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국경선 요새화' 완성되면 DMZ 어떻게 바뀌나…완충지대 사라질 수도
軍, 2028년쯤 공사 완료 전망…올 8~9월 MDL 침범만 50여차례
전문가 "지뢰·시설 밀집으로 위험의 형태 달라질 것"
- 허고운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북한이 비무장지대(DMZ)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진행하는 '국경선 요새화' 작업이 종료되면 철책과 지뢰·군사시설이 MDL 가까이 고착되면서 DMZ의 실질적인 완충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군 당국에 따르면 국방부는 북한이 2024년부터 진행한 MDL 일대 국경선 요새화 작업이 2028년쯤 완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8월 기준 MDL 약 250㎞ 구간의 불모지 조성은 약 90%, 철책과 지뢰지대 설치는 30~60%가량 진행된 것으로 군은 평가했다.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2023년 말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이후 이듬해 4월부터 MDL 일대에서 불모지 조성과 철책·방벽 설치, 지뢰 매설, 전술도로 건설 등을 이어가고 있다. 국방부는 이 같은 작업이 정전협정에 명시된 완충지대를 축소·해체하는 행위라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요새화가 마무리되면 DMZ의 군사적 성격 자체가 일부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DMZ가 남북 병력이 제한적으로 활동하면서 상호 감시하는 공간이었다면, 앞으로는 북한이 철책과 지뢰지대, 방벽, 전술도로 등을 통해 사실상의 물리적 경계선을 보다 명확하게 구축한 공간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유 연구위원은 또 "북한이 철책과 지뢰지대, 전술도로 등 군사시설을 MDL에 지나치게 근접시킬 경우 DMZ의 물리적 폭 자체가 변하지 않더라도 실질적인 군사적 완충공간은 축소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도 정전협정에 따라 MDL을 기준으로 남북 각각 약 2㎞가 DMZ로 설정돼 충돌을 막는 완충 공간 역할을 해왔지만, 북한이 이 공간 안에 전술도로와 철책·방벽·지뢰 등을 구축하면서 실질적인 완충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고 봤다.
김대영 한국국가전략연구원 군사전문연구위원은 "요새화가 완성되면 DMZ는 정전협정이 상정한 '비무장 완충지대'가 아니라 남북이 서로 방벽을 맞대는 '무장된 국경지대'로 성격이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완충 공간이 줄면 그만큼 상황을 판단하고 대응할 시간도 짧아진다"라며 "작은 접촉이 곧바로 사격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가 되는 만큼 우발적 충돌 관리가 훨씬 어려워진다"라고 우려했다.
국경선 요새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북한군의 MDL 침범도 크게 늘었다.
국방정보본부에 따르면 북한군은 지난 8월 20여 차례, 9월 30여 차례 등 두 달간 총 50여 차례 MDL을 침범한 것으로 평가됐다. 최근 월선은 동부전선 21사단 지역에 집중됐으며, 우리 군은 북한군이 MDL을 넘을 경우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을 실시해 퇴거시키고 있다.
유 연구위원은 "현재 반복되는 MDL 침범 가운데 상당 부분은 북한군이 지뢰 매설이나 철책·방벽 설치, 전술도로 건설 등을 위해 MDL 인근에서 대규모 작업을 수행하는 과정과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모든 침범을 단순한 공사 과정의 실수로 간주해서도 안 된다"라며 "북한이 우리 군의 감시 및 대응태세를 확인하거나 MDL 일대에서 새로운 행동 기준을 형성하려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최근 서부전선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 사고 역시 국경선 요새화 과정에서 생겨난 새로운 위험을 보여준 사례로 거론된다. 유엔사는 현장조사 과정에서 MDL 이남에서 북한군이 제작한 대인지뢰를 확인해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유 연구위원은 "최근 MDL 이남에서 북한의 대인지뢰가 발견된 사례는 북한의 요새화가 북측 지역에만 영향을 미치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 장병의 DMZ 작전 안전과도 직접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지적했다.
신종우 사무총장은 우리 측 지역에서 북한 지뢰가 발견된 것은 정전협정과 관할권 문제를 동시에 낳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MDL 기준을 둘러싼 논란을 줄이기 위해 유엔사와 우리 군이 북한에 공동조사를 계속 제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요새화가 완성되면 공사 병력의 잦은 MDL 접근 자체는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유 연구위원은 "요새화가 완료된 이후에는 공사 과정에서 나타나는 우발적인 MDL 접근 자체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라면서도 "우발적인 병력 접근 가능성은 감소하더라도 지뢰와 장애물, 감시장비와 병력이 MDL 가까이에 집중되면서 다른 형태의 위험은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도 "물리적 장벽이 완성되면 작업 병력이 MDL에 바짝 붙을 이유가 줄고 순찰 동선도 고정되기 때문에 단순 월선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라면서도 "감소는 기대할 수 있지만 월선이 완전히 사라지긴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어 "공사 단계의 '월선 문제'가 완료 이후에는 '선 긋기 문제'로 성격이 바뀔 수 있다"라고 예상했다.
신 사무총장은 북한의 국경선 요새화 자체도 단기간에 끝날 작업은 아니라고 봤다. 산악 지형이 많은 휴전선 전 구간에 지뢰와 방벽, 철책 등을 구축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당분간 공사 병력의 MDL 접근과 이에 따른 긴장은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우리 군도 북한과 같은 방식으로 시설을 전진 배치하기보다 변화한 DMZ 환경에 맞춰 감시·정찰과 지뢰 대응, 장병 안전과 방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연구위원은 "요새화 이후에는 병력 중심 경계보다 감시정찰 자산의 고도화가 핵심이다. 과학화 경계체계와 드론, AI 영상분석으로 북측의 전술도로와 진지 변화를 상시 추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북측 진지가 가까워지면 기습 포격이나 드론 공격에 노출되는 시간도 짧아진다"라며 "GP와 GOP의 방호 구조물을 보강해 방호력을 높이고, 피격 상황에서도 장병들이 버티며 임무를 이어갈 수 있도록 생존성을 강화하는 것이 현대화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국방부도 북한의 MDL 일대 활동 변화에 대응해 AI 기반 GOP 경계체계와 정찰 무인기, 지상감시장비 등의 전력화를 추진하고 있다.
유 연구위원은 "결국 북한의 국경선 요새화가 완료된 이후 DMZ는 위험이 사라지는 공간이라기보다 위험의 형태가 달라지는 공간이 될 가능성이 크다"라며 "우리 군도 단순히 북한의 요새화에 맞대응하기보다 감시·정찰, 지뢰 대응, 장병 안전, 우발적 충돌 방지와 확고한 대응태세를 함께 강화하는 방향으로 DMZ 작전개념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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