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이산상봉 재개 위한 카드로 '금강산 관광' 고심
'분리대응' 원칙 밝힌 바 있어 두 사안 연계시 '원칙론' 깨질까 우려
"北, 금강산 관광 재개 상관 없이 이산상봉 연기 국면 장기화 시킬 것" 전망도
- 서재준 기자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양측은 박근혜 대통령의 8·15 경축사를 통해 이산가족 상봉 추진이 수면으로 떠오른 지난 8월경부터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와의 연계 여부를 두고 신경전을 벌여왔다.
북한은 지난달 16일 우리 정부의 이산가족 상봉 행사 개최를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 제의를 받아들이며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회담을 추가로 제안했고 적십자 실무접촉 역시 금강산에서 갖자며 두 사안의 연계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에 정부는 금강산 관광 회담 제안을 수용하면서도 "이산가족 상봉은 인도주의적 사안으로 금강산 관광 문제와는 분리돼야 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며 '분리대응' 원칙을 분명히 한 바 있다.
그러나 남북은 이후에도 금강산 관광 회담 개최 일정을 놓고 이산가족 상봉 행사 전 개최, 후 개최 여부를 두고 몇차례 기싸움을 이어왔다.
특히 북한은 우리측에 보낸 전통문에서 '두 사안을 분리해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적어 넣기도 했었다.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 행사 전 금강산 관광 회담이 열려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밝힌 반면 우리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먼저 개최된 뒤 금강산 관광 회담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금강산 관광 회담 일정을 상봉 뒤인 10월달로 연기했었다.
하지만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을 무기한 연기하며 금강산 관광 회담도 연기하고 나섬에 따라 인해 정부도 무조건 '분리대응'을 고집하기 어렵게 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이산상봉과 금강산 관광 회담을 모두 연기하고 나선 뒤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져야 금강산 관광 회담이 가능하다"며 "이산가족 상봉 여부와 별개로 금강산 관광 회담 일정을 북측에 제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분리 대응'원칙을 접지는 않으면서도 일면 두 사안의 연계성을 인정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이 실현돼야 금강산 관광 회담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자칫하면 이산가족 상봉이 성사되면 자동적으로 금강산 관광 재개 국면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뉘앙스로 읽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연계성을 수긍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역으로 두 사안의 연계와 관련해 이산가족 상봉 카드를 무기로 활용하려는 북한의 의도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뜻이 된다.
이러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실제로 우리 정부가 금강산 관광 재개와 관련해 진전된 입장을 보일 경우 이산가족 상봉 재개가 조속히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북한이 당초 9월과 11월 등 연내 2회의 이산가족 상봉에 합의하고 화상 상봉까지 열기로 하는 등 나름의 '성의'를 보이는듯 하다가 돌연 무기한 연기를 통보한 것은 우리측에 금강산 관광 회담이 조속히 이뤄지도록 최대한 성의를 보이도록 압박을 가한 것으로 볼수 있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우리 정부가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해 북한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낸다면 이르면 10월 중에도 상봉 실현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이산가족 상봉 성사를 위해선)정부가 먼저 차관급 회담을 제의하고 나설 필요성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정부가 두 문제의 연계에 여전히 원칙적인 반대를 분명히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완전 분리가 쉽지 않은 상황인데다, 이산가족 상봉 연기에 따른 국내 여론 악화를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조속한 상봉 재개를 위한 '묘수' 찾기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기하기도 한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후부터 줄곧 '원칙있는 대북정책'을 강조해 온 정부 입장에선 두 사안의 연계성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고려하는 방식으로 현 상황에 대응하는 것은 자칫 앞서 밝힌 분리대응 방침의 '원칙'에 어긋나게 된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특히 그간 정부가 "이산상봉은 정치적 문제와 별도로 논의되어야 할 인도주의적 사안"임을 강조해 온 만큼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를 이산상봉 실현을 위한 '카드'로 사용하게 될 경우 '원칙론'에 손상을 입게 될 것이 분명하다는 점에서 정부로서는 고민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편으론 북한이 최근 전제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를 주장하며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차원에서 남북 대화국면 형성에 박차를 가했던 만큼 북한이 금강산 관광 문제와는 상관없이 이산상봉 연기를 장기화 시킬 것이라는 회의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시각은 북한이 지난 18일 중국에서 열린 반관반민 형식의 6자회담 당사국간 회의가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난 뒤 석연치 않은 정치적 이유를 들어 이산상봉 연기를 발표했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는 연내 6자회담 재개를 원했던 북한이 한미일의 '선 비핵화' 조치 요구 등으로 사실상 연내 6자회담이 불가능해졌다고 판단, 남북관계에서도 '속도조절'에 나선 것이 이산가족 상봉 무기한 연기로 나타났다고 보는 것이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에 나선 측면이 있다"며 "별다른 소득이 없자 이산가족 상봉을 지렛대로 사용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seojib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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