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 "DMZ 폭발물, 北 지뢰 가능성 매우 높아"…'공작' 판단은 보류(종합)
두 발 폭발…아군 지뢰서 발생하는 '철제 파편' 없고 살상 반경 작아
"북한군 지뢰 확인 시 모든 책임 北에"라면서도…"아군 겨냥했다 보긴 제한적"
- 허고운 기자, 김예원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김예원 기자 = 군 당국이 지난 21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폭발한 지뢰가 북한군의 지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 다만 북한군이 최근 우리 장병을 겨냥해 의도적으로 지뢰를 매설한 '공작'인지, 과거 매설된 지뢰가 유실돼 현장에 유입된 것인지 등 구체적 경위와 고의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권대원 합동참모본부 차장(육군 중장)은 2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합동현장조사 중간결과 브리핑에서 "현재까지 현장조사를 토대로 종합 판단한 결과 이번 지뢰 폭발 원인은 북한군의 지뢰 때문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권 차장에 따르면 합참은 이날 오후 4시 4분쯤 부상 장병의 피복과 장구류, 화약흔 채취 거즈 등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감정 결과를 통보받았다. 방탄헬멧과 방탄조끼 등에서 TNT 성분과 '갈색 계열 이물질'이 검출된 반면 아군 지뢰 폭발 때 다량 발생하는 철제 파편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는 폭발한 물체가 아군의 지뢰가 아닌, 현장에서 목격된 북한군의 플라스틱 혹은 목함지뢰일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군은 이 밖에도 △해당 지역에 아군 지뢰 매설 기록이 없는 점 △북한군이 인근 지역에 지뢰를 매설한 것으로 추정되는 흔적이 지난해 9월 식별된 점 △폭발 지점의 화구와 화염 형태 △피해 장병의 부상 정도 △작전요원 진술 등을 근거로 폭발물이 북한군의 지뢰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그러나 이 지뢰가 현장에 있었던 것이 북한군이 우리 장병을 노린 '고의적 매설', 즉 공작인지 여부는 별도로 판단할 문제라는 게 군의 설명이다.
합참은 2015년 북한군의 목함지뢰 도발 사건의 경우 우리 군이 일상적으로 드나들던 추진철책 통문 앞뒤에 북한군이 지뢰를 설치해 우리 장병에게 위해를 가하려는 의도가 비교적 명확했다고 밝혔다. 당시 관련 정황은 우리 군의 감시장비에도 찍혀 북한 측의 '사과'를 받아낼 수 있는 증거가 됐다.
반면 이번 사고지역은 우리 군이 약 50년 동안 사실상 들어가지 않았던 곳으로, 해당 지역은 우리 군의 상시 감시 대상도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 때문에 평소 현장을 찍은 영상도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합참 관계자는 "이번 사고가 있던 지역은 우리가 새로 개척을 해서 들어간 지역이라 아군을 대상으로 (북한이) 병력을 가지고 (고의적으로 공작을) 했다고 보기에는 제한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북한군의 공작은 평소 우리 병력이 수시로 다니는 곳에서 이뤄질 개연성이 크다는 취지의 설명이다.
다만 이 관계자는 아직 현장조사가 완전히 이뤄지진 않았다는 점에서 "더 명확히 조사해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북한군이 해당 지역에 언제 지뢰를 매설했는지도 현재로선 특정하기 어렵다.
군은 지난해 9월 위성영상을 통해 사고 인근 지역의 '지형 변화'를 식별했다. 당시 변화는 지난해 8~11월 사이 지뢰 매설로 추정되는 북한의 작업으로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군 병력이 해당 장소에서 직접 작업하는 모습이 포착된 것은 아니다.
합참은 이번 사고 현장에서 폭발하지 않은 북한군의 수지(플라스틱) 반보병지뢰도 식별됐다고 밝혔는데, 이는 북한이 지난 1969년부터 운용해 온 지뢰로 파악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정황 증거만으로는 북한군이 사고 현장에 '최근에' 지뢰를 매설했는지를 판단하긴 어렵다는 것이 군의 설명이다.
