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정전협정 위반" 유엔사 조치는…장성급 회담 주목

"확립된 정전협정 체계 따라 조치 중"…北 통보·회담 요청 여부 주목
1990년대 군사정전위 사실상 멈춘 후 유엔사-북 장성급 채널 존재

경기 파주시 판문점. 2024.04.16 ⓒ 뉴스1 청사사진기자단

(서울=뉴스1) 김기성 기자 = 유엔군사령부가 최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군사분계선(MDL) 이남에서 발생한 북한군 지뢰 폭발 사고를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공식 판단하면서 앞으로의 유엔사 대응 조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전협정상 협정 위반이 확정된 사건은 상대에 알리게 돼 있는 만큼 유엔사는 한국군과 함께 진행한 조사 내용을 토대로 북한에 위반 사실 통보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맞물려 유엔사가 이번 사건을 논의하기 위해 북한군 장성급 회담 개최도 제안했을 것으로 보인다.

"北 정전협정 위반…확립된 체계 따라 조치 중"

1일 군 등에 따르면 유엔사는 서부전선 북한군 지뢰 폭발 사건 현장조사 과정에서 식별한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 사실을 확인하고 북측에 대한 통보절차를 밟고 있다.

유엔사는 지난달 30일 입장문을 내고 "9월 21일 DMZ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 사고와 관련해 합동 현장조사를 실시해 MDL 이남 대한민국 측 지역에서 북한 대인지뢰 1발을 발견했다"면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유엔사는 정전협정 위반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고 확립된 정전협정 체계에 따라 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엔사가 언급한 '확립된 정전협정 체계에 따른 조치'에는 정전협정 규정에 따라 위반 사실을 상대측에 통보하고 관련 사안을 협의하는 절차 등이 포함되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유엔사는 지난 6월 북한의 MDL 일대 국경선 요새화 작업과 관련해 북한군이 MDL 남쪽에 지뢰를 매설하는 경우 "방어적 목적을 상실하는 행위이며, 자동적으로 정전협정 위반이 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실제 월선이나 지뢰 매설이 확인되면 즉각 정전협정 위반 절차를 가동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번 유엔사의 판단에서 주목되는 것은 사고 당시 폭발한 지뢰 2발이 아닌 지난달 29일 우리 군과의 현장조사 과정에서 식별한 북한군 수지(플라스틱) 반(反)보병 지뢰 1발을 명시해 정전협정상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힌 점이다.

권대원 합동참모본부 차장(육군 중장)이 지난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실에서 서부전선 비무장지대에서 발생한 북한군 지뢰 폭발 사건 중간 조사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9.28 ⓒ 뉴스1 김진환 기자

합동참모본부는 지난달 28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화약흔 등 분석 결과를 토대로 지난달 21일 서부전선 수색로 개척 중이던 우리 군에게 피해를 입힌 2개의 폭발물이 북한군 지뢰라고 발표했다.

반면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은 전날 담화를 통해 사고가 남측의 '자작극'이라며 북한군 책임을 전면 부인했다.

유엔사는 김 부장의 담화 이후 입장문을 발표했고, 합참의 중간 결론을 인용하기보다 현장에서 확인된 명확한 물적 증거를 정전협정 위반 판단의 근거로 제시했다.

군정위 정례회의 사실상 중단…유엔사-北 장성급 채널 주목
2018년 10월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열린 '제10차 남북장성급군사회담'을 마친 남측 수석대표인 김도균 당시 국방부 대북정책관(육군 소장·왼쪽)과 북측 수석대표인 안익산 육군 중장이 악수하는 모습. 2018.10.26 ⓒ 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정전협정은 군사정전위원회를 설치해 유엔사와 북한군이 어떠한 협정 위반 사건이든 '협의'해 처리하도록 정하고 있다. 유엔사가 위반 사실 통보와 함께 군사 회담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지만, 유엔사 관계자는 "확인이 제한된다"고 말을 아꼈다.

만일 회담이 성사된다면 군정위가 아닌 유엔사와 북한군 장성급 회담 방식으로 진행하고, 우리 군은 유엔사 대표부의 일원으로 참가할 전망이다.

1991년부터 군정위 유엔사 측 수석대표를 한국군 장성이 맡자 북한은 한국이 정전협정 서명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후 북한과 중국 측 대표단이 기존 군정위 체계에서 이탈하면서 정례적인 본회의 방식의 협의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이에 더해 제이비어 브런슨 유엔군사령관 겸 한미연합군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육군 대장)은 한국군 인사 명령에 따라 지난 1월 부임한 문병삼 한미연합사 부참모장(육군 소장)을 군정위 유엔사 측 수석대표에 9개월째 임명하지 않고 있다. 정례적인 군정위 본회의 방식으로 북한과 이번 사건을 협의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상태다.

현재까지 북한과 유엔사 사이의 연락 창구 역할은 군정위 비서처가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사는 군정위 체제로 북한과의 대화가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1998년 '정전 문제에 관한 유엔사-북한군 장성급 대화 절차' 협정을 체결하고 유엔사 소속 미군 장성과 조선인민군 판문점대표부의 장성이 각각 수석대표를 맡는 방식으로 대화 채널을 복원했다.

2015년 8월 발생한 서부전선 목함지뢰 도발 사건 당시 유엔사는 해당 사건을 정전협정 위반으로 규정하고 북한에 장성급 회담을 공식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북한은 당시 유엔사의 제의에 호응하지 않았다.

이후 남북은 별도의 판문점 고위급 접촉을 진행해 우리 장병 부상에 대한 북측의 유감 표명, 남측의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북측의 준전시상태 해제 등을 담은 '8·25 합의'를 도출하며 긴장을 낮췄다.

이번에도 유엔사가 북측에 위반 사실을 어떤 방식으로 통보했는지, 장성급 회담 또는 재발방지 협의를 요청했는지가 향후 관건이 될 전망이다.

다만 유엔사 군정위는 정전협정 이행을 감독하고 위반 사실을 통보·협의할 수 있을 뿐 북한에 독자적인 제재를 부과하거나 처벌할 권한은 없다. 더욱이 북한이 이번 사고 자체를 '자작극'으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북측이 관련 협의에 호응할지는 불투명하다.

goldenseagul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