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이어진 독립운동'…이의경 지사 '8월의 재외동포' 선정

문학가이자 독립운동가인 이의경 지사.(재외동포청 제공)
문학가이자 독립운동가인 이의경 지사.(재외동포청 제공)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재외동포청은 15일 '이달의 재외동포'로 유럽에서 조국의 독립을 알리고 한국 문화를 전파한 문학가이자 독립운동가인 이의경 지사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1899년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나 경성의학전문학교(현재 서울대 의과대) 재학 중인 1919년 3·1운동에 참여했다.

그는 '대한청년외교단' 편집부장을 맡아 '외교시보'와 '국치기념경고문' 등 선전물을 발간해 배포하는 등 독립 여론 조성에도 앞장섰다.

이 지사는 이러한 활동이 일제에 발각되자 탄압을 피해 상하이로 망명했다. 이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구호 임무 수행을 위해 설립한 대한적십자회에서 간호사 양성에 매진했다.

특히 그는 상하이에서 안중근 의사의 가족들과도 교류했고, 1920년 안 의사의 사촌동생 안봉근과 함께 프랑스를 거쳐 독일로 건너가 유럽에서 독립운동을 이어갔다.

이 지사는 1927년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세계피압박민족회의'에 이극로, 황우일, 김법린 등과 대표단을 구성에 참여하기도 했다. 당시 '한국의 문제'라는 결의문을 만들고 이를 독일어, 불어, 영어 등으로 번역해 독립 의지를 국제사회에 알렸다.

1927년 2월 벨기에에서 열린 '세계피압박민족회의'에 참가한 이의경 지사(오른쪽 두 번째).(이미륵박사기념사업회 제공)

이 지사는 1928년 작가 이미륵(필명)으로 문학 활동을 시작해, 1946년 자신의 어린 시절과 3·1운동 참여, 망명 과정 등을 자전적 형식으로 담아 장편소설 '압록강은 흐른다'를 독일어로 출간하기도 했다.

독일의 한 잡지는 당시 '올해 독일어로 쓰인 가장 훌륭한 책'으로 이 소설을 선정했고, 이후 독일 교과서에도 수록돼 독일인들에게 널리 읽히며 우리 민족의 삶과 한국의 정서를 현지에 전파했다.

이 지사의 문학은 한국과 독일 양국 간 상호 신뢰를 형성하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1964년 독일 정부가 한국에 1억 5000만 마르크(약 3000만 달러)의 차관을 조건 없이 제공한 배경에는 그의 작품을 통해 형성된 독일인들의 한국에 대한 신뢰와 공감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1948년부터 자신의 모교 뮌헨대학 동양학부에서 한국학과 동양철학을 가르치는 교육자로서의 길을 걷던 그는 1950년 3월 위암으로 타계했다.

정부는 이 지사의 공훈을 기려 1963년 대통령표창,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했으며 지난해 11월 독일 그래펠핑에 안장돼 있던 그의 유해를 국내로 봉환해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했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