 익스체인지)' 등의 외국 단체를 통해 북한에도 고급 커피점과 피자 전문점들이 생겼으며 평양 시민들도 이를 자주 이용한다는 이야기와 그 사진들이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휴대폰 가입자도 이미 250만명이 넘어섰다는 이야기도 나오는 것을 보면 평양의 일상은 어쩌면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수준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권층의 기준에 '남한풍 서구식 소비행태'가 들어가 있는 것을 보면 적어도 물질적인 면에서 남한은 여전히 이들의 동경의 대상인가 봅니다.
한국의 유명 중소기업 제품인 '쿠쿠밥솥'은 중국을 통해서 북한에 유입된지 이미 오래됐음은 물론이고 북일 수교 차단으로 인해 길이 막힌 일본의 밥솥을 완전히 밀어내며 북한의 기본 혼수인 '5장(옷장·이불장·찬장·책장·신발장) 6기(TV수상기·세탁기·녹음기·냉동기·재봉기·선풍기)의 구성마저 바꾸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옵니다.
또 한국 제품을 일컬어 '중국 것보다 더 좋은 것'이라는 은어로 부르고 간부들일수록 더 남한의 드라마와 영화를 즐겨보는 등 평양 주민들의 남한에 대한 동경은 그들의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오히려 더해지는 양상인 듯합니다.
seoji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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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북한의 수도인 평양은 서울에서 약 200km가량 북쪽에 위치해 있다. 차로 달리면 3시간 가량이면 도달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다.
그렇지만 남한 사람들 중 "평양은 어떤 곳인가"라는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역시 많지 않을 것이다. 남북 간 정보의 단절은 분단 70년 동안 전혀 이어지지 않고 이어지지 않고 있다.
평양의 일상생활부터 북한 김씨 일가 통치에 숨겨진 방정식 까지 그간 쉽게 들여다보지 못했던 북한의 이모저모를 보여주는 돋보기가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