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사흘째 朴정부 대북 원칙론 비난 이어가

南北 상봉 재개 위한 조치 고려 안해…상봉 재개 난망할 듯

북한이 오는 25일 금강산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추석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무기한 연기한다고 발표한 가운데 지난 22일 오후 상봉 대상자인 김명도 할아버지(90세)가 부인 박현수(86) 씨와 경기도 용인 자택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 2013.9.22/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오는 25일로 예정됐던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북측의 일방적인 통보로 무기한 연기된 가운데 북한은 23일 사흘째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 비난 기조를 이어갔다.

북한은 이날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을 통해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겨냥해 "북남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가는 근본 요인"이라며 비난을 가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21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 연기를 발표할 때에도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평가와 언론보도 등을 문제 삼으며 비난을 가해온 바 있다.

북한은 이날 성명에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들어 "악랄한 남조선 보수패당의 대결소동"이라며 "괴뢰보수패당에 의해 북남사이에 모처럼 마련된 대화마저 동족대결에 악용되고 우리 공화국을 반대하는 전쟁과 폭압소동이 광란적으로 벌어지는 이런 살벌한 분위기속에서 정상적인 대화와 북남관계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전날에도 조평통 서기국 보도를 통해 우리 정부가 "북한의 이산상봉 연기는 반인륜적 행위"라고 비판한 것에 대해 "북침 전쟁책동에 광분하는 호전광들이 그 무슨 '인륜'을 논하는것은 인도주의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유린이고 모독이며 언어도단"이라고 원색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북한은 개성공단 중단 사태의 해결 등을 통해 우리 정부가 '원칙있는 대북정책'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에 민감하게 반응한 듯 이날 신문을 통해 "원칙 아닌 '원칙론'을 내들고 오늘의 북남관계를 왜곡하는 것은 완전한 현실기만이며 '대화있는 대결'을 추구하려는 음흉한 기도의 발로"라고 맹비난을 가했다.

다만 북한은 21일 성명에서 '남측의 통일애국인사에 대한 탄압을 멈춰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 내용에 대해서는 그 이후로 추가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이 23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브리핑을 갖고

우리 정부 역시 지난 21일 북한의 일방적 행동은 '반인륜적'이라고 강한 톤으로 지적한데 이어 이날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의 정례 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이산상봉을 일방적으로 연기하고 나선것은 어떤 설명과 변명으로도 정당화 될 수 없는 일"이라며 재차 북한의 책임을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이같은 북한의 태도는 우리 국민은 물론 국제사회의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북한은 하루라도 빨리 이산가족들의 아픔과 상처가 치유될 수 있도록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조속히 응해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정부는 북한의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가하는 것에 대한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은 채 이산상봉에 대한 책임만을 강조하는 모양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새정부의 대북정책이 비교적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놓고 양측이 왈가왈부 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는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언성을 높여봐야 얻을 게 없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북측이 남측의 대북 정책 기조 자체를 비판하는 상황에 대해 "당분간 기싸움을 이어가겠다는 의도이자 이산가족 등 구체적인 현안에 대한 논의를 피하고 싶은 욕구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같이 양측이 이산상봉 연기를 기점으로 서로에 대한 날선 공방전을 이어감에 따라 정작 코앞으로 다가왔던 이산가족 상봉의 조속한 재개는 다소 요원해진 상황이다.

특히 이날 김 대변인이 "북한이 일방적으로 상봉 행사를 불과 며칠 앞두고 연기했기 때문에 정부는 선(先) 조치 없이 상황을 지켜보면서 대응이 필요하면 대응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혀 경우에 따라 상봉 중단은 장기화 될 전망이다.

과거 18차례의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서 북한의 연기 및 중단 선언으로 상봉에 차질을 빚었던 경우에도 최소 2개월에서 길게는 1년여까지 중단 사태가 이어지기도 했었다.

또 이날 김 대변인이 앞서 남북이 적십자 실무접촉을 통해 합의한 화상상봉과 오는 11월 추가상봉에 대해 "25일로 예정됐던 상봉이 먼저 이뤄져야 이들에 대한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며 화상 상봉과 11월 추가 상봉 역시 사실상 무기한 연기됐음을 시사했다.

아울러 북한이 우리 정부가 내달 2일로 제안했던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 마저도 기약없이 연기를 통보하고 우리 정부 역시 "이산상봉을 먼저 해야 금강산 관광 회담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간 대화채널은 한동안 경색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br>

seojib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