합참에 따르면 지뢰 폭발 지점은 군사분계선(MDL) 남쪽 10여m 지점으로, 최근 북한군이 지뢰를 매설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형 변화' 지역에서 약 10여m 떨어져 있다.
아군 수색대는 지난 21일 북한군의 지뢰 매설이 의심되는 곳을 유엔군사령부와 현장조사하기 위해 신규 수색로를 개척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
사고 당시 지뢰 2발이 폭발했으며 철수 과정에서 1차 폭발지점 약 1m 인근에 추가 지뢰 1발로 추정되는 물체를 발견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군은 이에 따라 사고 원점 일대에 총 3발의 지뢰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작전요원이 목격한 미폭발 지뢰 추정 물체는 지표면 아래 약 5~10㎝ 깊이에 묻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합참은 물체가 표면에 드러나 있지 않았고 주변 요원들이 오가는 과정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던 점 등을 토대로 '매설'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이미 폭발한 나머지 2발까지 당초 매설돼 있었는지는 아직 특정하지 못했다.
합참 관계자는 "유실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라며 "우리가 식별했다고 하는 미폭발 수지(플라스틱) 지뢰 추정 물체는 매설된 것으로 일단 추정할 수 있지만 폭발한 2개의 원래 상태는 아직 특정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과거 다른 지역에 매설됐다가 유실된 지뢰가 시간이 지나 흙에 묻혔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 군은 이번 사고 지역에 지난 50년간 진입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MDL에 대한 남북 간 인식 차이도 향후 조사에서 살펴봐야 할 변수다.
합참은 정전협정 당시 설치한 MDL 표지판 1292개가 선을 따라 촘촘하게 이어져 있는 것이 아니며 지형에 따라 위치가 달라 남북은 물론 우리 군과 유엔사 사이에도 기준선을 일부 다르게 인식하는 구간이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군이 자신들이 인식하는 MDL을 기준으로 지뢰 매설 작업을 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합참은 "배제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우리 군은 우발적인 충돌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유엔사와 MDL 기준선을 일치시키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향후 조사에서 북한군이 우리 군이 판단하는 MDL 이남에 지뢰를 매설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정전협정 위반 여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군은 현장조사가 사고 발생 엿새 뒤인 27일 시작된 것을 두고 제기된 '북한 눈치 보기'나 상부의 조사 지연 지시 의혹도 부인했다.
합참은 사고 당일 작전 병력 18명 전원이 병원으로 후송돼 현장을 안내할 인력이 부족했고, 두 차례 폭발에 이어 추가 지뢰까지 의심되는 상황에서 조사 병력의 안전을 확보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현장에서는 29일쯤 조사에 착수하는 방안이 건의됐으나, 사고 당시 선두에서 작전했던 공병 등 현장을 안내할 인력이 퇴원하고 준비가 갖춰지면서 오히려 조사 일정을 27일로 앞당겼다는 게 합참 설명이다.
합참은 "축소·은폐나 북한 눈치 보기, 상부 지시 등에 따른 고의적인 지연은 일체 없었다"라며 "철저히 군사적인 측면에서 판단했고 유엔사와 긴밀히 협의하면서 안전을 확보하는 과정이었다"라고 밝혔다.
현장조사는 추가로 진행할 예정이다. 조사팀은 이날 2차 폭발지점 약 2m 전까지 접근했으나 장병들이 목격했다고 진술한 미폭발 지뢰 추정 물체까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지뢰의 수거 여부는 현장 안전성과 폭발 위험 등을 고려해 판단할 예정이다.
권 차장은 "만약 최종 조사 결과 우리 군의 피해 원인이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로 판명된다면 MDL 이남에서 정상적으로 DMZ 작전을 수행하던 우리 장병이 북한군 지뢰에 의해 부상을 입은 것"이라며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은 북한에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군은 이에 합당하고 상응한 조치를 시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합참은 유엔사와 추가 현장조사를 진행해 미폭발 지뢰 추정 물체와 폭발 원점, 매설 시점과 경위 등을 확인한 뒤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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