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정책 속도..이산가족-DMZ공원 성사 여부는

개성공단 합의 후 이산가족상봉 공감대 형성
DMZ 북측 호응 여부 관건..북측이 협상카드로 이용할수도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적십자회담을 제안한 가운데 11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들이 이산가족상봉 민원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가장 최근의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2010년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금강산에서 열렸다. 2013.7.11/뉴스1 © News1 손형주 기자

정부가 지난 15일 광복절을 맞아 북한에 추석 전후 이산가족상봉 행사 개최와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조성을 제안했다.

개성공단 정상화 방침에 남북이 합의한지 하루만으로 개성공단 문제 합의를 계기로 정부 대북정책이 속도감있게 진행되는 양상이다.

일단 정부의 이날 대북 제안들은 북한의 적극적인 호응 없이는 추진되기 어려운 어려운 사안들이다. 나아가 이산가족상봉행사와 DMZ평화공원 조성 사업은 남북 간 공감의 수위 차가 있을 수밖에 없어 성사 가능성은 다소 엇갈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 3년만의 이산가족상봉..남북 공감대

이산가족상봉은 남북간 인도적 차원의 가장 기본적인 교류협력 단계로 일컬어진다.

분단후 첫 이산가족상봉이 1985년 성사된 이후 2000년부터 2007년까진 거의 매해 이뤄져왔다. 남북관계가 경색 상태에 빠지면서 2008년엔 성사되지 못했고 2009년과 2010년 한차례씩 열린 이후 약 3년동안 상봉행사는 이뤄지지 못해왔다.

박근혜 정권 들어 첫 이산가족상봉 행사는 개성공단 문제가 합의될 경우 자연스럽게 추진될 것이라는 게 정부 안팎의 대체적인 전망이었다.

정부도 이르면 16일 판문점 연락채널 등을 통해 북측에 이산가족상봉 행사 개최와 관련한 실무회담 제안을 할 것으로 보인다.

비정치분야에서 대표적인 남북 간 교류 사업의 출발지점으로 인식되는 측면이 짙어 북측도 이를 거부할 명분이 많지 않다.

무엇보다 북한은 이미 최근까지 수차례 이산가족상봉 제안을 먼저 제안해왔다.

지난 6월 6일 북한은 조평통 담화를 통해 "6·15를 계기로 개성공업지구 정상화와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북남 당국 사이의 회담을 가질 것을 제의한다"고 밝혔으며, 2차 개성공단 회담이 종료된 직후인 지난달 10일 금산관광 재개와 이산가족상봉을 위한 실무회담을 제안했다.

개성공단 문제가 해결된 뒤 논의하자는 우리 정부의 역제안에 따라 뒤로 밀렸지만, 현재 개성공단 문제가 정상화에 합의된 상태인 점을 감안하면 이산가족상봉 행사 개최가 이뤄지는 것이 순서다.

다만 북측이 계속해서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와 이산가족상봉을 묶어 제안해왔다는 점은 변수다. 행사가 주로 금강산에서 열려왔다는 점에서 이산가족상봉 행사가 개최될 경우 금강산관광 재개 논의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강산관광 재개는 5.24 조치 해제와도 직결되는 문제여서 정부 입장에선 조심스럼 부분이다. 우리측이 조만간 이산가족상봉행사와 관련한 실무회담을 제안할 경우 북측이 금강산관광사업 재개 문재와 또다시 엮어 역제안할 가능성도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다.

◇ DMZ 공원계획, 北 협상카드 활용할듯

DMZ 평화공원조성은 현 정부의 대선 공약사업이다.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DMZ평화공원 구상을 언급한 이후 통일부를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사업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DMZ사업에 대한 북측의 입장은 현재로선 명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단계에 있다.

무엇보다 이와 관련한 가시적인 절차의 진행은 북한 최고 지도부의 '결단'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어서 북측이 우리측의 공식적인 제안을 단번에 수용할 여지는 두고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개성공단 합의가 가까워질 무렵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이 이에 대해 언급한 사실이 최근 알려져 사업 추진 가능성을 높인 측면이 있다.

김양건 부장이 최근 북한 전승절 기념식 참석차 평양을 방문했던 박상권 평화자동차 사장에게 "공업지구(개성공단)도 따지고 보면 비무장지대(DMZ)에 있다"며 "개성공업지구 사업을 적극적으로 잘해야 비무장지대(DMZ)에 공원을 만드는 것도 잘 되든지 말든지 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성공단 정상화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었던 시기라서 북측이 DMZ공원조성 사업에 진정성을 가지고 이같은 발언을 했을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구석도 있다.

그러나 북측도 남측 정부의 DMZ 공원 조성 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고 북한은 이를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 이후 이산가족상봉추진, 금강산관광사업 재개, 대북인도적지원 사업 추진 과정에서 협상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다만 DMZ공원사업이 추진되려면 유엔사령부와의 협의가 필요하고, 또 남북 간 군사회담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에서 북측의 호응이 있더라도 가시적인 추진 단계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대체적이다.

bin198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