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재외동포'에 故 오기문 前 재일대한부인회장 선정
재일동포 사회 조직화·사할린 무의탁 노인 돌봄 등 평생 헌신
-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재외동포청은 '이달의 재외동포'로 재일민단과 재일대한부인회 창립에 기여하고, 사할린의 무의탁 노인을 위한 양로원 설립 등 소외된 동포들을 위해 헌신한 고(故) 오기문(1911~2014) 전 재일대한부인회장을 선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오기문 회장은 1911년 경북 고령에서 태어나 18세 때 일본으로 건너갔다. 남편과 사별한 뒤에는 삯바느질로 여성용 속옷을 만들어 팔며 생계를 이어갔다. 억척스럽고 성실한 그의 삶은 일본의 주요 일간지에 '본받아야 할 조선의 모범 부인'으로 소개되며 알려졌고, 이를 계기로 경제적 여유를 갖게 된 그는 도일 당시 꿈꾸던 사회운동가의 길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됐다.
오 회장은 재일동포들을 돕는 데 앞장서며 재일민단 결성과 재일대한부인회 창립 등 재일동포 사회 조직화와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억울하게 경찰에 붙잡힌 재일동포들을 구제하는 데 힘을 쏟아 '여(女)번호사'로 불리기도 했다.
1946년 1월에는 출옥한 박열 선생과 뜻을 모아 재일신조선건설동맹을 결성하고, 200만엔의 기금을 활동 자금으로 지원했다. 이 단체를 모체로 '재일본대한민국민단'이 결성됐으며, 그는 초대 부녀부장으로 취임했다.
또한 민단 단원 부인들을 규합해 허정숙 여사와 함께 1947년 8월 재일본대한부인회 도쿄 본부를 창립했고, 1949년에는 부인회 총본부를 결성해 일본 전역으로 조직을 확장했다.
오 회장은 조국을 위한 봉사활동에도 헌신했다. 6·25 전쟁 당시 도쿄 거리에서 모금 활동을 벌이며 의약품과 담요 등 구호품을 마련했고, 위문단으로 파견되기도 했다. 후방에서는 전쟁고아와 노인들을 도왔으며, 일본에서는 일본 병원으로 후송된 연합군 병사들을 위한 위문 활동에도 적극 참여했다.
특히 사할린으로 강제 이주된 뒤 일본 패망 이후에도 귀국하지 못한 동포들을 위해 요양원 설립을 결심했다. 이를 위해 자비로 10억 원을 마련해 한국과 일본을 수십 차례 오가며 1987년 고향인 경북 고령군 쌍림면 매촌리에 대조구국원을 설립했고, 1993년 대창양로원을 개원했다.
정부는 재일동포와 사할린 무의탁 동포들을 위해 헌신한 그의 공적을 기려 1978년 국민훈장 동백장, 1996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여했다.
김경협 재외동포청장은 "오기문 회장은 일평생을 조국과 동포들을 위해 바친 분"이라며 "그녀의 숭고한 업적이 후대에 오래 기억될 수 있도록 12월의 재외동포로 선정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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